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신년 기자회견서 총선 승리로 위기극복 다짐, 선거제는 "의견수렴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기자회견을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이 대표는 시종일관 굳은 목소리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을 ‘퇴행’이라 규정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여당과 차별화를 통해 민주당이 ‘대안야당’임을 전달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내세운 ‘운동권 청산론’을 ‘검사독재 청산’으로 맞받으며 ‘정권심판론’구도를 놓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 개편에 관해서는 조만간 결론을 낼 것이라며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2024년 오늘, 겹겹의 위기가 국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독단과 무능으로 대한민국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를 둘러싼 상황을 △민생경제 위기 △저출생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전쟁 위기로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는데 주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가 ‘낙수효과’를 근거로 감세정책을 펼쳤지만 돌아온 것은 세수결손과 저성장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임기 초부터 이른바 ‘낙수효과’를 내세워 초부자감세를 추진했지만 성장은커녕 막대한 세수결손과 재정 부족에 따른 서민지원 예산 삭감, 연구개발(R&D) 예산 대규모 삭감을 불러온 게 윤석열 정권 2년차의 적나라한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총선 승리를 통해 ‘혁신의 선도자’가 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미래 경제환경을 피할 수 없다면 신속하게 정책방향을 바꾸고 속도를 올려 '추격자'에서 '선도자'로 변신해야한다”며 “첨단 미래산업과 기초과학에 집중 투자하여 AI(인공지능)·혁신산업 중심의 선도국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R&D 예산 대폭 확대를 비롯해 중소·중견기업 기술경쟁력 강화, 벤처투자 모태펀드 확대, 금융기관의 벤처투자 방식 다양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의 생존을 위협할 문제로 떠오른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해결책으로 ‘출생기본소득’과 ‘범국민 저출산 대화 기구 도입’을 제시했다.

이 대표는 출생기본소득에 관해 “지금까지는 부모를 대상과 기준으로 삼아 정책을 만들었지만 이제부터 저출생 대책은 부모가 아닌 ‘출생아’ 자체를 대상과 기준으로 해야한다”며 “보편적 출생지원 원칙에 기초해 아동수당처럼 ‘분할목돈지원 방식’의 출생기본소득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필요하다면 대학등록금을 포함한 교육비 일체에 대해 ‘과하다 싶을’ 정도의 보편지원책까지 만들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언론검열, 이념전쟁으로 민주주의마저 후퇴했다며 더 이상의 퇴행을 막기 위해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사람과 경제, 평화와 민주주의, 희망과 미래를 살리는 ‘살림의 정치’를 복원해야한다”며 “민주당에는 IMF 금융위기와 박근혜 탄핵 공백, 코로나 위기를 이겨낸 위기극복 DNA가 있는 만큼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윤석열 정부가 불러온 국정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도발을 규탄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권이 북한을 상대로 강경한 대응만 고수해 위기감만 증폭됐다고 주장하며 남북 간 대화를 위한 ‘핫라인’ 설치를 제안했다.

이 대표는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에게 유해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해야한다”며 “우리 정부는 우발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서방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도 여당의 노태우정권이 열고 민주당 정권이 확장한 북방외교를 포기해선 안 된다”며 “윤석열 정부는 전쟁방지-평화의 핫라인부터 즉각 복원하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신년 기자회견서 총선 승리로 위기극복 다짐, 선거제는 "의견수렴 중"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질의응답에서 이 대표는 ‘검사독재 청산’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한 위원장이 민주당의 운동권 출신 현역의원들을 상대로 ‘자객공천’을 실행하며 운동권 청산을 내세우고 있다는 질문에 이 대표는 “지금 청산해야 될 가장 중요한 과제는 검사독재”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자기 눈에 보이는 ‘남의 눈 티’보다 자기 눈의 들보를 먼저 보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이 대표는 선거제도 개편에 관한 결론을 낸 뒤 별도로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선거제 개편에 대한 당론 결정 시점을 묻는 질문에 이 대표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이해관계가 있어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 중”이라며 “길지 않은 시간 안에 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이 대표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확보할 의석수 목표는 ‘151석’이며 목표달성도 매우 힘들다는 태도를 보였다. 낮은 자세로 선거에 임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지지층 결집은 물론 중도층·무당층에게 오만한 이미지를 보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번 선거가 우리 민주당에게 매우 어려운 선거이고 목표는 제1당이지만 목표치를 최대로 올린다면 151석을 하는 것”이라며 “그것(151석 확보)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가능성이나마 있는 엄중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