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국전력공사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며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전이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핵심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재정난에 발목을 잡혀 이를 위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전 재정난에 한국 재생에너지 인프라 위축, 수출 경쟁력도 위협받아

▲ 한국전력공사가 재정난을 겪으면서 재생에너지 인프라도 위축되고 있다. 


2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소규모 발전 전력계통 접속 보장제도’의 단계적 폐지가 추진된다.

소규모 발전 전력계통 접속 보장제도는 발전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공용배전설비 보강 등 비용을 한전이 대신 부담하는 제도다. 태양광발전 등 1MW(메가와트) 이하 소규모 발전원 보급 확대를 위해 도입됐다.

산업부는 현재 사업을 준비하는 사업자들에 불이익이 없도록 9개월의 유예기간을 둔 뒤 의견수렴 등 절차를 거쳐 내년 1월 전기위원회 심의를 통해 관련 제도 개편을 확정하기로 했다.

소규모 발전 전력계통 접속 보장제도 폐지가 추진되는 주된 이유는 한전의 비용 부담 때문이다.

산업부는 “계통 여건에 관계 없이 소규모 발전원이 산발적으로 설치되고 이후 한전은 의무적으로 계통접속을 보장해야함에 따라 비효율적인 계통투자와 비용 증가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은 장기간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며 추가 비용 부담을 안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한전은 올해 2분기까지 9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냈고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47조5천억 원에 이른다.

3분기에 1조1996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누적된 영업손실의 규모가 커 내년에 한전채 발행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전력공사법에 따라 한전의 누적 영업손실이 클수록 자금 조달을 위한 한전채 발행 한도는 줄어들게 된다.

재정난 극복을 위한 한전의 노력은 송전망 등 각종 인프라 사업 영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전 재정난에 한국 재생에너지 인프라 위축, 수출 경쟁력도 위협받아

▲ 송전탑의 모습. <연합뉴스>


산업부가 4일 발표한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보면 앞으로는 송전망 개발 방식에서 민간사업자의 참여 확대도 추진된다.

산업부는 “송전시장 미개방 원칙하에 전력망 건설방식을 다양화 할 것”이라며 “건설 분야, 일부 사업에 한해 송전사업자와 민간 사이 협력을 확대하고 소유권과 운영권은 송전사업자에 귀속시키는 별도 제도기반 마련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송전망 개발에서 민간사업자 참여가 확대되는 배경은 한전의 자본조달 등 부담을 민간업체에 나누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민간사업자에 충분한 이익을 확보해줘야 하는 만큼 이는 전기요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7월에 공개한 송전시장 개방 관련 보고서를 통해 “송전 요금이 소비자에 전가돼 전기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송전시장 민영화는 전력시장 구조 개편과 관련이 있는 만큼 국민 생활 및 국가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송전망 확보는 기본 전력 인프라 유지 측면에서는 물론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바탕으로서도 중요하다. 신재생에너지 특성상 간헐적으로 발전이 이뤄지는 만큼 송전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각종 지원 제도와 전력인프라 등 직간접적 사업이 모두 한전의 재정난에 따라 악영향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해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한참 뒤처진 수준이기 때문에 서둘러 관련 인프라를 늘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7.7%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꼴찌며 이들 국가의 평균치인 31.3%와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재생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되는 제품에 수출 장벽을 높이려는 전 세계의 움직임을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확보는 앞으로 한국 경제에도 중요한 변수로 자리잡을 공산이 크다.

한전의 재정난이 재생에너지 인프라 위축으로 이어지면 결과적으로 국가 수출경쟁력 저하를 이끌 수도 있다는 의미다.

김동철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7일 국민일보 기고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전력망 구축이 따라가지 못해 출력 제어가 불가피하게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며 “전력망 지연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가경쟁력 저하”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