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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MIT 동창 4명이 만든 아모지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술에 세계가 주목 [기후테크가 뜬다](3-2)

이경숙 기자 ks.lee@businesspost.co.kr 2023-08-24 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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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MIT 동창 4명이 만든 아모지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술에 세계가 주목 [기후테크가 뜬다](3-2)
▲ 우성훈 아모지 대표는 2020년 가을 창업을 하고 싶어 친구들에게 연락을 시작했다. 사진은 2021년 3월 미국 브루클린 스타트업인큐베이터 '뉴랩'에 처음 모인 아모지 창업자들. 왼쪽부터 최종원 제조 담당 임원, 김현호 IP 담당 임원, 우성훈 대표, 조영석 최고기술책임자. 이들은 2011~2015년 사이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박사과정 중 알게 된 1989년 동갑내기 동창들이다.<아모지>
[비즈니스포스트] "저희 기술로 세계 탄소 배출을 10% 줄이는 게 목표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온실가스 연간 배출량은 590억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 이하 톤). 그것의 10%면 59억 톤. 한국 온실가스 배출량(6.5억톤)의 9배가 넘는 양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목표를 말하는 사람이 누굴까?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의 주석? 최대 온실가스 배출기업인 석유회사 아람코 사장?

둘 다 아니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우성훈 대표 등 네 명의 한국인들이 2020년 11월부터 준비해 세상에 나온 암모니아 연료전지시스템 기업 아모지(Amogy) 이야기다.

한국인이 미국에서 창업했지만 투자금은 전 세계에서 모였다.

영국 AP벤처스를 시작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벤처스, 미국 아마존 기후서약기금, 한국의 SK와 고려아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일본 미쓰비시 상사, 미쓰비시 중공업 및 마루노우치 기후테크성장펀드 등 6개국에서 2억2천만 달러(2900억여 원)의 투자가 들어왔다.
 
한국인 MIT 동창 4명이 만든 아모지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술에 세계가 주목 [기후테크가 뜬다](3-2)
▲ 아모지는 올해 8월까지 6개국의 여러 투자자로부터 2억2천만 달러를 투자 받았다. 사진은 지난 3월 뉴욕증권거래소(NYSE) 전광판. "뉴욕증권거래소는 아모지가 SK이노베이션 주도로 1억3900만 달러 자금을 조달한 것을 축하한다"고 적혀 있다. <아모지>

증권시장에선 벌써부터 아모지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특히 미국 주식거래시장인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는 아모지의 투자 유치 성공 소식을 자사 전광판에 광고했을 정도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여러 매체가 아모지의 기술과 사업모델을 보도하고 우 대표를 인터뷰했다. 경제전문채널 CNBC와 블룸버그TV, 기술비즈니스잡지 MIT테크놀로지리뷰 등 내로라 하는 매체들이었다.

이 기술에 관심을 보이는 수요자들이 나타나면서 아모지는 미국 브루클린 외에 휴스턴, 텍사스,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와 스토르, 싱가포르 등 6개 지역에도 공장과 사무실을 세웠다. 직원은 미국인을 중심으로 180명을 넘어섰다.

아모지가 어떤 기술을 가졌기에 전 세계 투자자와 기업들이 관심을 보이는 걸까? 정말 전 세계 탄소 배출을 10%나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있는 걸까? 어떤 사람들이 이 기술을 만든 걸까?

비즈니스포스트는 18일부터 24일까지 이메일과 인스턴트메신저를 주고받으며 미국의 우성훈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크래킹설비를 연료전지용으로 소형화, ‘100분의 1’ 크기

‘암모니아(ammonia)’와 ‘에너지(energy)를 합친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 아모지는 주로 비료로 쓰이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에너지 즉 전력을 생산한다.

아모지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암모니아 탱크,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걸러내는 ‘개질기’, 미반응 암모니아를 빨아내는 흡착기, 연료전지가 일체화 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자동차나 선박 주유구에 기름을 붓듯, 탱크에 암모니아를 부으면 개질기에서 수소와 질소를 분리한다. 연료전지는 수소로 전기를 생산한다.

기존의 암모니아 엔진에선 암모니아가 연소과정 중 공기 속의 산소(O2)와 반응해 질소산화물(NOx)을 발생시킨다는 우려를 받고 있었다. 질소산화물은 대기에선 초미세먼지, 강물에선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유해물질이다.

그러나 우 대표는 아모지의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에선 “질소산화물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암모니아를 ‘태우지’ 않기 때문이다.

