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국감서 '윤석열 노동정책' 놓고 공방 치열, 노동자 보호엔 한목소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들과 함께 선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고용고용부 국정감사에서 근로시간 개편안과 노조 회계 공시, 직무·성과급제 개편 등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여야는 DL이앤씨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 당사자인 故강보경 노동자 모친의 국정감사 참관여부와 국민의힘 실업급여 제도개선 비공개 공청회에서 발표를 진행한 조현주 고용노동부 주무관의 출석을 두고 대립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 인사말에서 “고용노동부는 국민이 일을 통해 행복할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일자리 정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중구조 해소와 노동시장 약자 보호를 위한 노동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노사 법치주의를 현장에 확실히 뿌리 내리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관계부처와 함께 임금체불 감독을 강화하고 상습 체불은 경제적 제재를 확대해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불공정 채용, 직장 내 괴롭힘 등 부당하고 부조리한 직장 문화와 관행을 바꿔나가겠다”면서 “노동조합 자체 운영의 투명성과 자주성을 위해 회계공시 시스템 구축, 자율적 통제 방안 등 인프라 구축과 제도 개선을 통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업무 현황보고 뒤 이어진 의사진행발언에서 ‘주 최대 69시간’ 논란으로 질타를 받은 근로시간 개편안 설문지 자료제출 요구를 두고 초반부터 여야 의원들 간 신경전이 벌어졌다. 

고용노동부는 6월부터 두 달 동안 국민 6천여 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전문가 분석을 거쳐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설문조사 결과 발표 시점을 11월로 예고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 개편 문제와 관련해서 대국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며 “설문조사가 다 끝났는데 결과를 제출하지 않고 있고 설문조사에 사용한 설문지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 장관은 “자료요청의 취지는 잘 알고 있지만 설문지 구성과 예비 조사와 설문 조사 결과 분석, 분석에 따른 제도 개편 방안이 일체로 묶여 있다”며 “일부가 왜곡되거나 오해되서 혼선을 주고 혼란이 야기되면 차분한 제도개선 논의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이 장관의 답변을 두고 야당에서는 조사가 이미 다 끝난 상황에서 질문지의 편향성을 확인하려는데 숨길 이유가 있느냐는 추궁이 나왔다. 여당은 미래노동위원회에서 여론을 수집하는 과정에서 근무제도 관련된 자료의 일부가 언론에 나가 혼선을 빚었던 사례를 들며 보안유지차원이라고 두둔했다. 

야당은 7월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개최한 실업급여 제도개선 비공개 공청회에 실업급여 실태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해 발표한 조현주 고용노동부 주무관을 기관 증인으로 출석시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조현주 주무관은 공청회에서 실업급여를 받는 젊은 여성들이 해외여행을 가고 샤넬 선글라스를 사며 즐기고 있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여야 간사 사이에 한 차례 충돌도 벌어졌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용노동부 과장 출석과 관련해서 여당 간사가 죽어도 출석 못시키겠다고 한건 이해 못하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겠다면서 노동자를 때려잡는 것은 '양두구육'이다"고 말하자 임의자 국민의힘 의원이 "때려잡다니 말을 가려해라"고 언성을 높여 회의장이 어수선해졌다.

그 와중에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여성 간사 두 분이 환노위 망신을 다시키고 있다”고 발언하자 이 의원은 여성차별이라고 맞서며 이후 발언을 제지하지 않은 박정 환노위 위원장과 박대수 의원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노동부 국감서 '윤석열 노동정책' 놓고 공방 치열, 노동자 보호엔 한목소리

▲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화 후 자리를 뜨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야당은 이정식 장관을 상대로 한 질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개혁을 본격적으로 비판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킬러규제 말 한마디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을 받았다”며 “검찰이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데에 기소를 거의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우 의원은 “노동자 생명·안전을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며 “작업중지명령 유지기간이 반토막 났다”고 지적하고 이정식 장관의 사퇴를 권유했다. 이 장관의 출신과 취임사를 배신하는 일이라는 점도 짚었다.

