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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 |
검찰이 삼성그룹의 최순실 딸 승마훈련 지원에 대한 수사를 강화하면서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승마협회 회장사 인수인계 과정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게 된 것이 최순실 게이트에 삼성그룹이 휘말려 들어간 첫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10일 검찰과 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최순실씨가 승마협회 회장사인 한화그룹에 딸의 승마훈련을 위해 거액의 지원을 요구했으나 한화그룹이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삼성그룹에게 넘긴 정황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가 비선실세임을 삼성그룹이 파악하고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최순실씨와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었는지는 검찰수사에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삼성그룹이 적극적이었다면 최순실씨 딸을 지원해주는 대신 정부지원 등 반대급부를 받으려 했다는 뜻이 숨어있을 수 있다.
그러나 최순실씨가 한화그룹은 딸의 승마훈련 지원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고 삼성그룹을 지목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도록 강권했을 경우 삼성그룹은 비선실세의 위력 앞에 무릎을 꿇었을 가능성도 있다.
삼성그룹은 2015년 3월 박상진 사장이 승마협회장에 오르면서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박 사장은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의 뒤를 이었고 삼성그룹은 한화그룹의 자리를 대신했다. 삼성그룹이 승마협회 회장사에 복귀한 건 5년 만이었다.
삼성그룹은 1995년부터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았다. 하지만 2010년 승마선수단을 해체하면서 승마협회에서도 손을 뗐다. 그 뒤 삼성그룹은 사회공헌 차원에서 재활승마 프로그램만 운영했다.
삼성그룹이 승마협회에 복귀하자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는데 승마단도 운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도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방산·화학계열사 빅딜과 연관해 바라보는 시각이 있었다. 빅딜 조건에 승마협회 회장사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입김이 반영됐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그룹이 회장사를 강제로 떠맡은 상황이라면 삼성그룹의 지원 역시 강제성이 있었던 것으로 보고 정상참작의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삼성그룹이 필요에 따라 비선실세와 접촉해 이득을 보려 한 것이었다면 최순실씨 딸의 승마훈련 지원도 대가성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삼성그룹은 빅딜 당시 한화그룹에서 승마협회 회장사도 인수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주장한다. 방산·화학계열사를 정리하려는 의지가 강했는데 인수후보였던 한화그룹이 조건을 걸어 이를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해명이 사실이라면 한화그룹은 정유라씨 지원요구를 감당하지 못하고 삼성그룹에 역할을 넘겼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승마협회장에서 물러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차 사장은 2014년 정유라씨 특혜논란이 불거지고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에 한화그룹이 연루된 이후 승마협회장에서 물러났다.
한화그룹은 빅딜과 승마협회 회장사 인수인계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한화그룹은 “협회 내에 잡음이 많아 이전부터 회장사를 그만두려 했는데 2014년 아시안게임까지만 맡아달라고 해서 회장사를 유지했다”며 “다른 대기업들에도 회장사를 제안했는데 고사했고 삼성그룹이 수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 모두가 맡지 않으려 하는 회장사를 삼성그룹이 선뜻 맡겠다고 나섰다면 승마협회를 지원하고 비선실세의 도움을 받으려 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