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HDC그룹의 상장 계열사 4곳의 이사회 윤곽이 나왔다. 지주회사 HDC와 사업회사 HDC현대산업개발이 사외이사를 전략적으로 맞바꾼다.

지주회사 HDC는 기술 및 재무·건설 전문가를 두며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욱 강화하게 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법조계 인사를 늘리며 사법리스크 대응 역량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HDC그룹 이사회 전략적 개편, HDC현산 사외이사 절반 법조인으로 채운다

▲ HDC그룹 상장 계열사 4곳이 28일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올해 정기 주총을 거쳐 HDC 사외이사는 3인은 모두 교체된다. HDC현대산업개발 이사회에는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가 1명 추가된다.


11일 HDC그룹에 따르면 HDC, HDC현대산업개발, HDC랩스, HDC현대EP 등 상장 계열사들은 각각 28일 정기 주주총회을 열고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의 재선임·신규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HDC는 이번 주총에서 사외이사 3명을 신규선임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사외이사 1명을 신규선임, 1명을 재선임하고 HDC현대EP는 1명을 신규선임한다.

HDC는 권인소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 및 전자공학부 명예교수와 정진택 고려대학교 공과대학 교수, 이영훈 전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한다.

HDC 기존 사외이사진은 과거 현대산업개발 사장과 부회장을 지낸 이방주 JR투자운용 대표이사 회장,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신제윤 법무법인태평양 고문,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부장판사를 지낸 김진오 법무법인동인 변호사였다.

올해 주총을 거쳐 HDC 사외이사진의 전문분야는 투자, 금융, 법률에서 기술과 재무 쪽으로 옮겨간다.

권 명예교수와 정 교수는 기술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권 명예교수는 카네기멜론대학교 대학원 로봇공학 박사로 2018년 5월 그룹 지주사 체제 전환을 위해 기존 현대산업개발이 HDC와 HDC현대산업개발로 분할된 이후부터 HDC현대산업개발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고려대 제20대 총장을 지낸 정 교수는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HDC 관계자는 권 명예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면서 “로봇·전기공학 분야의 권위자로서 풍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과 관련해 그룹 내 다양한 분야의 사업 투자 추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를 두고는 “고려대 총장, 한국유체기계학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기계공학 분야의 권위자로서 관련 분야의 전문성 및 다양한 지식을 보유해 그룹 내 기술력 강화 등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권 명예교수와 정 교수의 HDC 사외이사 임기는 2년이다.

이 전 사장은 포스코 재무투자부문 재무실장, 재무투자본부장 등을 지낸 재무 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이 전 사장은 포스코이앤씨 대표에 앞서 포스코퓨처엠 대표이사 사장도 역임했다.

HDC는 “이 후보자는 재무 분야의 전문가로서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재무상태, 경영성과, 위험관리 등을 모니터링하고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과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 전 사장의 HDC 사외이사 임기는 3년이다.

이번 사외이사진 재편은 그룹에서 지주사로서 HDC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강화한다고 해석된다.

기술 분야 전문가의 사외이사 영입은 HDC그룹이 공들이고 있는 디지털전환(DX)을 총괄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부분이다.

핵심 계열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스마트건설 및 친환경·탄소저감 역량 확보, 현장 안전·품질관리 강화, 기타 신사업 확대 등을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술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말 이뤄진 2024년 조직개편에서는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인 DXT(Digital Transformation Team)의 기능을 한층 더 강화하기도 했다.

2021년 12월 출범한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플랫폼 계열사 HDC랩스는 최근 AIoT 기술을 활용한 건물 관리 플랫폼 인사이트(insite)를 선보이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높였다.

이 플랫폼은 개별적으로 관리되던 에너지, 시설, 안전, 환경, 보안 등 내부 관리 모든 요소를 자동 제어 원격 관리하며 이를 토대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사진에 가세하는 이영훈 전 사장 또한 지주사로서 그룹 재무 관리 전문성을 더함과 동시에 핵심인 건설사업의 전략 설정에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법조인 출신을 사외이사에 더하며 법률적 리스크 관리 역량을 키우는 모양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2018년 5월부터 HDC 사외이사였던 부장판사 출신 김진오 변호사를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김 변호사는 HDC로 자리를 옮기는 권 명예교수의 자리를 메운다.

이로써 HDC현대산업개발 사외이사에 법조계 인사는 기존 김주현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와 함께 2명으로 늘어난다. 김 변호사는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이다.

이들 외에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김동수 고려대학교 미래성장 연구원장은 올해 정기 주총에서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재선임된다. 지난해 선임된 HDC현대산업개발 첫 여성 사외이사인 최진희 고려대 경영대학 마케팅 교수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김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며 “법률 분야 전문가로서 이를 바탕으로 회사의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건설업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과 함께 법조인 출신의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일이 많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26일 공포를 거쳐 2022년 1월27일부터 시행됐다.

게다가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공사 건물붕괴 사고와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와 관련한 법률적 리스크를 안고 있어 이를 대비한다는 차원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4구역 건물붕괴 사고 관련해 부실시공을 이유로 2022년 3월30일 서울시로부터 8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HDC현대산업개발은 곧바로 영업정지 처분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2022년 4월 집행정지 결정이 내려졌으며 현재 1심 본안소송이 계속되고 있다. 또 2022년 4월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을 이유로 변경된 4억 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처분도 취소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해서는 2022년 4월 영업정지 처분사전통지를 받아 추후 행정처분이 부과될 가능성이 남아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김주현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배경도 “법률 전문가로서 경영 전반에 대한 법률 조언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와 감사기능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돼 있다.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재료 계열사 HDC현대EP의 유일한 사외이사 자리는 그룹 내부 출신에서 외부 인사로 변경된다. 기존 HDC현대EP 사외이사는 HDC현대산업개발 영업본부장, 경영기획본부장(CFO)을 거친 김재식 전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였다.

HDC현대EP는 심준용 명지대학교 경영학과 부교수를 사외이사로 신규선임한다. 심 부교수는 2009년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고려대 대학원 경영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HDC그룹 이사회 전략적 개편, HDC현산 사외이사 절반 법조인으로 채운다

정몽규 HDC 대표이사 회장(사진)은 HDC, HDC랩스, HDC현대EP의 사내이사직을 유지한다.


HDC현대EP는 심 부교수를 놓고 “명지대 교수로 학문과 비즈니스를 결합하는 창의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다”며 “공인회계사로써 전문적 회계 및 경영지식을 바탕으로 전략적 비전과 통찰력을 제공할 자격이 충분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심 부교수의 HDC현대EP 사외이사 임기는 2년이다.

HDC랩스는 올해 정기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 관련 안건을 다루지 않는다.

한편 정몽규 HDC 대표이사 회장은 올해 주총에서 HDC와 HDC랩스의 3년 임기 사내이사로 재선임된다. 정 회장은 HDC현대EP 사내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HDC는 정 회장을 사내이사로 추천하며 “당사 대표이사로 20년 이상 재직하면서 다양한 경영 현안들에 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며 “회사가 업계 최고 수준의 영업이익률과 안정적 재무구조를 지닌 리딩 디벨로퍼(개발사업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고 말했다.

HDC랩스는 "그룹 회장으로서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고 있고 검증된 경영능력과 추진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지속적 성장을 이끌어 왔다"며 "향후에도 이사회 역량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전략적 의사결정을 통해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주주권익 향상에 기여할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