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원 금호석유화학 인재개발팀 차장이 19일 서울 중구 금호석유화학 본사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지난해 EBS의 한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조앤 윌리엄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법대 명예교수가 2022년 한국의 합계출산율(0.78명)을 보고 내뱉은 말이다. 이 문구는 한국의 저출산 문제를 집약해서 보여주는 표현으로 화제가 됐다.
이처럼 한국의 저출산 문제, 출산율 저하를 놓고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합계출산율이 0.65명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치권에서 지난 18일 여야가 모두 대대적으로 저출산 대책을 내놓은 점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금호석유화학그룹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신규 복지 제도 ‘금호케어(Kumho-CARE)’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금호케어는 넷째 출산 때에는 축하금으로 최대 3천만 원을 지원하는 파격적 내용이 담기면서 주목을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는 19일 금호케어의 구상과 설계를 도맡은 최정원 금호석유화학 인재개발팀 차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금호케어는 어떻게 구상, 설계, 시행까지 오게 됐는가. 기존 직원 복지제도를 강화하게 된 전환점이 있을까.
“다른 기업들, 특히 금호석유화학과 같은 석유화학 업종의 기업들과 비교해봤을 때 2010년대 중반 산단기업 처음으로 산후조리비를 지급하는 등 업계에서 임신, 출산, 육아 관련 중상위권의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었다.
물론 일부 항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부분도 있었고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당면한 문제이기 때문에 인사제도 담당자로서 계속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다.
이렇게 복지 제도 등 인사제도 전반에 걸친 검토가 꾸준히 진행되던 상황에서 금호케어 진행이 탄력을 받게 된 것은 오너 3세들이 관심을 두고 직접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기업의 오너인
박준경 사장, 박주형 부사장이 신규 복지 제도를 만드는데 관심을 갖고 직원들의 불편함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틀이 잡히고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가량 구상, 설계를 거쳐 빠르게 실시됐다.”
- 출산축하금이 최대 2천만 원으로 결정됐다가
박찬구 회장의 지시로 3천만 원으로 상향됐다. 초기 지원 규모 자체부터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계에서 금호석유화학이 출산축하금 제도를 제일 먼저 시행했다. 이후 대부분의 기업이 출산 때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실시했고 금호석유화학은 중간 정도의 지원금을 주고 있었다.
출산축하금이 조금 적다는 인식이 있었다. 기존 출산축하금이 첫째 10만 원부터 셋째 이상 최대 100만 원이었는데 이를 대폭 늘려야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왜냐하면 기존 제도에서 소폭의 변화로는 결국 낮은 수준의 지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폭 금액을 상향해야 의미가 있다고 판단했다.
출산축하금을 첫째 500만 원부터 셋째 1500만 원, 넷째 2천만 원으로 결정했고 이후
박찬구 회장이 ‘직원이 출산을 결정하는 데 힘을 더 실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각별한 의견을 내 셋째 2천만 원, 넷째 3천만 원으로 최종 상향됐다.
박찬구 회장이 예전부터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느껴졌다.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에 앞서 직원들이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출산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항상 직원들에게 안부 인사로 자녀가 잘 자라고 있는지를 물어보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 그렇다면 금호케어를 설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어떤 기준으로 지원 항목이 결정됐는지.
“우선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에서 발표한 우수 기업, 석유화학업계 및 다른 업계까지 포함해 임신·출산·육아 복지제도를 펼쳐 놓고 어떤 항목들이 시행되고 있는지를 봤다.
그리고 금호석유화학은 모든 항목에서 빠짐없이 다루는 것에 집중했다.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펼쳐 놓으면 중간중간 비어 있는 복지 항목들이 있는데 금호석유화학은 임신부터 출산, 육아까지 전주기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항목 이외에 금호석유화학만이 하게 되는 항목들을 채워가는 방식이었다.
기존 복지 제도와 비교해 금호케어에서 새로 추가된 항목은 난임 시술비, 입양휴가, 입양축하금 등이고 범위를 넓혀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는 장애우 재활수당 및 보장구 구입비를 크게 늘렸다.”
▲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올해부터 시행한 '금호케어(Kumho-CARE)' 소개 이미지. <금호석유화학> |
- 그렇다면 출산축하금 이외 항목들의 지원 규모는 어떻게 결정됐나.
“우선 가능하면 법적으로 보장되는 수준보다 더 높은 복지를 제공하는 것을 신경썼다.
예를 들어 난임 휴가를 보면 법적으로는 유급휴가 1일에 무급휴가 2일이 보장된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존에 법적 기준과 동일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금호케어에서 휴가일수를 확대해 유급휴가 3일, 무급휴가 3일까지 모두 합쳐 6일 제공하기로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정도로 반영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현재 법적으로 1년 육아휴직이 보장되지만 일부 기업에서는 법적 1년에 더해 1년 더 육아 휴직을 할 수 있게 제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도 그렇게 시행할 수 있지만 법적 1년 이후 1년은 육아휴직급여가 없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 실제 사용률은 떨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금호케어에서는 법적 기준을 유지하되 자유로운 사용과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법적으로 보장하는 최대 1년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육아휴직 대체자를 적극적으로 뽑고 승진에도 불이익이 전혀 없다. 그래서 남자직원들까지 육아휴직을 사용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그래서 실질적으로 제시한 것이 새로 신설된 아빠도움휴가다. 출산 두 달 이내에 5일의 유급휴가를 기존 출산휴가에 추가로 부여하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신생아 시기에 가장 힘든 점을 고려해 이때 조금이라도 더 육아에 기여하고 아기와 스킨십을 늘릴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난임 시술비도 1년에 시술이 가능한 횟수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무작정 총 지원 금액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회당 최대 300만 원을 무제한으로 지원하게 설계됐다.”
- 실제 시행 뒤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우선 금호‘케어’(Company and All employees Respect and Encourage you)라는 이름을 지을 때부터 신경을 많이 썼다.
빈틈없는 임신·출산·육아 복지제도를 세우는 데 중점을 둔 만큼 전반적으로 회사가 직원들을 말 그대로 ‘케어’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구체적으로도 회사와 모든 임직원이 임신·출산·육아를 존중하고 응원한다는 뜻이다.
많은 직원들이 단어 하나하나에 복지 제도가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알아주고 이해해줬다.
직원들의 반응도 좋은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아빠도움휴가는 시행되자마자 다수의 직원이 신청했다.
난임, 입양 등 현실적으로 다른 사람과 편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도 공식적으로 포함 및 확대됐다는 점, 장애우 지원을 크게 늘린다는 점 등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 복지 규모가 늘어나면 쓰는 돈이 많아지는데 비용면에서 내부적으로 시행이 어려운 부분은 없었는지.
“회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보면 비용이 높아진다는 것은 당연히 민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너, 전문경영인들도 임신·출산·육아 복지 제도에 관심이 많아 규모가 크게 늘었음에도 최종적으로 시행되는 데까지 전혀 걸림돌이 없었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가 더 많이 검토됐다.
게다가 복지는 비용이 아니라 직원의 동기부여, 애사심 강화 등 계산할 수 없는 긍정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비용이 아니라 무형적 가치에 중점을 뒀다.
물론 복지를 통해 무형적 가치 창출이라는 효과를 보기 위함이 절대 우선순위가 아니다.
금호케어를 처음으로 구상, 설계하고 최종 시행하면서 설정했던 목적은 ‘국가적 문제인 저출산 극복에 기여하고 안정적 임신·출산·육아를 위한 경쟁력 있고 실질적인 제도를 시행해 궁극적으로 금호석유화학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함’이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