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당선자는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다만 국회의장 경선은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선거라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이 승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7일부터 8일까지 국회의장 후보자 등록을 받는다. 국회의장 경선은 오는 16일 치러지며 과반 득표한 후보가 없으면 1, 2위 득표자를 놓고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애초 국회의장은 제1당 최다선 의원이 맡는 관례에 따라 추 당선자와 조정식 의원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의 '연임론'이 제기됨과 차기 당권을 바라보던 5선 의원들이 국회의장 경선 경쟁에 뛰어들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추 당선자를 비롯해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 나선 후보들 모두 ‘여당과 협치’보다는 ‘선명성’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이 21대 국회에서 ‘협치’를 강조했던 김진표 국회의장에 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국회의장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번 4·10 총선 민심은 나라를 나라답게 해달라, 민생을 지켜 달라는 것”이라며 “삼권분립 훼손에 단호히 맞서는 '개혁의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성호, 조정식 의원도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보다 총선 민심을 반영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의장 출마 기자회견 관련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서는 국회의장 후보들 가운데 가장 ‘강성’으로 평가받는 추 당선자가 차기 국회의장이 돼야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여론조사 꽃이 지난 4월29일 발표한 정례여론조사에서 제22대 전반기 국회를 이끌 차기 국회의장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지 물은 결과 ‘추미애 당선자’라는 응답이 29.8%로 ‘박지원 민주당 전남 해남·완도·진도 당선자’ 5.1%, ‘조정식 의원’ 2.4%, ‘정성호 의원’ 1.6%, ‘우원식 의원’ 1.5% 등 다른 후보들을 압도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52.7%), 조국혁신당(57.2%) 지지층 절반 이상이 추 당선자를 지지했다.
추 당선자는 당원들의 신뢰를 받는 자신이 국회의장으로 가장 적합한 후보라고 강조하고 있다.
추 당선자는 지난 3일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국민들은 지금 22대 국회가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고 보고 있다”며 “민주당이 민심을 받든 법안을 내고 풀어나가는 돌파력이 필요한데 적임자를 찾다보니 당원들이 저에게 마음을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추 당선자가 여론의 지지만큼 당내 경선에서도 의원들의 표심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추 당선자의 강경 일변도 성향에 관한 당내 우려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 백브리핑에서 “22대 국회에서 거부권 무력화를 위해서는 (여당에서) 8석을 끌고 와야 한다”며 “너무 강하게 얘기하면 오히려 저쪽(국민의힘)을 단결시켜 (국회 운영이) 더 어렵게 되거나 국민들도 너무 강한 건 문제가 있다고 바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 결선투표제가 도입된 만큼 ‘친명(친이재명)계’가 경선 결과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 듯 네 명의 후보 모두 이번 총선을 통해 당내 최대 의원모임이 된 친명 성향의 ‘더민주혁신회의’가 지난 4월29일 개최한 총선평가 간담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더민주혁신회의는 친명계 원외인사들이 구성한 조직이었으나 이번 총선에서 모경동, 윤종군, 이정헌 등 이 대표와 가까운 인물들을 물론 김기표, 박균택, 이건태, 김동아 등 이른바 대장동 변호사 출신 당선자까지 모두 31명의 당선자가 속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추 당선자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상태에서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정성호 의원이 출마한 사실을 두고 ‘명심’(이 대표 마음)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정 의원은 이 대표와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인연을 쌓아 ‘친명계 좌장’으로 불린다. 또 지난 1월 친명계 인사인 현근택 변호사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징계와 관련해 이 대표가 정 의원에게 견해를 묻는 문자가 노출되며 두 사람이 깊은 관계임이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서용주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지난 2일 CBS라디오 한판승부에서 “당원들은 지금 무조건 추 당선자가 돼야 한다는데 정 의원이 강성 당원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나왔다는 건 대표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추 당선자가 국회의장이 됐을 때 너무 존재감을 드러내면 이재명 대표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 조정식 민주당 의원. <조정식 페이스북>
추 당선자와 함께 6선인 조정식 의원도 총선 공천과정에서 이 대표가 직접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하며 꾸준히 신뢰를 보내온 만큼 친명계 의원들의 지지를 얻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조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명심’에 따라 국회의장 경선 결과가 좌우될 것이라는 분석에 관해 “이 대표가 현재 민주당의 확고한 지도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들을 많이들 갖고 있다고 본다”며 “(이 대표와) 가장 호흡이 잘 맞고 소통이 잘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국회의장 후보들 모두 ‘선명성’과 ‘명심’에 어느 정도 접점이 있는 만큼 추 당선자에게 기울어져 있는 여론과 달리 의원들 표심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관측된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의원들 표심을 묻는 질문에 “우리(민주당) 의원들이 공적인 위치에서 다음 대선까지 국민들에게 민주당이 사랑받게 만들기 위해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 고민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꽃 자체조사로 26일과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통신3사에서 제공한 무선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CATI)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