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4-01-24 11: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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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의 전략공천지 선정 기준과 더불어민주당의 전략공천지가 공개되면서 해당 지역에 출마를 예정했던 이들의 반발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국민의힘은 애초 정치 신인에 대한 가산점 부여를 포함한 ‘시스템 공천’으로 지지율 반전을 꾀했지만 전략공천 대상지 확대에 따라 지역 기반을 다지던 정치 신인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제3지대 정당들이 최근 존재감을 키움에 따라 거대 양당의 공천 탈락자 혹은 정치 신인들의 행보가 이번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전략공천지 선정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17곳의 전략공천지를 발표한 민주당과 달리 선정 ‘기준’을 발표한 것이지만 사실상 전략공천 예정지를 발표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23일 공관위 2차 회의 뒤 브리핑에서 “여야를 불문하고 과거 공천 사례를 살펴보면 후보자 선정 기준이 불분명해 사천, 줄세우기 공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위원장은 우선추천(전략공천) 대상 지역구 기준으로 △지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패배한 곳 △재·보궐 선거를 포함해 최근 국회의원 선거에서 3연패한 곳 △현역 국회의원과 직전 원외 당협위원장이 공관위 심사 과정에서 배제된 곳 △공관위 심사과정에서 모든 공천 신청자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된 곳 △현역 위원 또는 직전 당협위원장이 불출마한 지역구 등으로 정했다.
이 가운데 공천 신청자의 경쟁력이 현저히 낮다는 기준은 여론조사에서 다른 당 후보 대비 본선 경쟁력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지역을 말한다.
직전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이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169개 지역구에서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공관위에서 전략공천지를 선정할 수 있는 범위가 상당히 넓어졌다.
전략공천지의 숫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해당 지역에 문을 두드리고 있던 정치신인들은 가산점을 떠나 경쟁을 시작해보지도 못하고 전략공천을 받은 유력 인사에 밀려 탈락하게 된다.
특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의 출마를 직접 발표한 서울 마포을이나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이 출마를 공식화 한 인천 계양을 등 지역은 최근 3연패 기준에 부합해 전략공천이 가능하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상대책위원과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또 현역 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서울 송파갑, 부산 중·영도구, 부산 사상구, 서울 중구·성동갑·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지역구를 옮긴 부산 해운대갑 등도 전략공천이 이뤄질 수 있는 지역이다.
한 위원장이 19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경율 비대위원의 마포을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이 지역구 출마예정자들이 ‘전략공천’에 대한 의구심을 품었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는 셈이다.
김성동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험지·사지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땀과 눈물을 흘려가며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치르고 뭔가 일궈보겠다고 노력한 사람들의 노력을 이렇게 무시할 수 있느냐”며 “이렇게 무시하는 발언은 있을 수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공관위는 면접과 1차심사로 경선이 없이 이뤄지는 단수공천 기준으로 △1위 후보 지지율이 2위 후보에 2배 이상 앞서는 경우 △부적격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 공천 신청자가 1인인 경우 △복수 신청자 중 1인을 제외한 모든 경선 후보가 범죄경력 등 윤리기준에 의해 부적격으로 배제된 경우 △공천심사점수에서 1위와 2위 후보자 간 격차가 30점을 초과한 경우를 제시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에 따르면 전략공천은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구의 20%를 초과할 수 없어 현역 의원 300명을 기준으로 최대 50곳까지 가능하다. 다만 단수공천은 제한이 없다.
공관위는 높은 도덕성 기준을 충족한다는 전제로 인지도나 지지율이 월등히 높은 후보자의 경우 단수 공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시한 것인데 이 역시 정치신인들에겐 가혹한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변인, 청년최고위원 등 인지도가 높은 직위를 경험했던 정치신인을 제외하면 여론조사 등에서 현역 의원 또는 유력인사 등에 이길 가능성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장 간담회에서 임혁백 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에서도 전략공천지를 발표하자 해당 지역에서 출마를 계획했던 이들의 반발 기류가 포착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먼저 전략공천지 선정을 완료했다.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회는 15일 현역의원 불출마 지역 7개 선거구와 현역의원 탈당 지역 10개 선거구 등 모두 17개 지역을 전략선거구로 발표했다.
민주당은 현역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힌 △서울 중구·성동구갑 △서대문구갑 △대전 서구갑 △세종 세종특별자치시갑 △경기 수원시무 △경기 의정부시갑 △경기 용인시정과 현역의원이 탈당 지역인 △인천 남동구을 △부평구갑 △광주 서구을 △대전 유성구을 △경기 안산시단원구을 △남양주갑 △화성시을 △충남 천안시을 △논산시계룡시금산군 △전북 전주시을을 전략공천지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 후보로 세종시 출마를 준비 중인 이강진 전 세종시 정무부시장이 “중앙당의 요청”이라며 출마 지역을 세종을에서 세종갑으로 바꾸기로 하면서 자신의 전략공천 가능성을 언급하자 민주당 세종갑 예비후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박범종 더불어민주당 세종갑 예비후보는 22일 세종시청 브리핑룸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이강진 전 부시장에게 출마지역을 변경하라고 통보한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 전 부시장이 ‘중앙당 요청’이란 말과 함께 전략공천을 운운하는 것은 민주당 공천 시스템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종용 세종갑 예비후보도 같은날 페이스북에서 “지금 중앙당에서 공천심사가 진행 중인데 (이 전 부시장은) 정치 대선배로 시의성을 고려해 행보해 주길 요청한다”며 “중요한 시기에 지나친 욕심은 모두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다”고 반발했다.
매 선거 때마다 공천에 대한 불만으로 탈당을 감행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사례는 빈번했다. 지난 총선에서 컷오프 뒤 홍준표 대구시장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사례가 있다. 민주당에서도 문희상 전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 후보가 당 컷오프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일이 있었다.
다만 지난 선거와 달리 이번 선거에서는 ‘빅텐트’를 표방하는 제3지대 정당 세력이 있어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공천 과정에 불만을 품은 인사들이 대거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3지대가 이념·사상적 경계를 넓게 가져간 만큼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보다 제3지대 정당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호3번'으로 출마하는 것이 선거 과정에서 훨씬 더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공천에 불복해 탈당을 강행할 의원이 상당 수 존재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이들의 탈당은 제3지대 정당 세력이 확장하는 상황과 맞물려 더 큰 폭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친윤(친윤석열)’과 ‘친명(친이재명)’의 범주에 속하지 못하는 당내 비주류 인사뿐 아니라 지역구에서 경쟁력이 있는 중진 의원들까지도 탈당 뒤 신당에 합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허은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신당 합류 의사를 타진한 의원이) 10명을 넘고 중진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진 의원들에 더해 지역 기반을 닦은 정치 신인들과 청년 정치인들이 제3지대 정당에 힘을 싣게 되면 올해 총선 지형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으로서도 지지세가 있는 제3지대 후보를 포함해 3자 구도가 형성되면 수도권 등 경합 지역구에서는 섣불리 승리를 장당하기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해 박성민 정치컨설팅 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양자 구도가 될 확률이 20%, 3자나 4자 구도가 될 확률이 각각 40%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