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 복합위기’에 코스피 2400선 이탈, ‘떨어지는 칼날’ 잡으라는 증권가 왜

▲ 글로벌 정세 불안으로 국내증시에 악재가 겹치며 20일 코스피가 2400선을 내준 채 거래를 마쳤다. 그런데도 증권사들은 매수기회라고 봐 그 까닭이 궁금하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고금리, 고환율, 고유가, 고물가 '4중 복합위기' 여파로 실적 시즌 기대마저 물거품이 되는 국내 증시 상황에도 증권사에선 저가매수 권고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글로벌 내구재 교체 수요가 늘어나 제조업 업황이 반등할 전망이어서 반도체 등 산업에서 수출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20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현지시각 19일 서부텍사스유(12월 인도분)는 가격이 전날 대비 1.26% 상승한 88.37달러(약 12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약 3주 만에 다시 90달러선을 넘보고 있다.

브렌트유 가격도 지난 18일 이후 현재까지 90달러대에서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해지자 유가가 다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심리도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일주일 째 1350원 선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을 필두로 3분기 실적시즌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국내증시는 연일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의 발언이 기름을 부었다. 9월 미국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하며 전망치(0.3%)를 크게 웃돌았는데 전날 파월 의장은 이에 대해 “추가적인 경기 성장세 둔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이에 금융시장에 충격이 전해지면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6%에서 4.9%까지 급등해 5%대를 바라보고 있다.

국내증시에도 타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날 코스피는 1.69% 하락마감해 2400선이 붕괴됐으며 코스닥도 1.89%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이처럼 국내증시가 하릴없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증권가에선 오히려 현재의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연말과 내년으로 가면서 글로벌 제조업 업황이 반등해 국내 수출이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주식시장의 통설 가운데 ‘내구재 교체주기 4년설’이 있는데 현재 흐름으로 보면 올해 말부터가 글로벌 내구재 교체수요가 늘어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ISM 제조업지수의 소순환 주기가 4년인 등 데이터 상으로도 교체주기 4년설은 실재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2024년 소비 구도는 서비스보다 내구재 중심 제조업 상품 소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설문조사도 이를 뒷받침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2023년 연말 쇼핑시즌에 평균 1652달러(약 223만 원)를 소비하겠다고 응답했다. 전년 대비 14% 증가한 수치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496달러보다도 큰 수준이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이 늘어나게 되면 수출과 밀접한 상관성을 지니는 국내증시가 반등을 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비우호적 증시 상황은 단기 충격에 그칠 가능성이 있으며 오히려 4분기 미국 재고 재축적 사이클에 힘입어 한국 수출 개선이 기대된다”며 “지수 조정시 매수 대응”을 권고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미국 소매판매 증가로 인한 채권금리 급등은 오히려 경기모멘텀에 근거한 상승으로 경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며 “단기 충격일 가능성 높아 조정시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았다.

다만 국내기업 실적시즌이 진행중으로 업종별 옥석가리기의 필요성이 있는데 수출 회복세가 기대되는 업종에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4중 복합위기’에 코스피 2400선 이탈, ‘떨어지는 칼날’ 잡으라는 증권가 왜

▲ SK하이닉스는 AI용 반도체인 HBM 시장에서 선두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어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반도체 산업의 업황 반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의 ASP(평균판매단가)는 올해 3분기에 전기 대비 0~5% 하락했으나 기업들의 감산 노력과 재고 소진에 힘입어 4분기에는 전기 대비 3~8% 수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낸드플래시의 ASP도 3분기 5~10% 하락했으나 4분기에는 8~13% 수준으로 상승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월스트리트저널이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열풍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으며 미국정부가 국내 반도체 업체를 대상으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장비 반입 규제조치를 유예하는 등 모멘텀 더해지고 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는 업황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차별적인 수급이 유입되고 있다”며 “변동성이 정점을 통과하는 구간에서 반도체의 아웃퍼폼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가 오는 26일 3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