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논란' 계기로 '온플법' 제정 나선 민주당, ‘독과점 규제 vs 성장 방해’ 팽팽

▲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민주당 정무위원들과 참여연대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쿠팡의 검색 순위 및 자체브랜드 상품(PB) 리뷰 조작 논란을 계기로 22대 국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온플법) 제정 논의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구조 해소를 핵심으로 담고 있는 온플법은 21대 국회에서도 여러 건 발의됐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플랫폼 기업들은 온플법을 통한 규제가 기업의 경쟁력을 제한할 수 있다며 법 제정 과정에서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절대 다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이 21대 국회에 이어 다시금 온플법 제정에 나선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 관심이 모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박주민, 김용만, 김동아, 김현정, 오기형, 허성무, 박홍배 의원 등은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순위조작 쿠팡 결국 소비자·중소상인 피해,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21대 국회에서는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계기로 온플법 입법 논의가 불이 붙었었다면 22대 국회에서는 쿠팡의 검색순위 선정 알고리즘 및 리뷰 조작 논란이 확산되면서 온플법 제정 움직임이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김남근 의원은 “민주당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이번 쿠팡 사건을 계기로 플랫폼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의 남용 행위를 막기 위한 플랫폼 독과점 규제 입법과 거래 공정화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 거래 공정화법,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전자상거래법 등 세 가지 방향에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기자회견 시작 전 기자와 만나 “조만간 입법 간담회를 마련해 온플법과 관련한 의견들을 청취한 뒤 법안 발의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 정무위원들은 10대 당론 추진 법안에 온플법 제정안을 포함시켰다. 또 21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으로 활동했던 오기형 의원은 12일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의했다.

오 의원의 제정안은 온라인 플랫폼 중개서비스에 따른 '총 매출액이 5천억 원 이상'인 사업자 또는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한 재화 또는 용역의 '총 판매금액이 3조원 이상'인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를 ‘특정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한다. 이 기준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은 규제 대상이 된다. 

또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자신의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플랫폼 이용사업자에게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강제하거나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의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플랫폼 사업자 사이의 분쟁을 조정할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분쟁조정협의회’를 설치하고 온라인 플랫폼 중개사업자가 온플법을 위반해 플랫폼 이용사업자에게 손해를 끼치면 고의·과실 없음을 증명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법안 내용에 온플법 위반과 관련한 입증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중소기업과 플랫폼 기업은 온플법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정윤모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 거래환경 조성을 위한 합리적 규제방안’ 토론회에서 “중소기업인들에게 온라인 플랫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며 “플랫폼 기업의 유통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면서 입점 중소기업·소상공인들에게 우월적 지위 남용이나 과도한 거래비용 요구 같은 애로도 많아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해 온플법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반면 조영기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국장은 “법이 통과돼 기업들로 하여금 자유로운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면 오히려 그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수수료에 대한 부담이 소상공인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도 ‘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온플법 제정의 필요성은 있지만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요건 설정 등에서 세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입법조사처는 “핀테크・스타트업・벤처캐피털 등이 성장해 중장기적으로 온플법의 규제 대상이 되는 경우 스타트업 등 생태계 전반의 성장 위축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플랫폼 시장의 혁신과 시장 효율성에 대한 고려가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플랫폼 스타트업들은 온플법 상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되는 매출액 기준에 대한 우려를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포럼 대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규제가 만들어지더라도 부담 능력이 충분한데 스타트업에게는 허들이 될 수 있다”며 “새로운 플랫폼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자가 안 나타나 생태계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플랫폼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규제 대상이 되면 안 되지만 일정 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당연히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남근 의원은 “매출액 5천억 원 또는 1천억 원 등 지배적 사업자 기준에 관한 논쟁은 온플법 제정을 반대하는 쪽에서만 주장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성장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면 그에 합당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바라봤다.

업계에서는 온플법이 재입법을 추진해야 할 정도로 꼭 필요한 법안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 쿠팡의 알고리즘 조작 사태에 14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검찰에도 고발하는 등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충분히 위법 행위를 규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 논란' 계기로 '온플법' 제정 나선 민주당, ‘독과점 규제 vs 성장 방해’ 팽팽

▲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은 관련 규제가 미비해 공정위의 쿠팡에 대한 과징금 부과를 포함해 행정조치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앞으로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 행위를 사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온플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정위의 쿠팡에 대한 과징금 부과와 검찰 고발은 다행이지만 사건 조사 과정에서 쿠팡 측이 보인 비협조적 태도와 당국에 부여된 과도한 입증책임으로 조사에만 2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며 “현행 공정거래법에 따라 사후제재를 하더라도 쿠팡이 불공정행위로 시장지배력을 확대하는 독과점 현상은 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온플법이 플랫폼 기업들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데다 업계 간 이해관계가 엇갈린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민주당은 향후 입법과정에서 여당인 국민의힘과도 치열한 논쟁을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와 만나 “EU나 미국을 봐도 알 수 있듯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는 세계적 흐름인 만큼 온플법 제정은 막을 수 없다는 걸 국민의힘 의원들도 알고 있고 반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온플법 내용을 플랫폼 기업 친화적으로 하느냐, 소비자 친화적으로 하느냐의 선택만 남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