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첫 출발선에서부터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닥뜨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전방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둔화가 가시화하고 있는 데다 가장 주력했던시장인 북미에서 사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LG엔솔 전방 수요 둔화와 북미 불확실성 ‘이중고’, 김동명 가시밭길에서 첫출발

▲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가시밭길에서 첫출발을 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10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당분간 부진한 실적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전날 공시한 2023년 4분기 잠정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53.7% 감소한 33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4.2%다. 

당초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추정치 평균(컨센서스)가 5877억 원 수준이었 점을 감안하면 기대치를 크게 밑돈 성과를 냈다고 볼 수 있다. 전방 업황 악화를 반영해 이미 시장 기대치가 낮아진 상황이었는데 실제 성적은 그보다도 못미친 것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제도에 따른 세제혜택 2501억 원을 제외한 자체 영업이익은 881억 원에 그친다. 이를 고려하면 영업이익률은 1.1%에 불과하다.  

실적 후퇴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전방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가 첫 손에 꼽힌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완성차기업들의 출하량 부진 탓에 현지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며 고정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방 수요 둔화에 따른 실적 부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전방의 완성차업체들이 전기차 신차의 출시 계획을 늦추고 전기차 전환과 관련한 중장기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수정한 만큼 배터리 수요 회복이 단기간 이뤄질 공산은 높지 않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요 완성차업체들의 전기차 재고가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증가했는데 전기차 수요 둔화가 겹치며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배터리 셀 주문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며 “전기차 재고가 정상화되기까지 적어도 1개 분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가격 하락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배터리 셀과 소재는 원료인 금속 가격에 연동된 제품 가격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데 리튬을 비롯한 금속 가격 하락세에 따라 셀 가격도 덩달아 떨어졌다. 마진 폭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재고자산 평가차손이 올해 실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가격은 2023년 11월 144달러/kWh에서 올해 1분기 130달러/kWh로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를 반영하면 1분기 실적이 영업적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에 선임된 김동명 사장으로서는 출발 시점부터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과 마주한 셈이다. 

업황 악화가 예견돼 있었던 만큼 김동명 사장도 이를 반영한 내실 위주의 경영전략을 채택할 뜻을 밝힌 바 있다. 

김 사장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게시한 취임사를 통해 “지난 3년이 양적 성장과 사업의 기반을 다진 엔솔1.0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강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압도적 경쟁우위를 확보해 진정한 질적 성장을 이루는 엔솔2.0의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사장 앞에 놓인 경영 난제는 전방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업황 악화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차세대 주력시장인 북미시장에 각종 불확실성이 커지며 김 사장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는 제너럴모터스(GM)과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혜택을 공유하는 문제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합작해 미국에 세운 배터리 생산법인 얼티엄셀즈를 운영하며 이미 해당 생산시설의 생산·판매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실적에 반영하고 있다. GM 측은 세액공제 혜택에서 자신들의 몫을 더 높게 배분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엔솔 전방 수요 둔화와 북미 불확실성 ‘이중고’, 김동명 가시밭길에서 첫출발

▲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오하이오주 배터리공장. <얼티엄셀즈>

GM이 합작사이자 전기차 제조사로서 고객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라 볼 수는 없는 만큼 혜택의 배분 비율이 불리하게 수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가 북미시장의 경영환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유력한 공화당 대통령선거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추진했던 전기차 전환 등의 친환경 정책이 대폭 수정될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폐지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입법 절차를 거쳐 통과된 법안인 만큼 행정부가 바뀌어도 전면 폐기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여전히 많다. 

하지만 적용 규정을 까다롭게 한다든지 혜택을 축소하며 국내 기업들에게 불리하게 수정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더군다나 전기차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보이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정책기조를 감안하면 그의 재집권이 현실화되면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가 대폭 축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전기차 전환 속도도 그만큼 늦춰질 수밖에 없다.

김동명 사장은 악화된 사업환경과 불확실성에 직면하며 다방면에서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 공급망 확보를 통해 조달 비용과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공정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도 전기차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은 만큼 LG에너지솔루션이 장기적으로는 성장 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북미 선점 효과는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얼티엄셀즈 2기 가동에 따른 북미 시장 중심의 실적 회복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토요타와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을 포함해 제너럴모터스, 스텔란티스, 혼다, 현대차그룹 등과 합작법인 설립을 진행하며 특정 완성차업체 의존도는 경쟁사들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