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공매도 토론회, ‘기울어진 운동장’ vs ‘근거 없어’ 찬반의견 팽팽

▲ 26일 국회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 참석한 김경협 민주당 의원(왼쪽 다섯 번째)과 같은 당 강훈식 의원(왼쪽 네 번째), 양정숙 의원(왼쪽 여섯 번째) 및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공매도를 없앨 수 없다면 공정하게 만들 수는 없는가?”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 제3소회의실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공매도 제도에 대한 의견 조율이 필요한 때라며 이렇게 말했다. 

김경협 의원은 원내대표 선거와 당대표 영장심사를 앞두고 있어 당이 혼란한 상태라 정신이 없다면서도 “자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서 성장하지 못하는 기업생태 환경을 보면서 좋은 자본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시장경제를 유지하는데 가장 요소로 공정성과 투명성을 꼽으면서 기업의 생존과 관련된 한국 주식시장에 1470만 명의 개인투자자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김 의원은 5월에 공매도 차입 이자율, 상황기간, 담보비율을 기관·외국인투자자와 개인투자자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소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매도가 언젠가부터 주가 하락을 유도하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주범이 됐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공매도 상환기간, 담보비율에 대한 비대칭 규제부터 공매도 거래 전산화와 이를 통한 무차입 공매도 차단 시스템구축까지 공매도 거래에 대한 투명성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조치를 전반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양정숙 의원은 정무위원회에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많이 봤을 때 공매도 제도를 두고 열띤 질의가 오갔다고 언급했다.

양 의원은 개인투자자와 기관 사이의 자금과 정보력 차이로 공매도 문제가 발생한다며 자본시장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떻게 균형을 맞추느냐가 중요한 문제라고 판단했다.

토론회 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공매도를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이 공매도를 하려면 증권회사로부터 주식을 빌려야 하고 일부 종목만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제조업 5위이자 GDP 13위인데 국제금융 순위는 30위로 낮고 주식 시가총액도 전세계 1.5% 밖에 되지 않는다고 자본시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공매도가 외국인 80%, 기관 18%, 개인 1%로 구성돼 있는 점을 부각했다.
 
김 교수는 공매도 순기능과 역기능도 설명했다.

김 교수는 공매도를 통해 주식시장의 유동성 확보와 주식 버블을 방지할 수 있지만 악성 루머 유포 등 주식 하락세를 유발할 수 있고 기관·개인 투자자의 손절매를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매도는 손실이 무한대이기 때문에 위험한 측면도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금융공기업들이 지방으로 흩어져 싱가폴이나 뉴욕 등은 한 곳에 다 모아놓은 것과 비교하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싱가폴은 오직 증권거래세만 있는데 우리나라는 자본소득세, 배당소득세, 주식양도세까지 있어서 세금을 대폭 줄여서 금융산업을 육성했으면 좋겠다고 발제를 마무리했다. 

반면 두 번째 발제자인 왕수봉 아주대학교 교수는 공매도 제도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왕 교수는 제도상 한국에는 없는 것을 파는걸 금지하기 때문에 ‘공매도’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고 ‘차입매도’만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도 이제 개인 공매도를 할 수 있고 시간당 수익률 0.337%, 일간 수익률 2.022%로 돈을 벌고 있다고 말했다.

왕 교수는 대부분 연구에서는 공매도가 주가가격 하락을 유발하는 어떠한 증거가 없다며 시가총액이 낮은 종목에 공매도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금지하면 현물 시장이 영향을 받는다"며 "현물과 선물 가격이 차이가 나면 투자자가 차익거래를 하게 된다"고 바라봤다.

다만 그는 사전에 빌리지 않고 주식을 파는 무차입 공매도에 처벌을 강화하는 데에는 동의했다.

