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민생지원 압박 등을 떠나 기업 내부적으로도 건전성과 상생경영을 중장기 지속성장의 길로 보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은 2023년 순이익 규모에서도 신한금융에 앞서면서 리딩금융 자리를 되찾아온 만큼 상생금융 등 업계 공통 화두를 놓고 책임과 역할이 더 무거워지기도 했다.
양 회장은 KB금융그룹 수장으로 첫 대외 행보부터 금융위원회의 ‘상생금융 간담회’로 시작했다.
그 뒤 올해 시무식과 상반기 그룹 경영진 워크숍, 계열사 경영전략회의 등에서 한결같이 상생금융을 제1과제로 내걸고 있다.
양 회장은 2024년 1월2일 서울 여의도 본점 신관에서 진행한 시무식에서 “기존의 방법이 ‘경쟁과 생존’이었다면 이제는 ‘상생과 공존’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KB고객의 범주에 ‘사화’를 포함해 KB-고객-사회의 ‘공동 상생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B금융은 양 회장 취임 뒤 첫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올해 상생금융 활동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KB금융은 은행권 민생금융지원에도 가장 큰 규모로 나선다. 2월 이미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환급 1차 프로그램에서 2581억3천만 원을 환급했다. 인천광역시 가정동에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돌봄 및 방과 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거점형 늘봄센터를 개관하는 등 상생경영 실행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은 ESG정보공시시스템 구축도 선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국제 ESG 공시기준에 발맞춰 상장기업의 ESG 공시기준 초안을 준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3~4월에 ESG 공시기준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양 회장은 이밖에도 회장 취임 뒤 첫 주요 계열사 대표 인사에서 KB손해보험, KB증권, KB자산운용 등에 내부 출신을 발탁했다.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비은행사업 강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됐다.
글로벌사업에서도 캄보디아 통합 상업은행 KB프라삭은행이 2월 그랜드오프닝 행사를 열고 본격적 대외활동에 나서면서 사업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상생금융에 적극적 행보가 돋보이는 가운데 비은행부문과 해외사업 강화를 위한 조직정비를 안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양 회장은 취임 첫 해부터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시작하는 만큼 회사의 성장세를 이어가야 하는 부담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 양종희 회장이 1월5일 열린 KB금융그룹 경영진 워크숍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 KB금융 >
KB금융은 지난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홀로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다시 한 번 갈아치웠다. KB금융은 2019년부터 순이익이 5년 연속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2021년 순이익이 4조 원대에 오른 뒤에도 해마다 순이익이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KB금융은 올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에 따른 경영·실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사업 역시 인도네시아 KB부코핀은행 적자 개선이라는 핵심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금융당국은 2월 마지막 주 홍콩 ELS 관련 현장검사를 마무리하고 배상안을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워뒀다. 현재 홍콩 ELS는 가입자 규모만 약 15만 명, 판매잔액은 19조5천억 원에 이르는 만큼 금융당국의 배상안 기준이 나와도 후속 수습과정에서 갈등과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 따르면 2024년 들어 2월까지 홍콩 ELS 손실금액은 1조 원을 넘었다. KB국민은행은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홍콩 ELS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한 은행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별 홍콩 H지수 ELS 판매잔액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7조8천억 원, 신한은행 2조4천억 원, NH농협은행 2조2천억 원, 하나은행 2조 원, 우리은행 400억 원 등으로 집계된다.
양 회장은 2023년 11월21일 취임사에서 KB금융의 4대 경영방향의 첫 번째를 상생금융으로 제시했고 마지막은 주주가치 성장을 이야기했다.
양 회장은 “사회적가치와 더불어 수레바퀴의 핵심 축인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주주의 변함없는 신뢰와 응원에 부응하기 위한 최선의 경주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