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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읽는 경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빈대 방역용 허가, 정부 다시 생각해야

이강운 holoce@hecri.re.kr 2023-11-28 09: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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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으로 읽는 경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빈대 방역용 허가, 정부 다시 생각해야
▲ 암컷 빈대(왼쪽)와 수컷 빈대 배면.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한 기후가 더 이상 전혀 이상하지 않은 지구 열대화 시대에 완전 박멸되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빈대가 때아니게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빈대 완전 퇴치를 위해 난리법석이다. 

빈대가 대한민국을 삼켰다. 

빈대퇴치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 주가들이 덩달아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빈대를 핑계로 질병관리청과 환경부가 미국을 비롯한 국외에서 빈대 방역에 사용되는 물질이라는 어설픈 설명을 늘어놓으며 맹독성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방역용으로 사용 허가한 것은 참 안일한 사고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에 일정 수준 이상 노출된 여성들에게서 임신성 당뇨병 위험이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와 간독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증거가 국제학술지 ‘환경 인터내셔널’과 ‘유해물질저널’에 보고됐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에 96시간 노출된 올챙이와 개구리에게서 이상행동이 관찰됐다는 논문과 어류, 곤충, 무척추동물, 포유류 등 다양한 생물체가 이 살충제에 의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논문도 있다.

2023년 4월 중국 쑨원대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과학의 모든 환경’에 토양 미생물 생태계가 이 살충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모든 생물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이렇게 확실하고 차고 넘치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왜 안전하다며 빈대 방역용으로 사용 허가했는지, 심각한 문제가 초래될 수 있는 사안을 너무 가볍게 처리했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빈대 방역용 허가, 정부 다시 생각해야
▲ 길앞잡이가 매미나방을 포식하고 있는 모습.
일회적 해결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언제든,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정부가 한심한 대책을 내놨다. 

효율성을 따지며 자연에 대한 가벼운 사고와 행동으로 방역용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사용을 허가한 것은 빈대보다도 더 심각한 문제를 더욱 부추길 수밖에 없다. 

네오니코티노이드는 담배잎에 함유돼 있는 신경 자극성 살충제로 농업용 화학물질이다. 엄청난 독성 때문에 2018년 유럽식품안전청(EFSA)은 네오니코티노이드 계열 농약들의 실외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방역용으로 허가한 이유로 빈대가 DDT의 피레스로이드 계열 살충제에 내성이 생겨 효과가 떨어졌기 때문이라 했다. 하지만 DDT에 저항성이 생긴 놈들이 네오니코티노이드 계통의 살충제라고 내성이 생기지 않겠는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은 보통 작은 일 때문에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는 뜻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는 3억 5천만 년 전부터 지구에서 생존해왔던 빈대를, 곤충을 너무 몰라서 하는 말이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빈대 방역용 허가, 정부 다시 생각해야
▲ 참밑들이 노린재를 사냥하는 모습.
아마 초가삼간을 다 태워도 빈대 몇 마리는 살아남아 계보를 이어 갈 것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오랜 시간 동안 엄청난 시련과 위험을 극복하면서 생존 기술을 터득한 빈대라는 곤충이 얼마나 영악한지, 생존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반증하는 속담이다. 

인류가 곤충을 없애겠다고 살충제를 계속 사용하겠지만 곤충은 이에 대항하는 새로운 저항성을 끊임없이 만들어갈 것이다. 살충제를 비롯한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자연돌연변이와 유전자 전달이라는 강력한 방어 시스템을 갖춘 곤충을 완전히 굴복시킬 수는 없다. 

곤충과의 화학 전쟁은 결코 이길 수 없다. 곤충뿐만 아니라 생태계의 생물과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이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격렬한 전장이 될 것이라는 확실한 사실을 인지해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맹목적인 농약 거부도, 빈대를 가볍게 본다는 뜻도 아니다. 시민들을 일시적으로 안심시키기 위해 어설프고 위험한 해결책을 내놓는 정부와 눈앞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외면하는 비윤리적인 농약 제조사가 문제라는 뜻이다. 

빈대를 포함한 모든 곤충은 살충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출 것이다. 저항성 해충의 증가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화학전이 아닌 환경친화적인 방제 관리체계를 추구하는 것이다.

