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화 이후 최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응해 국회 의안으로 '거부권 행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안'을 제출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국회의 입법권을 지나치게 침해해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을 근거로 헌법재판소에 판단을 듣겠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헌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는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인 만큼 받아들여지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0일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윤석열 대통령은 5년 임기 절반만에 20번 넘는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해 헌법상 한계를 벗어난 권한남용을 하고 있다"며 "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을 바로잡기 위해 제22대 국회의 이름으로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할 것이다"고 말했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명시된 재판 중 하나로 국가기관 사이 권한행사에서 충돌이 발생할 때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를 헌법재판소가 가려달라는 소송을 말한다.
박 의원의 의안발의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요구안이 의결됨에 따라 국회 차원에서 대응하기 위한 성격으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 3개 법안에 24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민주화 이후 최대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이 된다.
박은정 의원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 방침을 두고는 이해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만큼 권한남용임을 강하게 주장했다.
박 의원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의 공적 임무와 책임수행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적 이해관계에 있다"며 "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이해충돌 금지의원칙에 위배되는 명백한 권한남용이 될 것이다"고 짚었다.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3번의 거부권 행사는 정당한 입법활동을 침해해 삼권분립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바라봤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세 번의 거부권 행사는 정당한 입법범위에서 의결한 법안을 무력화하는 거부권 행사로 권력분립의 원리와 국회 입법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도 민생경제를 위한 국회의 입법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지역사랑상품권법 개정안'은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법안이 아니라 국민복지를 증진시키려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는 국민의 자유와 복리를 증진해야 하는 책무가 있는 대통령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이다"고 말했다.
▲ 역대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수 24건은 9월30일 오후 4시20분 기준 국무회의 의결에 따른 예상수치. <자료 - 국회 입법조사처,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180석 넘는 의석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거부권 행사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청구 의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학계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이와 같은 주장이 헌법재판소에서 긍정적 판단을 얻을 수 있을 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인용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의견의 근거로는 헌법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명기돼 있다는 점이 꼽힌다.
박진우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의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에 관한 새로운 헌법학적 고찰' 논문에서는 "대통령이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한다고 하더라도 국회가 재표결을 통해 법안을 다시 통과시킬 수 있어 법안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기 때문에 국회의 권한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적었다.
반면 권한을 넘는 대통령의 권한행사는 탄핵사유가 될 수 있는 만큼 법률안 거부권의 행사가 위헌적인 경우에도 다퉈볼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이준일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민주연구원이 주최한 '김건희 방탄거부권,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대통령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의 효력을 상실시킬 정도로 중대한 절차적·내용적 하자가 있는 경우에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며 "이러한 헌법적 한계를 넘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헌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권한쟁의 심판도 가능하며 탄핵 소추의 대상도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권한쟁의심판이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승현 법무법인 선인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거부권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청구가 국회에서 의결을 통과하면 헌법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주체요건(당사자적격)은 통과할 수 있을 것이다"면서도 "다만 헌법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명기돼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 인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이 법조계의 부정적 관측에도 불구하고 권한쟁의 심판을 추진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 국민 여론을 등에 업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기관 여론조사꽃이 올해 6월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 62.1%는 윤 대통령이 21대 국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권한남용'이라고 바라보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 조사는 여론조사꽃 자체조사로 5월31일부터 6월1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는 통신3사에서 제공한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4년 4월30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기준 성별, 연령별, 권역별 가중치(셀가중)가 적용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일반국민 여론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대통령의 거부권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자협회보가 한국기자협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7월19일부터 28일까지 기자 11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현재(7월12일 기준)까지 총 15개 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란 질문에 77.1%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 여론조사는 기자협회보가 여론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한국기자협회 소속 회원 1만1496명 가운데 문자 발송에 성공한 1만1447명을 대상으로 7월19일부터 28일까지 모바일 설문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9.9%(응답자 1133명)였으며, 95% 신뢰수준에서 오차범위 ±2.9%p다.
이 조사에선 회원들 소속 언론사 유형, 지역별 비중 등에 대해 기자협회 데이터를 반영해 응답자가 고르게 분포될 수 있도록 고려했다. 회원별 집계가 어려운 성별, 직위 항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이 발간한 ‘2023 한국의 언론인’이 참고됐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헌재에서 인용 여부와 관계 없이 최소한 윤 대통령의 잦은 거부권 행사에 대한 거부감을 더욱 환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