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AI소프웨어학과 교수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문제의 핵심을 콘트롤타워가 일원화 되지 않은 예보 시스템으로 봤다. 현재 한국에선 기상예보는 기상청이, 홍수예보는 주요강의 홍수통제소가, 재난경보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나누어 하고 있다. 사진은 7월11일 한국과학기자협회 주최 세미나에서 '기후위기 시대, 회복력의 한계와 재난관리'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는 김병식 교수. <과학기자협회 유튜브 갈무리> |
[비즈니스포스트] “한반도는 강우특성의 변화로 물 관련 재난관리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홍수재난 경보가 일원화되어 있지 않다. 영향예보도 제대로 도입되어 있지 않다. 지난해 도시 침수, 올해 오송 지하차도 같은 참사가 반복될 수 있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AI소프웨어학과 교수(사진)은 비즈니스포스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하차도 참사 문제의 핵심은 예보시스템에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예보는 기상청이, 홍수예보는 주요강의 홍수통제소가, 재난경보는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나누어 하면서 선제적 홍수재난 대응에 문제가 시작된다.
한국방재안전학회 부회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2021년부터 2년 동안 정부의 자연재해 대응 영향예보 생산기술을 개발했다. 2018년부터 3년 동안은 호우분야 재해영향모델 개발 과제를 수행하는 등 재해와 방재 분야의 전문가다.
15일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가 발생한 과정에서도 김 교수가 지적한 문제가 드러났다.
사고 당일 오전 4시10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교 주변에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또 오전 6시34분에 전화로 청주 흥덕구청에 주민 대피·통제를 요청했다.
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 공사 현장의 감리단장은 오전 6시 14분부터 7시 58분까지 5차례 청주시와 경찰에 미호강 범람 위험이 있다며 주민 대피를 요청했다.
그리고 8시40분에 참사가 일어났다. 이미 물이 들어찬 상황에서도 청주시 대중교통과는 시내버스회사들에 우회노선으로 궁평2지하차도를 이용하라는 통보를 보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김 교수는 “문제를 나눠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예보시스템은 기상청의 호우특보, 기상예보를 받아 진행된다. 홍수통제는 홍수예보, 행정안전부와 시·도·군·구 등 지자체는 재난경보를 맡는다.
여기서 각 단계별로 문제가 생긴다.
김 교수는 “호우특보는 현상예보”라며 “세계 다른 나라들은 영향예보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 기상청이다. 영국에선 2007년 홍수로 6조 원에 달하는 큰 피해를 입은 후 홍수 피해 원인이 강우량에만 있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기상청은 국가 기상특보 서비스 (NSWWS)를 통해 영향예보를 시작했다. 영국의 교통 기반시설에 악영향을 끼치고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만한 기후현상을 알리는 것이 목표다.
김 교수는 “하늘의 일은 현상예보, 땅의 일은 영향예보”라고 설명했다. 같은 양의 비가 와도 어떤 곳에선 큰 피해가 일어나고 어떤 곳은 상대적으로 피해를 입지 않는다. 이것을 예측해 지역별로 미칠 영향을 알려주는 게 영향예보다. '폭우가 쏟아진다' 대신 '대피하라'고 알리는 방식이다.
영향예보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이유는 기후변화에 있다. 한반도 강우특성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엔 장마철 내내 넓은 지역에서 꾸준히 비가 내려 예측가능했지만 최근 들어선 예측이 어려워졌다. 김 교수는 “일률적 반복패턴을 보이던 강수가 불규칙 피크(peak) 패턴으로 변화됐다”며 “물 관련 재난관리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 한반도의 강우는 과거엔 일률적으로 반복되는 패턴을 보였으나 2014년 이후부터 불규칙한 정점(Peak)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물 관련 재난관리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 <강원대 AI기후재난기술융합연구소> |
피해양상 역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서울 강남과 포항에서 일어났던 도시 침수, 이번에 오송 지하차도 범람피해에서 보이듯 피해는 복합적으로 일어났다. 또 하천에서 도시로 피해지역이 넓어졌다. 그러나 하천과 도시를 복합적으로 고려한 홍수예보는 찾아볼 수 없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지자체로 예보가 전파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 업무 프로세스 상 각 예보 사이에 ‘사람’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호우특보, 홍수경보를 문자메시지로 받은 지자체 공무원은 매뉴얼에 따라 그 다음 대응을 하는데 이때 매뉴얼 따지다 시간이 간다”고 지적했다.
재난 대응엔 골든타임이 있다. 이번 지하차도 범람 때도 미호강 범람 위험을 경고 받은 후 40분 동안 교통통제 등 대응할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만 놓치지 않았어도 범람이 참사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시스템적으로 예경보가 가게 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사람은 그것이 잘 이뤄졌는지만 관여(감독)하도록 하면 된다는 것이다.
권한과 책임을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리할 필요도 있다. 김 교수는 “이번 지하차도 참사에서 지자체가 왜 경보를 안 했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현재 체계에선 기관별 권한과 책임의 한계가 모호하다”고 말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르면 지자체는 중앙행정기관과 함께 재난관리책임기관이다. “사람의 생명ㆍ신체 및 재산에 대한 피해가 예상되면 그 피해를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하여 재난에 관한 예보 또는 경보 체계를 구축ㆍ운영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예보 후 언제부터가 지자체 책임인지가 현재 법에선 모호하다는 게 김 교수의 지적이다. 즉 피해가 예상되면 그 다음에 지자체가 움직일 수 있는데, ‘피해’를 예상하고 알리는 주체가 현행 체제에서는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홍수예보가 몸통이라면 기상예보는 앞, 지자체 등 재난예보는 뒤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 세 부분이 제각각 움직이고 있다. 이 시스템이 통합적으로 작동하려면 권한을 기상청이든 환경부든 한 쪽에 일원화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강조했다.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1800여명이 목숨을 잃은 후 방재 컨트롤타워를 연방재난관리청(FEMA)으로 일원화했다. 또 방재 대책과 예산 지원을 총괄하게 했다.
김 교수는 한국 역시 소하천, 산사태를 포함한 치수재난의 컨트롤타워를 일원화해야 한다며 물 관리의 일원화를 예로 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1월 국가하천·지방하천 등의 관리 업무를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했다. 이경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