그건 크래킹(Cracking) 즉 열과 촉매제를 활용한 기술 덕분이다. 우 대표는 “암모니아(NH3)를 크래킹하게 되면 수소(H2)와 질소(N2)가 발생하는데 우리는 이 질소를 공기 중으로 그대로 배출한다”고 설명했다. 이 질소는 공기의 80%를 차지하는 질소와 동일하다.

사실 크래킹 기술은 지금도 울산 등 여러 시설들이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공장 크기의 대형설비라 운송수단에서는 쓸 수 없었다.

아모지는 이것을 세계 최초로 소형화, 모듈화 해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만들었다. 루테늄(Ru) 기반의 자체 개발 촉매를 사용해서 기존 크래킹 설비를 100분의 1로 소형화하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우 대표는 “자체 개발 촉매 덕분에 기존의 촉매에 비해 작동 온도를 수백 도 낮출 수 있었다”며 “열교환기 등 부가장비도 크게 줄이는 한편 자체 개발한 다양한 설비를 사용해 기존 설비보다 약 100배가량 부피를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실증도 성공했다. 2021년엔 5㎾(킬로와트)급 드론, 2022년엔 100㎾급 트랙터, 올해 1월엔 300kW급 대형트럭이 아모지 파워팩으로 주행하는 데에 성공했다. 파워팩(Powerpack)이란 엔진과 클러치, 변속기, 감속기 등과 같은 동력장치를 뜻한다..

한 번 충전시 500마일(800㎞)을 달릴 수 있게 설계된 아모지 트럭의 경우, 액체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하기에 7분만에 완충이 가능하다. 기존 전기트럭이 30분 동안 80%를 충전하는 데에 비해 충전속도가 빠르다.
 
한국인 MIT 동창 4명이 만든 아모지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술에 세계가 주목 [기후테크가 뜬다](3-2)
▲ 아모지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암모니아 탱크(맨 왼쪽부터),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걸러내는 개질기(Reactor Modules), 암모니아 흡착기(NH3 Adsorber), 연료전지가 일체화 되어 있다. <아모지>
아모지는 올 연말 대형 운송수단, 즉 선박에 이 시스템을 장착해 허드슨 강에서 테스트를 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벌써 선주문도 들어왔다. 아모지는 올해 6월 노르웨이 해운회사와 암모니아 기반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공급하는 선주문 계약을 체결했다.

이 모든 게 창업 후 2년9개월여 만에 이뤄낸 일이다. 혹시 창업 전부터 어느 정도 개발이 되어 있었던 기술이었을까?

◆ “문제 해결하는 기술 개발하고 싶다”, 각자 직장 다니다 뭉친 네 명의 동창

원래 우 대표는 포항공대 신소재공학 졸업 후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에서 석·박사를 마친 반도체 전문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거쳐 IBM왓슨 연구소에서 근무했다. 2018년에는 정부에서 40세 이하 우수과학기술인에게 주는 ‘젊은과학자상’도 받았다.

그러나 우 대표는 좀 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었다. 성향상 20년 이상을 바라보는 기초연구가 맞지 않았다. 지금 당장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 조금 더 가까운 미래에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 대표는 “2020년 가을 창업을 하고 싶다는 의지로 친구들에게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1~2015년 사이 MIT 박사과정 중 알게 된 1989년 동갑내기 동창들이었다.

당시 조영석 최고기술책임자(CTO)는 KIST에, 김현호 IP 담당 임원(VP of Innovations)은 삼성전자에, 최종원 제조 담당 임원(VP of Manufacturing)은 동진세미켐에 다니고 있었다.

“처음엔 암모니아기반 수소 연료전지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우 대표는 말했다. 다 함께 여러 기술을 논의하다 조영석 박사가 연구했던 암모니아 관련 기술이 향후 유망할 수 있겠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우 대표는 IBM에 사표를 내고 전 세계 벤처캐피털(VC) 업체 홈페이지를 뒤져 350곳에 이메일을 보냈다. 영국의 수소전문 벤처캐피털 AP벤처스가 관심을 보였다. 종잣돈 300만 달러(약 39억 원)이 모였다.

“그땐 줌(ZOOM, 화상회의서비스)으로 대부분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었어요. 사실 제가 이전에 창업을 해본 적이 없기에 처음 시작하면서는 의문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펀딩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실제 창업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다른 창업자들도 그 과정에서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어요.”

