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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시총 '상장사 평균 2배' 성장, 서울대·카이스트 교수 이유 찾다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3-08-29 12: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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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시총 '상장사 평균 2배' 성장, 서울대·카이스트 교수 이유 찾다
▲ SK이노베이션이 연구개발(R&D)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SK이노베이션의 지난 40년 동안의 경영성과를 연구한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왼쪽에서 첫 번째)와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왼쪽에서 세 번째). 가운데는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 < SK이노베이션 >
[비즈니스포스트] 직원 1만여 명 가운데 1800명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연구개발 투자 규모는 동종업체들의 5배가 넘는다. 25년 동안 기업가치 즉 시가총액은 상장회사 평균에 비해 두 배 넘게 성장했다. 

SK이노베이션 이야기다. 

SK이노베이션은 어떻게 기업가치 성과가 나올 때까지 한 세대가 넘어가는 긴 세월 동안 연구개발에 자원 투입을 지속할 수 있었을까. 경영학자들은 '확고한 리더십'을 핵심 요인으로 꼽았다. 

송재용 서울대학교 경영학 교수와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는 28일 SK서린사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지난 40년 동안의 경영 성과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송 교수는 "많은 정유화학 기업들이 R&D 투자를 소홀히 한 것은 사실"이라며 "경기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만 나쁜 상황에서도 꾸준히 R&D를 해온 것이 SK이노베이션이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것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전체 지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0.54%다. 반면 다른 정유사들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최대 0.1%대다.

이 교수는 "기업은 재무적 안정성을 우선순위로 놓기 때문에 R&D를 미루는 일이 많다"며 "그런 가운데 SK이노베이션은 성과가 있었다고 말씀드릴 만큼 R&D에 상당히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투자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의 발전 모습을 그래프로 보면 주기적으로 솟아오르는 S자 커브 형태의 모습이 나온다"며 "이렇게 주기적 성장폭을 기록하는 도전을 할 수 있는 기술이 있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1990년대 말부터 약 25년에 걸쳐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1998년 4조1천억 원에서 2022년 23조6648억 원으로 5.77배 증가했다.

이는 벤치마크 지수보다 갑절 높은 성장세다. SK이노베이션이 편입된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의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동안 2.1배 성장했다. 

여전히 석유화학에 주력하고 있는 다른 정유사들과 달리 SK이노베이션은 대표적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BBC 즉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가운데 한 분야에 입지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이차전지 소재 개발에 뛰어들어 세계에서 3번째로 전기차 배터리 분리막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이 사업이 2019년 물적분할된 것이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다. 

연구자들은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개발이 기업의 성장 역량에 직접 연관성을 가진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워도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K이노베이션 시총 '상장사 평균 2배' 성장, 서울대·카이스트 교수 이유 찾다
▲ 발표를 진행하는 이지환 카이스트 경영공학부 교수. <비즈니스포스트>
이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이 40년간 축적해온 경험을 통해 앞으로 있을 인재 유치 경쟁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등의 과제를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을 발현한다면 SK이노베이션의 가치 상승을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현재 SK이노베이션은 이제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화하는 성장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기업들이 RE100(사용전력 100% 재생에너지 전환) 등 친환경 에너지 쪽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은 너무 명확하다"며 "기업들이 나서서 이행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다른 기업들이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에 반해 SK이노베이션이 조금 더 앞서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발표에 뒤이은 질의응답에서는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 역량을 놓고 구체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날 발표에서 친환경 에너지 역량의 구체적 근거로 나온 것은 배터리 산업 분야였는데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매출 가운데 약 70%는 석유화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이 교수는 "사실 아직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려고 해도 투자처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SK이노베이션이 탄소배출 사업이 아직 주력이라는 건 우려스럽지만 친환경 전환을 이행하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친환경 투자를 내세우고 있는 미국의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예로 들며 이들이 투자하고 있는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여전히 탄소를 배출하는 사업이 많다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SK이노베이션은 기본적으로 탄소배출이 많은 비즈니스를 해왔다"며 "최태원 회장이 넷제로(탄소중립)로 가야 한다고 결심하고 친환경 포트폴리오 디자인을 구성하며 명확한 의지를 내세운 것은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두 교수는 기업들이 이러한 ‘친환경 딜레마’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으로 보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은 이런 상황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의 비전 제시가 명확하다고 바라봤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환경과학기술원은 글로벌 공개 R&D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을 가진 파트너들과 연계해서 빠르게 시장을 확보하고 창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문화 측면에서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바꿔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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