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상화폐 현물ETF 출시 언제쯤, 가상자산보호법 시행에 공론화 기대 커져

▲ 국내 가상화폐업계에서도 가상화폐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우고는 있지만 김병환 금융위원장(사진)은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에서 비트코인에 이어 이더리움마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되면서 국내 가상화폐업계에서도 가상화폐 현물 ETF 출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반기부터 가상화폐 현물 ETF를 둘러싼 논의가 국내에서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당국이 신중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어 실제 출시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가상화폐업계 안팎에 따르면 7월19일부터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가상화폐가 제도권으로 들어온 이상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현물 ETF와 관련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업계 한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제 가상화폐 현물 ETF에 대한 공론화가 이뤄질 것이다”며 “찬성과 반대의 형태로 얘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업계의 기대감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으로 가상화폐 거래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거치면서 가상화폐 현물 ETF 도입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화폐 투자자의 예치금 보호, 불공정거래행위 규제, 금융당국의 감독 및 제재 권한 등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어 가상화폐시장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최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비트코인 현물 ETF가 도입되려면 가상자산 관리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며 “조심스럽게 전망하자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으로 인해 제도권에 들어오는 시점에 맞춰 하반기쯤 공론화의 장이 열릴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재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 핵심 공약의 하나로 가상화폐 현물 ETF 도입을 제시한 점도 공론화 논의의 힘이 실리게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가상화폐 연계상품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기 위해 비트코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과 상장, 거래 승인을 공약했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 현물 ETF에서 얻은 매매수익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과세해 다른 금융투자상품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매기고 가상화폐 현물과 선물 ETF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을 허용해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최근 가상화폐 관련 토론회를 열어 가상화폐 현물 ETF 도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민병덕 의원은 토론회 축사에서 “우리가 첫걸음마를 떼는 동안 금융선진국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금융상품으로 출시했다”며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경쟁과 자본의 투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금융선진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이 언제까지 금융 후발주자로서 따라가기 정책만 할 수도 없다”면서 가상화폐 현물 ETF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상화폐업계는 가상화폐 현물 ETF가 국내에서도 도입된다면 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은 가상화폐를 거래하려면 가상화폐거래소를 이용해야 하지만 ETF를 통한 가상화폐 투자는 증권사를 통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 접근성이 한층 높아져 신규 투자금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경우 1월부터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된 이후 6개월 동안 170억 달러(약 23조 원)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미국에서 1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7월부터는 이더리움 현물 ETF마저 거래되기 시작하고 홍콩에서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동시에 거래되면서 이들 국가와 비교해 뒤처진 가상화폐 거래 환경에 대해 불만에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민병덕 의원은 “한국 시장에서의 현물 ETF 미승인은 국내 투자자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항의와 함께 외화 유출에 대한 우려는 결국 한국 시장의 후진성을 드러낼 것이다”고 지적했다.
 
국내 가상화폐 현물ETF 출시 언제쯤, 가상자산보호법 시행에 공론화 기대 커져

▲ 국내 가상화폐업계는 가상화폐 현물 ETF가 거래되기 시작된다면 새로운 투자자와 자금 유입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바라본다. 사진은 가상화폐 그래픽 이미지.


다만 신임 금융위원장인 김병환 위원장이 전임자인 김주현 금융위원장에 이어 가상화폐 현물 ETF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로 인해 하반기 국회에서 공론화가 이뤄진다고 하더라고 실제 도입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7월2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현물 ETF 문제는 의견이 분분하다”며 “금융시장 안정 영향, 금융기관에 미치는 영향 등을 조금 더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신중론을 고수했다.

이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 이어 2단계 디지털자산 기본법 입법과 자본시장법 및 전자증권법 개정 등 후속 법안들이 정비된 이후에야 국내에서 가상화폐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금융당국에서 여러 가지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당장은 가상화폐 현물 ETF 거래를 승인해 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안에 가상화폐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되기가 사실상 힘들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