곤충의 생활을 정확히 파악해 생리적 특성은 어떤지 발생 단계 가운데 언제쯤 가장 취약하며 천적은 누구인지를 밝혀내고 종별 데이터를 구축하면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빈대 방역용 허가, 정부 다시 생각해야
▲ 사마귀가 장수말벌을 포식하는 모습.
이충제충(以蟲制蟲). 해충을 잡기 위해 천적인 곤충을 이용하고 비독성 포획기구 사용을 병용하면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환경친화적인 방제 관리가 다소 시간이 걸리면 우선 통합 해충 방제(IPM;integrated pest management)를 고려해야 한다. 통합 해충 방제는 가능한 모든 방제 기술을 충분히 검토하고 그에 근거한 경제적 손실을 피할 수 있게 병해충 밀도를 조절해 환경에 대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관리수단으로 생태계 환경 내에서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인 비용과 이익이 고려되는 형태다.

통합 해충 방제든 환경친화적인 방제 관리든 실행 기술의 근거는 곤충의 기초 정보다.

생리 생태 특성을 활용하면 농약 1g으로 1천 마리를 죽일 수 있지만 무차별적인 방제를 하다보면 농약 1천g으로 단 한 마리도 못 죽일 수도 있다.

기초 정보를 얻기 위한 기초 과학은 죽이면서 섣부른 해결책을 찾으니 참 한심한 정부다. 일회적 해결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빈대 방역용 허가, 정부 다시 생각해야
▲ 침노린재가 병대벌레를 포식하는 모습.
다섯 손주의 재롱을 보며 얼마나 행복한지 자꾸 자랑을 하고 싶지만 주변에 함부로 떠들 수 없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집 걱정, 과다한 교육비 등 극심한 스트레스로 결혼을 하지 않은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많고 자녀가 결혼은 했지만 불임 때문에 마음 고생하는 주변의 친구들 때문이다.

체외수정, 혹은 시험관 아기 시술을 통해 고생고생해서 새 생명을 얻는 경우도 있지만 몇 번의 시도에도 임신을 못해 다시 좌절하는 자식을 보면서 그들 부모의 마음은 얼마나 아플까!  

저출산이나 결혼하지 않는 것은 정부가 노력하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지만 불임은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환경적 질병이다. 임신성 당뇨병 위험이 증가하고 임신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주범이 농약과 농약으로 발생하는 환경 호르몬에 있는데 이렇게 함부로 사용해서 되겠나!

다이옥신은 주로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은 농지에 뿌려진 농약의 주성분으로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물고기의 기형을 유발하는 수질오염 물질이기도 하다.

다이옥신으로 오염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농작물이 오염되고 이 농작물을 사료로 사용하면 소고기와 돼지고기, 우유, 달걀 등 식품에 농축되어 어린이와 임산부의 건강을 위협한다.
 
[곤충으로 읽는 경제]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의 빈대 방역용 허가, 정부 다시 생각해야
▲ 파리매가 양봉꿀벌을 사냥하는 모습.
지난 40년 동안 농약을 살포한 농지와 산업단지, 산업폐기물 소각시설에서 하천으로 배출된 다이옥신 가운데 분해되지 않고 4대강 바닥에 퇴적된 양은 얼마나 될까?

극한의 살충제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를 방역용으로 사용해 다이옥신 폐수를 4대강에 버리는 것은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

현대 과학으로 정체를 파악할 수 없었던 시절 병충해와 감염병은 인간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자연의 섭리였다. 18세기 후반부터 ‘화학’을 핵심으로 한 산업혁명이 발생했고 20세기에 이르러 화학과 농기계는 식량 생산성을 10배 이상 개선했지만 우리는 현재 이에 따른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다. 

환경친화적인 방제 관리는 ‘하면 좋은 미덕’이 아니라 ‘안 하면 큰일 나는’ 중대 문제이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1997년 국내 최초로 홀로세생태학교를 개교해 환경교육을 펼치고 있다. 2005년부터는 서식지외보전기관인 (사)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를 통해 애기뿔소똥구리, 물장군, 붉은점모시나비, 등 멸종위기종 증식과 복원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2년부터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이며 유튜브 채널 Hib(힙)의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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