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전기차보단 하이브리드가 대세, 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 수정

▲ 이르면 올 연말 하이브리드 모델 추가가 예상되는 현대차 팰리세이드. <현대차>

[비즈니스포스트] 지난해 다시 불붙은 국내 하이브리드차 인기가 올해 더 거세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내수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2030년까지 여전히 국내에서 내연기관차 생산·판매 비중을 높게 잡고 있다.

하이브리드차 판매량 증가 추세에 따라 현대차그룹도 각 차종별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크게 늘리며, 기존 전동화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15일 카이즈유데이터센터 통계에 따르면 1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는 모두 3만9712대가 판매돼 전년 같은 달에 비해 판매량이 배 가까이(93.2%) 증가했다.

앞서 2022년 전년보다 14.3% 증가하는 데 그쳤던 국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지난해 1년 만에 46.3% 급증했다. 반면 2022년 국내에서 전년 대비 판매 성장률이 63.8%에 달했던 전기차는 2023년엔 1.1% 역성장을 기록했다.

여전히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세계적으로도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충전할 필요가 없는 하이브리드차가 전기차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최근 잇달아 하이브리드 신차 출시 계획을 내놓고 있다.

작년 11월 기아가 디젤과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해 오던 미니밴 카니발에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 데 이어, 가솔린 모델로만 판매해 온 소형 SUV 셀토스도 내년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치며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셀토스 하이브리드가 출시되면 기아는 준대형 SUV 모하비를 제외한 모든 내연기관 RV(레저용 차량)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보유하게 된다.

올 상반기엔 현대차도 미니밴 스타리아에 기존에 없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한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 역시 카니발과 같은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룹사 최초로 준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모델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르면 올 연말 출시될 현대차 팰리세이드 2세대 풀체인지 모델(LX3)은 종전 가솔린과 디젤 모델에서 디젤 모델을 단종하고, 대신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제네시스 제외)는 위탁 생산하는 경차 캐스퍼와 신흥 시장 대응에 집중하고 있는 소형 SUV 베뉴를 제외한 모든 승용 내연기관차 라인업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갖추게 된다.

최근엔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 여부가 소비자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대형차에 적합한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에선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모델이 출시될 것이란 관측이 계속 제기됐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고문(당시 CTO 사장)은 지난해 5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현대차 헤리티지 행사에서 "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보다 연비 측면에서 압도적 차이가 나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며 "2025년 출시될 모든 차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도 작년 11월 2년 동안 진행한 노사 간 고용안정위원회의 주요 합의사항을 알리는 소식지를 통해 기아 화성공장이 2025년까지 양산을 목표로 하는 2.5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 물량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해왔는데, 이는 기존 변속기에 모터가 붙어 있는 단일 모터(P0+02) 형태가 아닌 엔진에 모터가 하나 더 붙는 듀얼모터(P1+P2) 형태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도 제네시스 하이브리드 도입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트랜시스를 통해) 차세대 병렬식 구동방식을 구현한 뒤, 도요타와 같이 후륜 구동모터 도입 가능성이 높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하이브리드 양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현대차·기아 모델들이 전륜 구동을 기본으로하는 것과 달리 제네시스 브랜드는 후륜과 4륜 구동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 관계자는 "당분간 하이브리드가 대세일 것으로 보이지만,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하이브리드 출시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앞서 2021년 9월 제네시스는 2025년부터 수소연료전지차(FCEV)를 포함한 전기차로만 신차로 출시하겠다고 밝히며,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전환하는 전기차 전략을 추진해왔다.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 신차를 출시한다면, 기존 현대차그룹의 공격적 전동화 전환 전략이 하이브리드를 매개로 다소 선회하는 모습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도 전기차보단 하이브리드가 대세, 현대차그룹 전동화 전략 수정

▲ 제네시스 G80.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차는 지난해 개최한 '인베스터데이' 행사에서 2030년 글로벌 주요시장에서 전기차 생산 비중을 유럽 54%, 미국 75%, 한국 36%, 기타지역 16%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기아의 2030년 전기차 판매비중 목표는 한국 44%, 북미 47%, 유럽 74% 등이다. 

2030년까지도 현대차그룹의 국내 전기차 생산·판매 비중은 전체의 절반에 훨씬 못미치는 셈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높은 수익성을 갖춘 제네시스 브랜드가 가솔린과 디젤 모델 만으로 2030년까지 절반을 넘는 판매 비중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네시스가 전기차 전환의 중간 브리지 역할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할 것이란 데 무게가 실린다.

올 1월 국내에서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배 가까이 증가한 반면 휘발유차와 경유차는 각각 12.4%, 49.2% 판매가 줄었다.

현대차는 생산량이 아직 규모의 경제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전기차 부문에선 유의미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하이브리드차는 이미 내연기관차 수익성을 따라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승조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 전무는 지난달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지난해 4분기 전기차 침체 기간 동안 하이브리드 라인업은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을 60% 늘렸다"며 "하이브리드차 수익성은 이미 기존 내연기관차 수익성과 비슷하거나 또는 일부 차종은 더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