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를 우려섞인 눈길로 쳐다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결별을 피하기 위한 조건으로 당 지도부를 향해 혁신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혁신위와 갈등을 빚는 등 혁신 동력이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며 이준석 신당이 현실화할 가능성만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준석 창당 행보 본격화, 국민의힘 혁신위·지도부 갈등은 신당 '불쏘시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월30일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처리 촉구 시위 참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4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가오는 제22대 총선에 출마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분들을 조사하고자 한다”며 '신당 출마자' 모집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해당 글에는 구글 폼을 통한 출마 신청 링크가 걸렸다. 신청 양식을 살펴보면 이름, 전화번호, 성별, 생년월일, 과거 공직 선거 출마 경험 등을 반드시 적게 했다. 직업과 학력 등의 이력 기재 여부는 개인의 자유에 맡겼다.

이 전 대표는 11월18일에도 같은 방식을 사용해 지지자 연락망을 취합한 적 있다. 당시 이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그가 신당 창당 발기인을 모집한 것이 아니냔 관측이 나왔다.

다음날인 11월19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이언주&이준석 톡! 톡! 콘서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에도 바뀌지 않으셨다”며 “12월27일까지 큰 변화가 없으면 신당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여권은 물론 야권 인사들의 참여까지 염두에 둔 발언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을 묶을 구심점으로는 자유주의를 제시했다.

그는 4일 KBS 특집 1라디오 저녁에 출연해 “보수 진영에도 자유주의자가 있고 진보 진영에도 자유주의자들이 있는데 이런 성격을 가진 분들은 같이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보수 정당은 이 두 세력이 결합해서 선거를 치러 왔고 그럴 때 이겼다”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계 신당 창당설의 중심에 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 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그는 “이낙연 총리가 하시고 싶어 하는 정치가 무엇인지에 따라 방향성이 다를 수 있다”며 “그런 것들이 파악이 되면 이낙연 총리와 함께 정치적 행보와 관련된 고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마감시간으로 제시한 12월27일까지 국민의힘이 이 전 대표가 원하는 정도의 혁신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 전 대표가 미흡하다고 판단한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의 혁신안에조차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당 지도부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제기한 ‘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방안에 한 달이 넘도록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1월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울산 방문과 관련한 질문을 듣자 “울산은 내 지역구고 내 고향인데, 울산 가는 게 왜 화제가 되나”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준석 창당 행보 본격화, 국민의힘 혁신위·지도부 갈등은 신당 '불쏘시개'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1월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 위원장과 김 대표가 공천관리위원장(공관위원장) 자리를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혁신위의 동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인 위원장은 11월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회 전체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에 전권을 주겠다’는 지도부의 공언이 허언이 아니라면 저를 공관위원장으로 추천해 주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김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그동안 수고했다”고 말하며 인 위원장의 요구를 단칼에 거절했다.

최근엔 당 지도부와 혁신위가 혁신안 보고 여부를 놓고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회가 최고위원회의에 혁신안을 보고하겠다는 요청 자체가 없었다”며 “최고위에서 결정할 수 없는 내용을 결정해달라고 하는 건 혁신위 본연의 역할과 범주, 성격을 벗어나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신환 혁신위원은 언론 공지를 통해 “(당 기조국에서) 향후 혁신위 안건 모두를 모아서 상정하라고 했다는 얘기를 전달 받았다”며 “7일 최고위에 다시 상정을 요청하겠다”고 주장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선 이준석 전 대표가 막판에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4일 YTN 뉴스라이브에 출연해 “신당을 창당하려면 나가서 하면 된다”며 “이준석 전 대표가 하루하루 1%씩 신당 창당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그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저희 당에 미련이 많이 남아서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준석계로 꼽히는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11월13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이 전 대표에게 공천권을 할애한 당 비상대책위나 선거대책위 위원장직 제안을 (당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에게 지금까지 책임 있는 위치의 사람이 직접 연락한 바도 없고, 나도 어떤 요구도 한 적도 없고, 나는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 변화 외에는 어떤 것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며 측근인 이 의원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