2021년 초, 이들은 미국 브루클린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뉴랩'에 들어갔다. 사업 초기엔 정해진 책상도 없었다. 차츰 사무실과 R&D(연구·개발)센터를 마련했다. 지금은 뉴랩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사용하는 기업이 됐다.

“회사 시작 이후에 자체 기술 개발을 진행하며 여러가지 데모를 했습니다. 일주일에 80~100시간 이상 노력을 쏟아 부었습니다. 이게 바로 회사가 빠르게 스케일업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반도체, 화학, 기계공학 박사인 창업자들 이외에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을 일찍부터 모셔 와서 같이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고 우 대표는 덧붙였다. 
한국인 MIT 동창 4명이 만든 아모지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술에 세계가 주목 [기후테크가 뜬다](3-2)
▲ 아모지는 2021년엔 5㎾(킬로와트)급 드론, 2022년엔 100㎾급 트랙터, 올해 1월엔 300kW급 대형트럭 주행에 성공했다. 사진 왼쪽부터 아모지 파워팩을 장착한 드론, 트랙터, 드론. 소형선박은 올해 4분기에 테스트할 예정이다. <아모지>
◆ “해운을 넘어 발전까지 탈탄소화 꿈꾼다”, 노르웨이 해상풍력발전기업과 MOU

아직 아모지와 동일한 스케일의 기술을 보여주는 경쟁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 대표는 “다른 회사나 연구기관에서는 암모니아를 연료로 하는 무탄소 모빌리티(운송수단)는 어떤 것도 아직 보인 바 없다”고 말했다.

“아모지처럼 암모니아 크래킹과 수소 연료전지를 연결해 암모니아 기반의 연료전지를 만드는 회사들은 늘고 있지만 아모지가 보여준 스케일의 실증을 보여준 회사는 없습니다. 기술과 시장이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우 대표는 “독일의 만(MAN) 에너지솔루션스, 핀란드의 바르질라(Wartsila) 같은 기존 선박 엔진 회사들이 비슷한 기술로 암모니아 기반의 엔진을 만든다”며 가장 가까운 경쟁사로 꼽았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암모니아 관련 모든 회사들이 좋은 기술을 잘 개발해서 전반적인 시장이 성장하고 암모니아 기술이 좀 더 빨리 보급되어 탈탄소를 앞당겼으면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가 완벽하게 탈탄소를 이루려면 청정암모니아 공급이 필수다. 현재는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생산한 후 질소와 합성하는 ‘그레이 암모니아’가 대세다.

만약 재생에너지로 만든 그린수소 기반의 그린암모니아,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 기반의 블루암모니아로 아모지 파워팩을 움직인다면? 우 대표는 “거의 100%에 가까운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단기적으로 아모지는 빠른 시일 내 상품화를 마쳐 2024~2025년부터는 2~3메가급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는 파워팩을 선박에 싣고 운항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를 위해 휴스턴에 파워팩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한국인 MIT 동창 4명이 만든 아모지 암모니아 연료전지 기술에 세계가 주목 [기후테크가 뜬다](3-2)
▲ 우성훈 아모지 대표는 세계 탄소 배출의 1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 가운데 3% 가까이 차지하는 해운에 이어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쓰는 발전 분야에도 진출하려고 한다. <아모지>

장기적으로 아모지는 “세계 탄소 배출의 1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전 세계 탄소배출량 가운데 3% 가까이 차지하는 해운에 이어 화석연료를 가장 많이 쓰는 발전 분야에도 진출하려고 한다. 

올해 7월에는 노르웨이 해상풍력발전기업 사우스윈드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해상풍력 진출의 교두보를 놓은 것이다. 

우 대표는 “저희 기술로 암모니아를 연료로 쉽게 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암모니아가 비료를 넘어 연료로 쓰이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석유에서 얻던 전력을 암모니아에서 얻는 것. 석유문명의 종언이 여기서 시작될지도 모르겠다. 이경숙 기자
 
[편집자주] 폭우와 홍수, 가뭄과 폭염 등 기후재앙이 지구를 휩쓸고 있다.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즉 임계점을 넘어설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전 세계는 2050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분야가 있다. 바로 기후테크다. 온실가스 배출 감소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모든 범위의 기술을 총칭한다.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문제는 기술적 혁신을 제외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이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뿐 아니라 일론 머스크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 SK, LG, 한화 등 국내외 대기업들은 저마다 기후테크와 핵심기술 보유기업에 투자하고 나섰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혁신적 기술로 희망을 만들고 있는 기후테크, 기술기업과 투자자 등 관련 전문가들을 소개함으로써 기후위기의 해법을 조망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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