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우리종합금융을 활용한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을 서서히 구체화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임 회장이 영입한 ‘증권맨’
남기천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우리종금 대표로 내정해 증권사 인수를 앞두고 ‘종금증권사’ 포석을 깔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우리종금이 지난해 실적 부진을 겪었고 종금업 라이선스 장점도 크지 않아 갈 길이 멀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를 구체화하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우리종합금융 대표에
남기천 우리자산운용 대표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 대표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하며 영입한 인사로 대우증권과 멀티에셋자산운용 등 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보낸 ‘증권맨’으로 꼽힌다.
눈여겨볼 점은 남 대표뿐 아니라 현재 우리종합금융을 맡고 있는 김응철 대표의 임기가 남아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금융은 우리종금 대표에 임 회장이 발탁한 증권 출신 인사를 앉힌다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에 따라 우리금융이 최근 검토설이 나온 포스증권 인수가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리금융은 그동안 증권사 인수를 노렸지만 마땅한 중대형급 매물을 찾지 못했고 그 결과 소형 증권사인 포스증권을 인수한 뒤 우리종합금융과 합병해 종금증권사로 키워내는 차선책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의 이른바 '플랜B'로 여겨지는 종금증권사의 강점은 ‘종금형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통한 자금조달력이다.
CMA는 증권사의 수시입출금 통장으로 볼 수 있다. RP(환매주건부채권)형과 MMF(머니마켓펀드)형 MMW(머니마켓랩)형과 종금사만 판매할 수 있는 종금형 등 여러 유형이 있다.
이 가운데 종금형 CMA는 유일하게 은행예금처럼 예금보험공사가 5천만 원까지 예금을 보호해 준다는 강점이 있다.
지난해 기준 업계 선두를 지킨 메리츠증권도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하면서 얻은 종금업 라이센스를 통해 종금형 CMA를 판매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크게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종금형 CMA의 이점이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종금형 CMA가 증권사에 허용된 유일한 예금보호상품이기는 하지만 다른 유형의 CMA도 사실상 파산위험이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예를 들어 CMA 가운데 가장 대중적 유형인 RP형은 증권사 보유 국공채나 지방채 등을 담보로 RP를 발행해 주는 방식이다. 신용도가 높은 채권이 담보로 잡히기 때문에 사실상의 국가부도 위기가 아닌 이상에야 원금을 보장받지 못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우리금융 관점에서는 종금증권사로 증권업에 진출하더라도 그 장점이 크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당장 우리종금의 기초체력 강화도 절실한 상황이다. 우리종금은 지난해 순손실 53억 원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우리금융이 그룹 차원에서 보수적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대비하며 충당금을 쌓은 영향에 우리종금 지난해 대손비용도 1600억 원으로 2022년의 10배 수준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다만 지난해 우리종금 영업수익도 1년 전보다 27.9% 줄어 전반적으로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종금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상황이 바뀔지 주목된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종금에 역대 최대 규모인 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자본력을 확충했다. 당시 우리종금은 증자를 통해 우리금융 비은행 부문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금융은 아직까지 포스증권 인수와 남 대표 거취와 관련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이사회는 29일에 열리며 이날 어떤 안건이 오고 갈지는 미리 알 수 없다”며 “
남기천 우리자산운용 대표와 김응철 우리종금 대표 임기는 올해 연말까지로 아직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