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2-28 1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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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 중·성동갑 공천배제(컷오프) 결정에 반발해 재고를 요청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동이 분수령을 맞이하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임 전 실장의 중·성동갑 공천 여부가 친문(친문재인)계와 친명(친이재명)계 사이의 갈등을 증폭시킬 뇌관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오른쪽)이 2월28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들어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천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임 전 실장이 직접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에 결정을 번복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선택에 관심이 모인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구성동갑에 대한 전략공천관리위원회의 추천 의결을 재고해 줄 것을 정중히 요청한다”며 “단결과 통합을 복원하고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당 지도부를 향해 자신을 공천하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전략공관위는 전날 임 전 실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서울 중·성동갑에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임 전 실장은 탈당이나 무소속 출마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최종 거취는 최고위원회의 답을 들은 후에 다시 말씀드리겠다”라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라며 민주당의 공천 결정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탈당과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친문계 공천 관련 논란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이 당의 공천 결정에 불복한다는 의사를 나타내면서 친명계와 친문계 사이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고민정 최고위원이 전날 임 전 실장의 공천결정에 항의하며 사퇴했다. 또 28일 국회 소통관에 임 전 실장의 기자회견을 예약한 사람은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의원이었다. 대표적 비명계 의원으로 분류되는 송갑석 의원도 기자회견에 함께 했다.
현역의원 하위 10%에 포함된 설훈 의원도 28일 탈당했다. 같은 날 박영순 의원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새로운 미래에 합류했다.
민주당 공관위는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을을 비롯해 기동민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성북을, 이장섭 의원의 충북 청주 서원 등을 전략지역으로 지정했다.
홍영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해 “민주당의 상황을 보면 (비명·친문계에게) 나가라는 분위기 아니냐”라며 탈당 규모에 관해서는 “5~10명까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이러한 반발을 의식해 공천 결정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는 기류가 현재까지 강하다.
친명계로 꼽히는 정청래 최고위원이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에 반발하는 친문계 의원들을 겨냥해 “4년 전 총선에서 다 문재인 이름을 걸고 국회의원이 되고 당선됐는데 친문이 아닌 국회의원 후보가 있었나”라며 “그런데 이재명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대한 몰이해고 역행”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날 서대문구 홍제동의 한 피트니스센터에서 직장인 정책간담회를 마친 뒤 당내 공천 갈등에 탈당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질문에 “규칙이 불리하다고, 경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해서 중도에 포기하는 것은 자유지만 마치 경기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경쟁의 과정에서 국민, 당원이 선택하는 걸 어떻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변화가 필요하고 현역의원들이 교체되는 과정에서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는 “강물이 흘러서 바다로 가는 것처럼 세대교체도 있어야 하고 새로운 기회도 주어짐으로써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선수 선발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신들의 기득권이나 기성의 위치를 잃게 되는 데 가만히 있겠나, 반드시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친문계의 반발을 가라앉히지 못한다면 총선에서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을 이뤄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 내부의 공천갈등이 지지자들의 분열로 이어져 투표장에 나오는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과 달리 민주당 지지자들은 당 내분이 있을 때마다 투표로부터 이탈을 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지방선거나 2007년 대선처럼 민주당은 투표율이 떨어졌을 때 선거에서 참패했다”고 바라봤다.
박 대표는 이어 “지금 야당의 분열 상태는 정권심판론이라는 동력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