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3-12-19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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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2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여당 신임 간사로 선임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오른쪽)과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트위치코리아가 망 사용료를 문제로 들어 한국에서 철수를 선언하면서 관련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이 ‘합당한 대가’라는 의견과 한국의 갈라파고스화를 가속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정치권에서도 망 사용료를 법제화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입법 논의는 좀처럼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의원 개인마다 생각이 달라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19일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망 사용료와 관련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8건 계류 중이다. 6건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고 두 건은 국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소위에 회부돼 있다.
과방위는 지난 6일 올해 정기국회 내 마지막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50여 건의 법안을 상정했지만 망 사용료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한 건도 논의하지 못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8건의 법안은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사용료 지급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21년 발의한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안은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망 서비스 이용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해당 정보통신망의 이용기간, 전송용량, 이용대가, 그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정보통신망 서비스 이용계약에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해 망 사용료 부과를 강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2022년 정보통신망의 이용·제공 계약 체결을 부당하게 지연·거부하거나 ‘정당한 대가’ 지급을 거부하는 행위를 금지해 망 사용료를 계약으로 명시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다른 법안들도 콘텐츠기업이 무료로 통신사의 네트워크망을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어떤 방식으로든 민간이 자율 협상에 나서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의무를 담았다.
다만 망 사용료를 바라보는 시선은 정치권 내에서도 엇갈린다. 단순히 여야 진영 차이로 갈리는 것이 아니라 각 의원별로 견해가 확연하게 차이나 입법에 속도가 나지 않는 모습이다.
특히 망 사용료 문제는 국내 통신사와 콘텐츠기업, 해외 콘텐츠기업이 얽혀 있어 ‘국익’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의견이 나뉘기도 한다.
일례로 관련 법안을 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유럽연합도 망 사용료 의무화에 동의하고 있다며 망 사용료 부과가 ‘국익’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바라보고 있다.
박 의원은 2022년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로 활동하면서 망 사용료 부과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내놨다. 박 의원은 "국내 망 트래픽을 살펴보면 동영상 서비스가 전체 트래픽의 60%를 차지하고 있는데 대부분이 외국 서비스"라며 "국내에서 사업하는 외국계 다국적 기업들에 망사용료를 부과해야 겠다는 차원에서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국감에서도 유사한 취지의 발언이 나왔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10월27일 과방위 종합국감 도중 망 사용료 관련 질의 과정에서 “홈그라운드에서 우리 기업이 해외 기업에 비해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글로벌 빅테크에 우리나라가 호구로 잡히게끔 정부가 방치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와 관련해 다른 관점을 나타냈다. 그는 올해 3월 페이스북에서 “우리가 콘텐츠 수출국인가, 콘텐츠 수입국인가, 아니면 어떤 것을 지향하느냐에 따라 망 중립성 논란의 유불리는 달라진다”고 반박하며 한국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전 대표는 “넷플릭스와 구글에 추가로 접속료를 부과해 봐야, 이것은 모델이 되어서 나중에 우리나라의 콘텐츠가 세계, 특히 아시아 각국으로 뻗어나갈 때의 비용으로 되돌아온다”며 OTT 같은 영상서비스가 없으면 통신사가 소비자들에게 수만 원씩 서비스를 팔 수 조차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도 지난해 10월4일 과방위 국감에서 “이 문제는 애국 마케팅으로 해외 빅테크 기업이 왜 국내에서 돈을 벌면서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느냐고 해서 시작된 이야기”라며 “망 사용료가 입법화 되면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이 해외에서 사업할 때 똑같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콘텐츠 제작자들이 직격탄을 맞는 문제 등이 있다”라고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여당뿐 아니라 야당 내에서도 망 사용료를 두고 서로 다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윤영찬·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망사용료 법제화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망 사용료 법안을 숙고해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이상헌 민주당 의원 역시 반대 의견을 나타냈다.
윤 의원은 6월12일 국회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망 이용대가 글로벌 논의를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해외 주요국에서는 글로벌 CP사들의 망 무임승차 방지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국내 네트워크망 시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맞춤화된 입법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망 사업자들의 투자 유인이 부족해지면 국내 네트워크 망 고도화 사업도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망 사용료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선 때 망 사용료 징수에 힘을 싣는 것으로 보였으나 2030 세대가 망 사용료 징수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다소 소극적 태도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2일에는 트위터(현 X)에 ‘잘 챙겨 보겠습니다. 망 사용료 법 문제점이 있어 보입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렇듯 망 사용료 관련 입법은 사실상 당론으로 추진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도 총선을 4개월여 앞두고 있어 해당 법안 혹은 정책이 총선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양당 모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회기 계속의 원칙에 따라 21대 국회 임기에 법안이 계속 논의될 수 있지만 내년에는 총선을 통해 22대 국회가 새로 구성되는 만큼 있는 만큼 연내 처리가 되지 않은 법안은 내년 5월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망 사용료 법안을) 아직 양당 간에 구체적으로 논의한 바가 없다"며 입법이 진전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 10일 290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슈카월드의 슈카가 트위치코리아 철수와 관련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슈카월드 유튜브 갈무리>
망 사용료 문제는 통신사와 콘텐츠 기업 사이의 해묵은 문제다. 통신사는 콘텐츠 기업이 막대한 데이터를 사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통신망 구축 관리에 추가 비용부담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콘텐츠 기업은 통신사업자가 특정 콘텐츠나 기업을 차별·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망 중립성(Network Neutrality) 원리가 지켜져야 한다고 항변한다. 이용자들이 통신 요금을 내기 때문에 콘텐츠 기업이 망 사용료를 내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는 논리도 편다.
최근 망 사용료를 이유로 트위치코리아가 철수를 선언하면서 트위치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온라인 상에서 망 사용료를 향한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이들은 한국이 디지털 강국이라면서 해외 기업에 장벽을 세워 진입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독자 290만 명을 보유한 슈카월드의 슈카(전석재)는 10일 트위치 한국 철수 관련 라이브 방송에서 상복을 입고 나와 통신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슈카는 통신사가 고객에게 이용료를 부과하면서 기업에도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것이 기만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