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실적 '서프라이즈'에도 불안한 시선, MS 구글 아마존 추격 빨라진다

▲ 엔비디아가 자체 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과 주당순이익을 모두 크게 늘렸다. 하지만 중국 수출 규제와 빅테크 기업의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이 리스크로 꼽힌다. 엔비디아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 'H200' 및 'GH200'  이미지. <엔비디아>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자체 회계연도 3분기에도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과 내년 1분기 매출 전망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자체 설계 반도체를 통해 엔비디아에 의존을 낮추려는 움직임이 빨라지며 중장기 전망이 다소 불안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21일 자체 회계연도 3분기(7월31일~10월29일) 매출 181억2천만 달러, 주당순이익 3.71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지난 회계연도 3분기와 비교해 206%, 직전 분기보다 34% 늘었다. 주당순이익은 1년 전과 비교해 12배 이상으로 늘었고 직전 분기와 비교해도 50% 증가했다.

H100과 A100 등 인공지능 반도체의 강력한 수요와 엔비디아의 시장 독점 효과에 힘입어 가파른 실적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은 시장 평균 예상치도 모두 큰 폭으로 뛰어넘었다. 증권사들의 평균 매출 전망치는 178억6천만 달러, 주당순이익은 3.37달러였다.

엔비디아는 올해 들어 분기마다 시장 전망을 상회하는 수준의 실적을 내며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의 ‘절대강자’로 강력한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를 주로 활용하는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슈퍼컴퓨터와 서버 등 인프라 투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엔비디아는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 확대에 유일한 리스크로 꼽히던 파운드리 협력사 TSMC의 생산 문제도 순조롭게 해결해나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TSMC는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활용하는 패키징 공급 능력 부족으로 서둘러 제조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엔비디아의 수주 물량을 최대한 많이 처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엔비디아는 콘퍼런스콜을 통해 반도체 생산공장에서 가장 우선순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대금을 선제적으로 지불한 만큼 물량 공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로이터는 엔비디아의 가파른 성장세와 이에 따른 주가 상승세도 중장기적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주체제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엔비디아의 오랜 GPU 경쟁사인 AMD는 내년부터 인공지능 반도체 신제품을 본격적으로 주요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하며 시장 점유율을 빼앗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엔비디아 실적 '서프라이즈'에도 불안한 시선, MS 구글 아마존 추격 빨라진다

▲ AMD의 인공지능 반도체 'MI300X' 홍보용 이미지. AMD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엔비디아의 최대 고객사로 꼽히는 빅테크 기업들의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상용화 노력도 중장기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

대형 IT기업은 생성형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 엔비디아 반도체의 높은 가격 때문에 막대한 투자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를 자체 기술로 개발한다면 자사 서비스에 더 최적화한 기술을 확보할 수 있고 반도체 구매 단가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이터는 “자체 반도체 설계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과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한 일이지만 대형 IT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갖춰낼 수 있도록 도울 잠재력이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도 엔비디아 실적에 타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엔비디아가 중국에 인공지능 반도체 제품을 사실상 수출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엔비디아는 이에 대응해 성능을 낮춘 중국 전용 제품을 선보이며 만회하려 하고 있지만 수요 전망이 불확실하고 미국 정부의 규제 강화 가능성도 여전히 자리잡고 있다.

로이터는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도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대응해 엔비디아에 의존을 낮출 수 있는 자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엔비디아가 지금과 같이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절대적인 시장 지위를 유지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 미국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날보다 0.92달러 떨어진 499.44달러에 장을 마쳤다. 장외 거래에서는 1.74% 더 하락한 490.75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뛰어넘는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투자자들은 중국 수출과 같은 중장기 리스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엔비디아는 신형 인공지능 반도체의 출시 주기를 기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등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앞으로 더 공격적인 전략을 활용하겠다는 예고를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