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논란이 일었던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과 관련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을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들고나오면서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을 집중 추궁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2번이나 부결됐던 김건희 특검법안을 다시 추진할 동력을 살려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감서 양평고속도로 의혹 재점화 예상,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안 동력 살리기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동행했던 김건희 여사가 9월22일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국회에 따르면 오는 7일부터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리는 국토위 국감을 비롯해 22대 국회 첫 국감 일정을 시작한다. 이번 국토위 국감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주제로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둔 김건희 여사 특혜 의혹이 꼽힌다.

서울-양평고속도로는 경기 하남시와 경기 양평군을 잇는 민자고속도사업이다. 기존 서울과 강원지역 사이 교통정체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진됐다.

애초 교통정체가 극심했던 6번국도 교통량 분산을 위해 교통거점인 양평군 양서면에 종점을 둘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토교통부는 이점이 적은 양평군 강상면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국토부의 계획변경 배경을 놓고 양평군 강상면 일대에 땅을 보유한 김건희 여사 일가에 대한 배려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현재 계획 상으로만 존재하는 시흥-송파 고속도로 사업까지 완료되면 인천국제공항에서 양평까지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할 수 있게 돼 해당 지역 부동산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은 2023년 10월 국감에서 다뤄졌으나 최근 민주당이 새로운 사실을 들고 나와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서울-양평고속도로TF를 이끄는 강득구 의원이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기존 양서면 종점 원안에서 노선 변경없이 양평군 주민민원을 해소할 수 있는 별도의 방안, 즉 3안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강상면으로 노선변경을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부에서는 이 3안의 존재를 감춰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3안인 '예타보완안'은 기존 동남부 교통정체 문제를 해소하면서 고가도로에 따른 생활불편과 교통접근성 향상 등 양평군민의 민원까지 해소해줄 수 있는 안이 될 수도 있었다.

심지어 국토부 내부적으로도 3안이 '광주시와 양평군 통과구간 출입 시설 설치에 따른 관계기관과 지역주민 민원 예방' '고교각 교량 최소화 및 주거지 저촉 배제로 민원 예방' 등 긍정적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국토부는 결국 결국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 쪽으로 고속도로 종점 변경을 강행했다.

강 의원은 국회에서 최근 양평지역 시민단체 등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국토부가 용역업체를 통해 주민들의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진짜 최적안을 보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이와 관련한 궁금증을 조사를 통해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혹을 의식해서인지 국토부가 9월 초 자체감사를 통해 당시 사업에 불법성이 없었는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국토위 국감에 대한 관심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은 양평고속도로 종점변경 의혹을 낱낱이 살피기 위해 용역을 수행한 경동엔지니어링, 이를 검토한 양평군청 도시건설국 관계자를 국감 증인으로 불렀다.

또한 도로공사 관련 전문가들의 자문을 위해 도로기술사회, 동해종합기술공사, 한국도로공사 건설처장 관계자들도 함께 증인으로 요청했다.

국토교통위 국감에서는 이밖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용산 대통령실 리모델링 사업 특혜의혹 등도 다뤄지는 만큼 의혹을 캐내려는 야당과 방어해야 하는 여당 사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국토부 국감을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 추진 동력을 살려나가는 자리로 십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감서 양평고속도로 의혹 재점화 예상, 민주당 김건희 특검법안 동력 살리기

▲ 더불어민주당 서울-양평고속도로TF를 이끄는 강득구 의원(가운)이 2023년 7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혹해명과 원안시행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와 마찬가지로 전주 역할을 한 인물이 유죄 판결을 받은 데다 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특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9월3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법안이 필요한가’를 물은 질문에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9.5%에 이르렀다. 해당 조사에서는 특히 보수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응답자의 57.8%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 꽃이 자체조사로 9월27일과 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통신3사에서 제공한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CATI)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번 국감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고 공론화된다면 이같은 여론에 더욱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위한 '스모킹건'을 찾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태세다.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관장하는 비상설기구 ‘김건희 가족 비리 국정농단 규명 심판 본부(김건희 심판 본부)’를 꾸렸고 김민석 최고위원이 본부장을 맡았다.

김건희 심판 본부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을 비롯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대통령 관저 증축 관련 의혹 △국민의힘 공천개입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현재 나라를 위해 물러나야 할 인물 1등은 김건희 여사"라며 "우리는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바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용기를 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법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거부권 행사)로 이뤄진 국회 재표결에서 찬성 194표로 가결에 필요한 200표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김건희 특검법은 지난해 2월 21대 국회에서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따른 재표결에서 부결된 바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국감을 마친 뒤 11월 중 김건희 특검법을 다시 발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민주당 의혹제기와 특검공세에 대해 여당은 공식적으론 '대통령 부인에 대한 정치공세'라며 일축하고 있지만 여당 내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장파로 분류되는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특검을 구실삼아 대통령까지 탄핵하려는 민주당 주장에 반대한다"면서도 "그러나 특검법이 나쁘다고 해서 김 여사의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여당 의원들의 침묵을 김 여사에 대한 이해나 동조로 착각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