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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배의 시간' 오나, 큐텐이 11번가 새 주인 될 가능성 높아 보이는 이유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1-09 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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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11번가가 매물로 나오면서 누가 이를 인수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지만 한국 시장의 특성과 각 회사의 사정 등을 감안할 때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에게 기회가 오지 않겠냐는 시선이 나오는 배경이다. 
 
'구영배의 시간' 오나, 큐텐이 11번가 새 주인 될 가능성 높아 보이는 이유
▲ 11번가가 매물로 나오면서 큐텐이 인수 후보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구영배 큐텐 대표이사.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구 대표는 지난해 말 11번가와 장기간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을 정도로 이 매물을 탐내고 있다. 11번가 재무적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를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큐텐과 11번가의 매각 협상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9일 이커머스업계에 따르면 11번가 지분 18.18%를 보유한 재무적투자자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사실상 11번가 강제매각 수순에 들어가면서 매각 후보로 아마존과 알리바바그룹, 큐텐 등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가 매각을 추진했을 때 이미 후보자로 거론된 기업들이다. 11번가의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문제 등 여러 사정을 감안했을 때 국내 주요 이커머스 기업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에서 해외 기업 위주로 11번가 인수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후보군들의 면면은 화려한 편이다.

미국 아마존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대 유통기업이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역시 중국 최대 규모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두 회사가 실제로 11번가 인수에 뛰어들지는 의문이라는 시선이 제법 많다.

아마존은 현재 글로벌 20여 개 나라에 진출해 있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글로벌 5~6위가량 된다는 점에서 한국을 잠재적 진출 국가로 여겨온 세월만 해도 십수년이 넘는다.

그러나 실제로 한국에 여태껏 직접 진출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한국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과거부터 한국 인터넷 시장은 구글도 장악하지 못한 시장이라는 평가를 들었을 정도로 외국계 기업에게 특히 까다로웠다. 이베이코리아가 G마켓을 인수하는 형태로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런 이유 대문이다.

아마존이 사업을 펼쳐나가는 방식으로는 한국에서 경쟁력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아마존은 대규모 물류센터를 빠른 속도로 확보한 뒤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빠른 배송을 통해 시장을 장악해나갔다. 하지만 한국에는 이미 쿠팡이 이런 모델로 성공 공식을 만들어냈다. 쿠팡의 뒤를 따라 다른 플랫폼들도 모두 저마다 물류센터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무엇보다도 출혈경쟁이 뻔하게 예상된다는 점이 아마존에게 가장 큰 부담일 수 있다.

현재 시장 구도를 보면 쿠팡과 네이버, SSG닷컴-G마켓 연합이 전체 이커머스 시장의 60%가량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나머지는 11번가와 티몬, 위메프, 롯데온, 인터파크커머스, 컬리, 오아시스 등이 나눠 가지고 있다.

쿠팡과 네이버를 제외하면 나머지 회사들의 재무 상태는 열악한다. 아마존이 뚜렷한 비교우위 요소 없이 뛰어든다면 이런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는데 이는 아마존 입장에서도 전혀 이득이 될 수 없다.

아마존이 2021년 9월부터 11번가와 손을 잡고 ‘아마존스토어’라는 제휴몰 형태로 한국에 진출했지만 이 사업을 적극적으로 확장하지 않는 이유도 이런 현실들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시장에서는 알리바바그룹의 11번가 인수 가능성도 낮게 보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지난해 3월부터 한국 시장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가품 논란 등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이용자 수를 늘려가면서 동시에 투자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11번가를 인수하면 알리익스프레스가 갖추지 못한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지만 당장 11번가를 정상화하기 위한 투자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중복 투자가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이미 알리바바그룹은 11번가 인수에 선을 그어 놓기도 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는 2023년 12월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1번가 인수와 관련한 질문에 “아무런 계획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알리익스프레스의 우선적 목표는 소비자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송이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마케팅총괄도 “인수와 관련된 것보다는 알리익스프레스로 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하는 데 더 에너지를 쏟을 것이다”고 말했다.

구영배 대표가 이끄는 큐텐이 11번가를 인수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후보라는 의견은 이런 사정들 때문에 힘을 얻고 있다.

구 대표가 11번가를 매우 탐낸다는 사실은 투자금융업계에서 매우 유명한 얘기다. 지난해 하반기에 11번가를 인수하기 위해 장기간 매각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끝까지 11번가 마음을 붙잡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영배의 시간' 오나, 큐텐이 11번가 새 주인 될 가능성 높아 보이는 이유
▲ 큐텐은 지난해 말 11번가 인수를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알려진다.

큐텐은 애초 11번가에 지분교환 방식의 인수를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큐텐이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 위메프를 인수하면서 썼던 방식이다.

하지만 11번가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지분교환 방식을 마뜩치 않게 생각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현금 확보가 최우선이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큐텐에게 도움을 줬던 사모펀드들이 펀드를 5천억 원 규모로 조성해 큐텐의 11번가 인수를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된 것으로 전해진다. 구 대표가 그만큼 11번가 인수를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SK스퀘어 측이 지난해 11월 말 매각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큐텐의 11번가 인수는 불발됐다.

물론 SK스퀘어가 큐텐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거절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이 사정을 아는 한 업계 관계자는 "큐텐이 5천억 원과 관련해 SK스퀘어 측에 지급보증을 서 달라고 요구하면서 협상이 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SK스퀘어 입장에서는 다른 주주들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어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SK스퀘어가 아닌 재무적투자자들이 11번가 매각에 나선 만큼 큐텐으로서는 오히려 11번가를 품기에 더 좋은 기회가 조성될 수도 있어 보인다.

재무적투자자들은 현재 11번가 매각 예상 가격으로 5천억 원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들이 5년 전에 11번가에 투자하면서 넣은 원금 5천억 원에다가 이자만 붙인 수준인데 사실상 지분을 서둘러 매각하고 빠져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만큼 매각 의지가 강력한 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구 대표가 이를 이용한다면 큐텐을 통해 11번가를 보다 이른 시일 안에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구 대표는 이미 지난해 11번가 실사도 마친 편이라 협상에 속도를 낼 수 있는 환경도 충분히 조성돼 있다.

구 대표가 만약 11번가를 실제로 인수한다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재편 속도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2022년 9월 티몬을 인수하면서 한국 시장에 진입한 뒤 2023년 초 인터파크커머스와 위메프를 연달아 사들였다. 이른바 ‘티메파크(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연합을 형성한 것인데 여기에다 11번가까지 더하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점유율을 15%대까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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