발제에 이은 토론에서는 공매도를 반대하는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빈기범 명지대학교 교수는 공매도 규제 자체가 별로 중요하지 않다며 “국가가 거액 거래 개인 주식투자자의 손실까지 들여다봐야 하는지는 매우 의문이 든다”고 강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빈 교수는 주식시장에서 내부자가 불공정행위로 공매도를 활용하는 것은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지금까지 미공개 정보를 바탕으로 공매도를 해서 주가를 하방조작했다는 사법적 처벌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때문에 주식 가격 떨어진다는건 ‘오비이락’ 같은 것이라고 비유했다.

빈 교수는 차입공매도는 차입해서 확보한 주식을 파는 것으로 일반적인 매도와 사실상 같은 것이라며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공매도 제도 철폐를 주장하는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등장하자 토론회장의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됐다. 그를 따르는 개미투자자들이 금융당국을 비판하며 정 대표의 발제를 열렬히 응원했다. 
 
국회서 공매도 토론회, ‘기울어진 운동장’ vs ‘근거 없어’ 찬반의견 팽팽

▲ 26일 국회 제3소회의실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정의정 학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가 공매도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김경협 의원 유튜브 갈무리>


정 대표는 한국 공매도 제도를 ‘기울어진 운동장’, ‘개인투자자 무덤’, ‘글로벌 공매도 맛집’, ‘외국인 전자동 현금인출기’로 표현하며 “2016~2019년 통계에서 공매도 주체의 수익액은 개인의 신용 투자 대비 39배나 많았다”며 투자행위가 아니라 약탈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공매도 상환 기간을 외국인과 기관·개인 공히 90일로 통일해야 하고 공매도 담보 비율도 130%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제도하에서 공매도 담보 비율은 외국인·기관이 105~120%, 개인은 120%다.

정 대표는 공매도 외국인과 기관은 상환 기한에 제한이 없다며 김경협 의원의 법률안이 통과돼 공매도 상환기간 통일과 공매도 담보비율을 통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셀트리온과 에코프로의 사례를 들며 초대형 호재가 발생했음에도 공매도 세력에 의해 주가가 하락한다고 말하며 공매도 모니터링 적발 시스템 구축과 국민 투자손실액 전수조사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추석 이후 개인투자자를 대표해 금융위원회에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걸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밧데리 아저씨로 잘 알려진 박순혁 작가는 전 종목 공매도 가능 대상 확대의 전제 조건으로 △공매도 관리 전산화 △동일하게 3개월 의무 상환 기간 △동일한 담보 비율 적용 등 세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박 작가는 2~3번은 김경협 의원의 법안이 통과되면 해결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법률 제정 및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박 작가는 “현재 금융당국과 여의도 금융기관들은 반헌법적 특수 계급이다”며 “기관과 외인에만 유리한 구조가 구축돼 있으나 거래소나 금감원은 조사 및 제재에 나서지 않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작가는 또 “공매도 관리를 수기로 하는 부분이 불법적 공매도를 양산하는 창구로 작용하고 있다”며 “공매도 관리를 전산화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국회서 공매도 토론회, ‘기울어진 운동장’ vs ‘근거 없어’ 찬반의견 팽팽

▲ 26일 국회 제3소회의실에서 열린 공매도 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한 청중이 금융당국 실무진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개미투자자를 대변해 나온 청중들이 금융당국 실무진들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한 청중은 “공매도를 대량 발생시킨 세력에 대한 감시가 되고 있느냐”고 물었고 송기명 한국거래소 주식부장은 폭락 기간 집중적으로 세밀하게 들여다봤지만 세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질문자는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도 않고 수기로 공매도를 표기하는데 어떻게 세밀하게 단속하겠느냐”며 대량 공매도 주문을 걸었던 사람들의 명단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송 부장은 “해외 투자자들의 통장잔고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통합 시스템 구축은 불가능하지만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전산거래는 다 추적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송 부장은 또 법적으로 매도 주문을 한 사람을 밝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지만 청중 다수는 ‘가당치 않다’고 말하는 등 한동안 고성이 오가며 토론회장 분위기가 어수선해지기도 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