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흑자 흐름에 올라탔으나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유가 흐름이 심상치 않은 터에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아 올해 연간 실적에 비우호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한전 흑자에도 긴장의 끈 놓기 어렵다, 유가 심상치 않고 전기료 인상도 불투명

▲ 한국전력공사 본사의 모습.


13일(현지시각) 국제유가는 서부텍사스유(WTI) 기준으로 전날보다 1.24% 오른 배럴당 77.8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서부텍사스유는 최근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9월6일까지 9거래일 연속 상승한 이후 최장기간 상승세다.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등 다른 유종의 가격 역시 2월5일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12일 하루 소폭 하락했다가 13일에 다시 상승 마감해 대체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국제유가 상승 압력은 한동안 강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이 심화하는 상황은 국제유가 상승을 압박하는 주요 원인이다. 근래 들어서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 일대를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해 원유 수송로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원유 수요도 늘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에 시장전망치인 2.0%를 웃도는 3.3%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였고 중국은 인민은행이 2월 들어 지급준비율(RRR)을 낮추는 등 경기부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단기 전망을 놓고 “지난해에는 불안한 중동정세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급격한 원유 생산 증가를 통해 국제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며 “하지만 이제는 미국의 DUC(미완공 유정)이 급격히 감소해 추가적 원유생산에 한계가 임박했고 상황에 따라 올해 1분기 국제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한전의 영업 상황을 보면 지난해 12월 전력판매 마진은 kWh당 32.2원으로 조사됐다. 월간 기준으로 지난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나 11월의 전력판매 마진인 kWh당 54.1원과 비교하면 비교적 크게 떨어졌다.

한전의 전력판매 마진은 각종 비용을 고려하면 kWh당 20원 이상은 돼야 흑자로 여겨진다.

국제유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환율 변동 등 변수를 고려하면 언제든 한전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상황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전은 지난해 4분기까지 다섯 개 분기 연속으로 상승한 전기요금에 힘입어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영업이익 흑자 전환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전력판매 마진의 폭이 줄면 영업이익 흑자를 보더라도 완전한 경영 정상화를 바라보기에는 다소 아쉬운 수준에 그칠 수 있다.

한전은 지난해 2분기까지 이전 아홉 개 분기 연속으로 누적된 적자가 40조 원을 웃돈다. 국제유가 상승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적자 해소를 위해 추가적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한전이 감당할 연간 이자 비용이 약 3조3천억 원이고 하루로 따지면 9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전기요금 조정은 꼭 필요하고 절실한 문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제유가 상승이 물가상승률도 자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제때 진행되기 어려울 수 있다.

전기요금 결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상반기 중에 물가상승률을 2%대로 안착시킨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기재부는 적어도 상반기 중에는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재부는 1월 소비자물가를 2.8%로 발표하며 “2~3월에는 물가상승률이 다시 3% 안팎으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올해 하반기에는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선도 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 총선 이후 전기요금 인상의 방향성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우나 상당한 수준의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은 분명하고 공감대도 형성돼 있다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