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사태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뜻을 연일 내놓고 있다.

다만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은 그동안 금감원의 태도 등을 지적하며 만족할 만한 배상안이 나올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특히 이 원장이 제안한 금융사 자율배상안을 놓고는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복현 홍콩H지수 ELS 사태 해결 강한 의지, 피해자 배상안 의구심은 여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열린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이 원장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진행한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ELS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사례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합당한 수준의 피해구제를 추진하겠다”며 “올해부터는 금융기관으로서 당연한 책임을 회피하면 시장 퇴출도 불사하겠다는 원칙 아래 단호히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방송사 인터뷰를 통해 불완전 판매를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며 금융사 자율배상 등을 언급한 데 이어 다시 한번 ELS 사태 엄정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은 금융당국 수장이 ‘시장 퇴출’이란 강한 단어를 사용했음에도 여전히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이 원장이 자율배상 등의 이야기를 내놓은 뒤 피해자분들이 전반적으로 더 화가 났다”며 “이번 사태는 일반적 불완전 판매가 아니라 시작부터 사기로 그동안 피해자들은 손실에 제대로 된 일상을 보내지도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금 100% 보장은 당연한 것이고 그 뒤 그동안 겪은 피해보상을 논해야 하는데 금감원은 자율배상을 언급하며 기준 마련을 회피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이 금융사의 자율배상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더 당국의 책임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은 이뿐 아니라 금감원이 지난 주까지 진행한 3자대면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ELS 불완전 판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판매 금융사 직원과 금감원, 가입자로 구성된 3자 대면을 진행했다.

이 관계자는 “ELS 사태 조사를 위한 3자 대면 절차는 너무 빠르게 끝났다”며 “피해자가 많은데 한 금융사 당 1~2주 안에 어떻게 모든 조사를 진행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은행 본점 직원 한 명이 더 들어와 3자 대면이 아니고 4자 대면으로 진행됐는데 이게 왜 허용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은행 쪽에서만 2명이 나와 조사에 마음 편히 임할 수 없었고 3자대면이 진행된 절대적 시간도 짧았다는 이야기다.

금감원은 해당 주장과 관련해서는 조사중인 사안으로 확인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복현 홍콩H지수 ELS 사태 해결 강한 의지, 피해자 배상안 의구심은 여전

▲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이 1월19일 서울 마포 금감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원장은 ELS 사태 해결을 위한 1차적 방안으로 '자율배상'을 내놓고 은행권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 자율배상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50%라도 먼저 배상을 실시하는게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서도 “금융사와 소비자가 합의를 도출하는 자율배상안이 원칙”이라며 “금융사가 공적 절차 밖에도 먼저 자율배상으로 어려운 처지의 소비자가 먼저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절차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자율배상안은 다만 금융권에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은 지속해서 설명과 서명 등의 의무를 모두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불완전판매를 인정하지 않는데 어떻게 자율배상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배상을 하는 만큼 배임 우려마저 제기하고 있다.

이 원장은 설 연휴 이후 계속해서 검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는 “부적절한 판매가 있었던 것을 확인했고 당국이 ELS 제도를 운영하는데 있어 지나치게 형식적이었다면 국민께 사과하겠다”며 “15~16일 정도에 2차 현장점검을 나갈 것이며 가급적 이달 중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