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이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 판결에 주식 가치를 잘못 산정한 오류가 있으며, 이로 인해 부당한 판결이 내려졌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최 회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동근 법부법인 화우 변호사는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입장 설명회를 열고 “최 회장이 1994년 취득한 대한텔레콤 주식의 가치 산정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변호인 “이혼소송 2심 판결 오류, 최태원 SKC&C 성장 기여분 10배 과대평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관장과의 이혼소송 판결에 대한 입장문을 밝혔다. 최 회장이 "개인적인 일로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 SK그룹 >


이 변호사는 “2심 판결의 주요 쟁점이었던 주식가치는 잘못 산정돼 노 관장의 내조 기여가 과다하게 계산됐다”며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오류에 근거해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하고 재산 분할 비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2심 재판부는 1994년부터 1998년 고 최종현 회장 별세까지와 이후부터 2009년 SKC&C 상장까지의 SKC&C 가치 증가분을 비교하고, 회사 성장에 대한 고 최종현 회장의 기여 부분을 12배로, 최 회장의 기여 부분을 355배로 판단했다.

이 변호사는 “그러나 실제로는 고 최종현 회장 시기 증가분이 125배이고, 최태원 회장 시기 증가분은 35배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최종현 선대회장은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 대한텔레콤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1994년 약 2억8천만 원을 증여했다. 최 회장은 이 돈으로 1994년 11월 대한텔레콤 주식 70만 주를 주당 400원에 매수했다. 1998년 SKC&C로 사명을 바꾼 대한텔레콤의 주식 가격은 이후 두 차례 액면분할을 거치며 최초 명목 가액의 50분의 1로 줄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 가치를 주당 8원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 주당 3만5650원으로 각각 계산했다. 

그러나 한상달 청현 회계법인 회계사는 설명회에서 “두 차례 액면분할을 고려하면 1998년 5월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 가액은 주당 100원이 아니라 1천 원이 맞다”고 말했다.

선대 회장의 기업 가치 기여분은 액면분할을 고려해 기존 재판부 판단인 12.5배에서 125배로 10배 늘리고, 반대로 최 회장의 기여분은 355배에서 35.5배로 10분의1로 줄여야 한다는 게 이 변호사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재판부는 잘못된 수치에 근거해 최 회장이 승계 상속한 부분을 과소평가하면서, 최 회장을 사실상 창업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로 단정했다”며 “잘못된 사실관계에 근거해 SK 지분을 분할 대상 재산으로 결정하고, 분할 비율 산정 시에도 이를 고려했으니 결론을 다시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식 오류→잘못된 기여 가치산정→자수성가형 사업가 단정→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재산분할 비율 확정’으로 이어지는 논리 흐름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SK그룹이 노태우 정부의 지원으로 성장했다고 판시한 점도 문제 삼았다.

이형희 SK수펙스 위원장은 “(SK그룹이 6공의 특혜를 받았다는) 이번 항소심 판결로 SK그룹 성장 역사와 가치가 크게 훼손됐다”며 “오히려 6공과의 관계가 이후 오랜 기간 회사 이미지와 사업 추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비자금이 유입돼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취지의 항소심 판결에 대한 반박이다.


이 위원장은 "SK에는 15만명에 가까운 구성원과 많은 고객, 투자자가 있는데 진실을 소명하는 것이 SK 회사 차원의 숙제가 됐다"며 "300억원의 정확한 전달 방식과 사용처, 기존에 밝혀지지 않은 비자금의 별도 존재 여부, SK에 제시했다는 100억원 약속 어음의 구체적 처리 결과, 현직 대통령 시기에 특혜로 거론됐던 내용과 사실 유무 등이 규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최태원 SK 회장은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한 뒤 "먼저 개인적 일로 국민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린다"며 "사법부의 판단은 존중돼야 하지만, 저는 이번에 상고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6공의 후광’ 등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SK 명예가 실추됐고, 재산 분할과 관련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오류까지 발견됐다고 하니 대법원에서 바로잡아 주셨으면 하는 간곡한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로 SK가 적대적 인수합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최 회장은 "이런 거 말고도 수많은 고비를 넘어왔다"며 "적대적 인수합병이나 위기로 발전되지 않게 예방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설사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해도 막을 역량이 충분하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