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전기차 공장에 ‘수자원 리스크' 부상, 가동 차질 빚어질 가능성

▲ 현대차가 미국 전기차 공장 가동에서 '수자원 리스크'를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그룹이 10월 조기 가동하는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겨냥해 수자원 관련 지역 주민투표가 열려 ‘워터리스크’가 불거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 공장을 미국 내 핵심 생산기지로 삼을 계획을 세워뒀는데 수자원 관련 문제가 커지면 미국 시장 공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13일(현지시각) 현지매체 서배너 모닝 뉴스에 따르면 블로크 카운티 주민들은 현대차에 일일 최대 660만 갤런 상당의 지하수 시추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준비하고 있다. 일 공급 수량을 무게로 환산하면 약 2만5천 톤에 이른다. 

조지아주 당국은 현대차에 수자원을 공급하기 위해 우물 4개를 파서 지하수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질 오염이나 지하수 고갈 현상이 주변 지역까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반대 여론이 거세진 모양새다.

블로크 카운티는 현대차 공장이 들어설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인접한 행정 구역이다. 카운티 인구의 10%인 4495명 이상이 서명하면 수자원 공급 관련 계약을 유지할지 11월 말에서 12월초 사이에 별도의 절차가 진행될 수 있다.

주민 활동을 돕는 한 법률 전문가는 투표 결과에 따라 수자원 공급 계약이 무효화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청원 활동을 벌이는 지역 주민 로튼 색 씨는 서배너 모닝 뉴스를 통해 “수 개월 동안 카운티 위원들에게 여러 차례 반대 의견을 전했다”라며 “주민투표는 우물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역 당국이 현대차의 공장 건설 일정을 맞춰야 하다 보니 수자원 공급 계약을 위한 절차를 급하게 처리했다는 뒷이야기도 나온다. 

지역매체 그리스커넥트는 서배너 경제개발청의 트립 톨리슨 최고경영자(CEO) 발언을 인용해 “우물을 만들기 위한 절차를 진행할 때 기본적으로 현대차의 일정에 맞춰야만 했다”라고 보도했다.
 
현대차 미국 전기차 공장에 ‘수자원 리스크' 부상, 가동 차질 빚어질 가능성

▲ 블로크 카운티에서 우물 설치를 막기 위해 활동하는 주민들이 13일 기자 회견을 열고 주민 투표를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대차를 위한 우물 설치를 멈춰라'라고 쓰인 문구도 보인다. <블로크액션코얼리션>

 현대차그룹은 2022년 10월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착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한 배터리셀 제조 설비까지 포함하면 모든 투자 규모는 75억9천만 달러(약 10조3261억 원)에 육박한다.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은 건설 속도를 올려 애초 예상 시점보다 3개월가량 이른 올해 10월 가동이 예정돼 있다. 

건설 역량을 집중해 공장을 빠르게 돌리려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사업에 얼마나 중요할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대차는 조지아주에서 기공식을 진행할 당시 “미국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육성하기 위한 100억 달러 투자의 일환”이라고 조지아 전기차 전용공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자원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공장을 가동하는데 드는 막대한 양의 용수는 물론 노동자들이 기거할 숙소에서 쓸 물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

이는 공장 가동은 물론 현대차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의 미국 시장 가격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협 요소로 꼽힌다. 

현대차는 현재 미국으로 전기차를 수입해 와서 팔다 보니 현지 조립 요건을 맞추지 못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를 다 받지 못하고 있다.

조지아주 공장을 서둘러 완공하고 현지에서 차량을 만들어야 차량당 최대 7500달러의 IRA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이 시점이 좀 더 뒤로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테슬라에 이어 점유율 2위까지 올랐다. 
 
현대차 미국 전기차 공장에 ‘수자원 리스크' 부상, 가동 차질 빚어질 가능성

▲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시 인근 브라이언카운티에 신설되고 있는 현대차의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2024년 2월경 모습을 항공촬영했다. <현대차그룹>

조지아주 공장에 ‘워터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차량 판매 확대에 차질이 불가피해 점유율 경쟁에서도 타격을 받을 여지가 있다.

현대차는 건설 허가를 받을 당시 수자원과 연관된 환경평가 절차에서도 일부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조지아주 당국으로부터 공장 건설을 허가받기 위해 제출했던 자료에 완공 이후 수자원 예상 사용량을 누락했었다는 정황이 서배너 모닝 뉴스를 통해 보도된 적이 있다. 

조지아주 당국은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공청회를 직접 열기까지 하면서 주민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지매체 스테이츠보로 헤럴드에 따르면 조지아주 환경보호국(EPD)은 현지시각 13일 한 고등학교 강당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고 주민들 의견을 청취했다. 

지하수 채취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차원에서 지역 당국이 1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을 마련했다는 내용도 거론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공장의 워터리스크 가능성과 관련한 비즈니스포스트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