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GS건설이 인천 검단아파트 1600여 세대에 대한 전면 재시공 결단을 내렸으나 후폭풍이 거세다. 손실이 수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면서 주가도 역대 최저수준으로 폭락했다.
GS건설은 재시공 의지를 밝히면서 업계 최고 기업 경영자들의 품질경영 노력을 소환했다. 과거 사례들처럼 GS건설의 고육지책이 전화위복으로 돌아올지 주목받는다.
▲ 6일 GS건설 주가는 전날보다 19.47% 내린 1만45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GS건설 본사.
6일 GS건설 주가는 전날보다 19.47% 내린 1만452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1년 전의 절반 수준이고 2005년 LG건설에서 GS건설로 상호 변경상장 뒤 역대 최저가다.
인천 검단아파트 철근누락 등 부실시공 여파가 거센 모습이다.
GS건설 주가는 2020년 3월19일 1만5050원을 보인 뒤 지난해에는 4만 원대로 올라서기도 했다. 올해 초부터는 2만 원 초중반대를 보여왔는데 전날 4%대 하락에 이어 이날 두자릿수 급락했다.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조사 결과에서 시공뿐 아니라 설계, 감리, 품질안전관리 등 모든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시공도 GS건설(40%), 동부건설(30%), 대보건설(30%)이 컨소시엄으로 함께 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GS건설이 책임공방으로 시간을 끌지 않고 빠르게 전면 재시공에 나선 것은 ‘자이’ 브랜드 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결단으로 풀이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GS건설은 8월 행정처분 발표 전까지 불확실성은 지속되겠지만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자이’ 브랜드 가치 훼손을 일정 부분 방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도시정비사업과 자이S&D의 중소형 단지 건설업 진출 등이 자이 브랜드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단기 비용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바라봤다.
GS건설은 5일 국토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발표 뒤 사과문에서 “자이 브랜드의 신뢰와 명예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며 과거 자사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의 마음으로 입주예정자들의 여론을 반영해 검단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극단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처방으로 회사의 위기를 경영쇄신의 기회로 삼았던 일화에 빗대 자이 브랜드 신뢰회복을 위한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GS건설이 언급한 불량제품 전체를 불태운 경영자 사례는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떠올리게 한다.
이건희 회장은 평소 품질경영을 강조하며 “모든 제품의 불량은 암적 존재이고 암은 진화한다”며 “초기에 자르지 않으면 3~5년 내 (회사를) 죽게 만든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삼성전자의 휴대폰 브랜드 ‘애니콜’의 불량률이 높아지자 애니콜 불량제품 15만 대를 수거해 임직원 2천여 명이 지켜보는 앞에서 불태웠던 일화는 유명하다.
삼성전자는 1994년 휴대폰 애니콜 브랜드를 만들어 제품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당시 1위였던 모토로라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오기 위해 애니콜 생산량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그러면서 1994년 말 애니콜의 제품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아 고객들의 불만이 커져갔다.
이에 이건희 회장은 “고객으로부터 인심 잃고 악평을 받으면서 이런 사업을 왜 하는가, 삼성에서 수준 미달의 제품을 만드는 것은 죄악이다”고 임직원들을 질타하며 1995년 3월 구미사업장에서 애니콜 불량제품 15만 대를 조각내 부수고 불태웠다.
삼성전자는 애니콜 ‘화형식’이 있고 4개월 뒤 한국 휴대폰시장 점유율 52%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2022년 기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2%로 애플(19%)보다 앞서 선두를 지키고 있다.
GS건설의 뿌리이기도 한 LG그룹에도 비슷한 일화가 있다.
지금 LX그룹으로 독립한 구본준 회장은 2010년 LG전자 부회장을 맡으면서 품질우선경영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 창원공장에서는 ‘이 정도면 되겠지’ ‘이것만은 모르겠지’ 등 문구의 현수막을 불태우는 행사가 열렸고 TV를 생산하는 사업본부도 불량품들을 모아 부수는 불량품 척결대회를 진행했다.
품질경영을 독하게 실행하자는 의지를 담아 임직원들의 느슨한 마음가짐을 불태워 없애버리자는 취지였다.
구 회장은 이밖에도 2011년 1월 멕시코 생산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구인회 LG 창업주의 품질경영 어록 액자를 보고는 즉각 LG전자의 모든 해외법인에 이를 전파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이 품질경영 액자에는 구인회 창업주가 “가령 100개 제품 가운데 1개의 불량품만 섞여 있어도 다른 99개도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지다”며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을 팔아 신용을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왜 모르냐”고 한 말이 적혀있었다.
LG전자는 품질경영을 바탕으로 현재 핵심사업인 가전에서 ‘역시 가전은 LG’라는 인식을 얻으며 세계 1위 생활가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시장 3위에 오른 현대자동차그룹도 마찬가지다.
2009년 현대차가 개발한 세타2 엔진은 떨림과 시동꺼짐 등 결함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그러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대표이사에 오른 2019년 세타2 GDi, 세타2 터보 엔진 차량 496만 대를 평생보증하기로 결정하며 품질경영 의지를 다졌다.
현대차·기아차 합산 세타엔진 품질관련 누적 충당금은 2022년 말 기준 8조 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 LG, 현대차 등 국내 선두기업들이 거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품질경영을 중시하는 것은 품질이 곧 고객의 신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와 증권가 분석을 종합하면 인천 검단아파트 17개 동, 1666세대 전면 재시공에는 3천억~5천억 원 수준의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신용평가는 GS건설의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기존 도급액과 철거비용, 지연보상금 등을 고려할 때 4천억 원 이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아파트 철거비용에 약 1천억 원, 재시공비에 약 1130억 원, 입주지연 보상금에 770억~2300억 원 등 모두 약 3천억~4500억 원 안팎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철거비용 780억 원, 재시공비 3200억 원, 입주지연 보상금 1560억 원 등 5400억 원 수준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고 원인이 시공사만의 문제가 아닌 설계, 감리 모든 부분에서 문제가 있었고 시공사가 컨소시엄 형태로 GS건설 지분은 40%인 만큼 이 비용은 한국토지주택공사 및 컨소시엄 건설사들과 배분할 여지도 있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