이 장관은 “노동부 장관으로 직을 행하면서 제 양심에 어긋난 일은 하지 않았다”고 사퇴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규정을 위반하는 회사에 대한) 경제적 제재가 중요한데 문재인 정부에서 산업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작업중지를 대폭 줄여놨다”며 “예전에는 선제적으로 (처리) 할 수 있었는데 이제 그렇게 못한다”고 말하며 문재인 정부를 소환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G디스플레이 팀장급 노동자가 자살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는 과로사, 과로자살로 이어지는 문제”라며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 근무를 비판하고 오히려 주4일제 도입의 당위성에 대해 주장했다. 이 의원은 노동자의 61.4%가 주4일 근무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와 연세의료원 주4일제 시범사업의 성공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이 의원은 또 “고용노동부가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하라고 겁박했다고 한다”며 호봉제가 공정하다는 연구결과를 자료로 제시했다. 또 고용노동부 산하기관 노동이사제 도입현황이 0건이라며 대선 전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한 윤 대통령을 두고 “사기친 거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당은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비판하는 야당을 향해 문재인 정부 국가통계 조작 의혹으로 역공을 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인구 감소 상황에서 고용률이 올라가는 통계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문재인 정부 때 고용 상승은 공공분야 일자리였다고 지적했다. 또 이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소득 분배율을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것 같다”며 이 장관의 생각을 물었다. 

이 장관은 “통계조작이나 왜곡보다는 통계는 취사선택이 가능하다”며 문재인 정부에서 노동소득 분배율이 올라간 원인을 진단했다.

이 장관은 노동소득분배율 상승은 노동자수와 노동소득의 증가,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데 문재인 정부 시절에 노동소득이 줄어들었고 자영업자를 포함한 기업의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해서 노동소득분배율이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것이 고용보험 재정악화로 연결됐다고도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은 노동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례들을 들며 정책적 보완을 주문하기도 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리·배달·택배기사 등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용보험료 납부 자료를 예로 들며 고용보험의 개편을 요구했다. 

윤 의원은 “실업급여가 마냥 꽁돈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고 라이더나 배달 기사들이 조금씩 계속 낸 것이다”며 이 장관에게 현장에서 실감할 수 있는 제도개혁을 해달라고 주문하자 이 장관은 어려운 수급자격과 행정처리 과정을 신속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임 의원은 화려한 연기자와 작품에 가려진 보조출연자의 권리가 보호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임 의원은 “보조출연자는 방송출연표준계약에 의해 출연료를 연 1천만 원도 지급받지 못하고 있는 등 상당히 불공정한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연료 지급 방식도 방송 뒤에 주는 방식이라 지급 전에 노동자들이 굶어 죽으라는 것인가”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면 고용노동부에서 손 놓고 있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물류센터의 온열질환 산재가 늘고 있는데 휴식 시간을 권고하는 수준에 그쳐선 안되고 제도화해야 한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은 건설업 임금체불 인원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 감독 비율은 계속해서 줄고 있다고 지적하며 근로감독을 기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현행 산업안전보건규칙이 공장 작업 위주로 구성돼 있다며 현 가이드라인인 ‘물, 휴식, 그늘 제공’을 권고사항이 아닌 의무사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장관은 구체적 사안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노동부 국감서 '윤석열 노동정책' 놓고 공방 치열, 노동자 보호엔 한목소리

▲ 이강섭 샤니 대표이사가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후 국정감사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질의가 이뤄졌다.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와 이강섭 샤니 대표, 차승열 KCC 환경안전보건 위원장이 출석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강섭 샤니 대표에게 “피로 반죽한 빵이란 이야기를 들어봤느냐”며 어떤 조치를 취했냐고 묻자 이 대표는 SPC그룹에서 1천억 원을 안전장비 보충에 쓰기로 했고 총 325억 원을 집행했다고 대답했다. 그럼에도 왜 똑같은 사고가 났느냐는 우 의원의 지적에는 “최선을 다했는데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대표에게 “SPC 산재 사고율이 평균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며 샤니가 교육하고 있는 7대 안전수칙이 70년대에 하던 데서 바뀌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출석하지 않은 점을 두고 "야박하다"는 표현으로 꼬집었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은 마창민 DL이앤씨 대표와 차승열 KCC 환경안전보건 위원장에게 산재 사고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추궁했다. 이 의원이 책임 소재를 묻자 이들은 수사 중인 사건이라며 말을 아꼈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나 이해욱 DL그룹 회장 등 오너가 직접 국감에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룹 전체 경영을 책임지고 있는 회장들이 나와서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