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알(현지시각)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위치한 한 술집에서 방영되고 있는 도널드 전 트럼프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의 대선 토론.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대선 토론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참패하며 대권 가도에 먹구름이 드리웠다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이에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환경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주축으로 적극적 기후변화 대응을 이어오던 바이든 정부 정책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의해 뒤집힐 수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 토론에서 나온 트런프 전 대통령 발언을 근거로 환경 정책을 향한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0일(현지시각) 글로벌 비영리단체 아트모스(Atmos)는 미국 대선 후보 토론을 분석한 칼럼을 내놓으며 기후와 환경과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발언이 기만이나 거짓말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후보 토론에서 “파리협정은 우리(미국)가 내야 하는 분담금을 1조 달러나 지우면서 중국, 러시아, 인도 등에는 아무런 부담도 지우지 않는 조약이었다”며 “그래서 나는 임기 동안 조약에서 탈퇴했다”고 주장했다.
파리협정은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결의된 구속력 있는 조약이다. 세계 각국은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합의했다.
아트모스는 파리협정에 따라 지금까지 책정된 기후재무 분담금 전체 규모는 1천억 달러(약 138조 원)에 머문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가운데 31억 달러는 중국이 부담하기로 이미 미국과 협의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미국 시민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깨끗한 물과 공기를 보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고 최고의 성과를 거뒀다”며 “내가 대통령직에 있는 동안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환경적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아트모스는 깨끗한 공기 관련 사항에서 예시로 언급된 오존 문제는 이미 몬트리올 의정서가 효력을 발휘하면서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던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브루킹스 정책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는 오히려 이전 정권에서 제정한 물 및 대기 관련 규제 수십 건이 철회됐다고 지적했다.
아트모스 관계자는 “트럼프가 기후변화 질문에 내놓은 토론 답변은 사실보다는 그 본인의 의견에 기반을 둔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그조차도 사람들이 오해하기 쉽게 왜곡돼 있거나 아예 거짓말이었다”고 비판했다.
▲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주 스톤월 국립 기념비 방문자 센터 개관식에서 발언하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
글로벌 기후단체 카본브리프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기후변화 대응이 늦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카본브리프는 올해 3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시나리오와 바이든 대통령 연임 시나리오를 대조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게 되면 바이든 대통령 집권기보다 미국 온실가스 배출량이 2030년까지 40억 톤 이상 늘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곧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약속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파리협정에 따라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기로 약속했는데 40억 톤이 추가로 배출된다면 감축 수준은 28%에 그치게 된다.
카본브리프는 보고서에서 전망된 수치가 미국 싱크탱크 로디움그룹 등 여러 연구 기관들이 내놓은 트럼프 정책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참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이 보고서에는 IRA 같은 환경법 철회와 관련된 온실가스 영향은 담겼으나 트럼프가 공약한 석유, 천연가스, 석탄 등 신규 자원 채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보다 더 늘어날 수도 있는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토론에서 온실가스 배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를 놓고 미국 언론 폴리티코는 그가 의도적으로 답변을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기온상승이 1.5도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되돌릴 길이 없다”며 “기후변화는 인류를 위협하는 실질적인 위기인데도 트럼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 하나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IRA는 기후변화를 해결하기 위해 제정된 미국 법 가운데 가장 포괄적인 해결책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이 만든 환경법은 친환경 사기 행각(green new scam)에 불과하다”며 “미국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폴리티코와 악시오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이번 대선 토론 결과를 놓고 대체로 기후정책 분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타임은 "양측 후보들 모두 기후변화로 인해 어떤 위기가 다가오고 있는지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약간의 지식만 있어도 기후변화 해결에 무엇이 걸려 있는지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