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9-11 13: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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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가운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9월10일 정권수립(9·9절) 75주년을 맞아 열린 '민방위 무력 열병식'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러시아가 주최한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포럼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방문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일본과 관계를 강화하는데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다져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더욱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는 김정은이 러시아 방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방문하게 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러 외신들도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일본 NHK는 10일 연해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이날 전용 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할 것이라 보도했다. 영국 로이터도 전날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방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러시아 방문이 주목되는 이유는 북러 정상회담이 개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날 경우 지난 2019년 4월 북러 정상회담 이후 4년여 만에 만남이 성사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 땅을 떠나는 것도 당시 북러 정상회담이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러시아와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김 위원장은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면서 중국, 러시아와 더욱 ‘밀착’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을 방문해 열사 탑에 화환을 올리고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의 장남 마오안잉의 묘에도 헌화했다.
전승절 행사 당시 중러 고위 대표단이 평양을 동시에 찾은 일도 이례적이다. 한미일 연대에 맞선 북중러의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9일 북한 정권수립 75주년을 맞아 김 위원장에게 축전을 보내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러시아와 우호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와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였다.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를 앞둔 8월 김 위원장은 북한 해군사령부 방문 연설에서 남한을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대한민국’이라는 단어를 쓴 것은 처음이었다.
김 위원장이 8월31일 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했을 때 표현했던 '남반부 전 영토를 점령'이란 문장도 김 위원장 집권 이후에 전례를 찾기 어려운 도발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김 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 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상호 군사협력을 최우선 의제로 다룰 것이란 시각이 많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각종 포탄·탄약 등 재래식 무기 보유고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러시아 측이 자국과 무기체계가 비슷한 북한으로부터 포탄 등을 공급받는 대가로 핵·미사일 관련 기술이나 식량을 제공하는 등의 '거래'를 모색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북한은 올해 5월과 8월 등 2차례에 걸쳐 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8월30일 "북한과 러시아가 무기거래 협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향후 수개월간 고위급 사이 논의가 계속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크렘린궁>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사상 첫 북러 군사 연합훈련 실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가정보원은 4일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북중러(북한·중국·러시아) 연합 훈련을 공식 제의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도 8월31일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과 연합훈련을 논의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북중러 연합훈련이 실시되면 한반도 주변의 군사적 긴장은 이전보다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북중러 연합훈련이 3국 해군의 동해상에서 실시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한미일 군사 연합훈련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며 해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해군절을 맞아 8월27일 북한 해군사령부를 방문했는데 이는 집권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위원장은 북한 해군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미일 3국을 정조준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 일본, 대한민국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했다”며 “우리 해군이 조국의 영해 사수는 물론 주체적 해군 무력 발전의 최전성기를 반드시 열어나가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북중러 연합훈련이 성사되지 못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6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북한은 건국 이후 지금까지 자기 땅에서 외국 군대와 연합훈련을 한 적이 없고 그것을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북중러가 한미일이 묶이듯 쉽게 모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