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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선임절차 확 바꾼 KT, 'CEO 잔혹사' 마침표 찍기에는 역부족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3-06-09 15: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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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이사 선임절차 확 바꾼 KT, 'CEO 잔혹사' 마침표 찍기에는 역부족
▲ KT가 9일 새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대표이사 선임절차 바꿨지만 'KT CEO 잔혹사'의 마침표를 찍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KT가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대폭 변경하겠다고 발표하며 ‘KT CEO 잔혹사’를 끊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추천된 사외이사 면면을 살펴보면 차기 KT 대표이사도 정권의 입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KT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9일 사외이사 최종 후보를 7명을 추천하며 새 대표이사를 선출하기 위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30일 제1차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사외이사 선임과 정관 개정을 마친 뒤 이르면 7월 말까지 새 KT 대표이사 선임을 마치고 8월부터 차기 대표의 임기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는 그동안 문제가 제기됐던 대표이사 선임절차를 대폭 수정한다.

기존 대표이사 자격 요건으로 명시됐던 ‘정보통신(ICT) 분야 전문성’을 삭제함으로써 후보자군을 대폭 확대하고 현직 대표이사의 ‘연임 우선심사’ 제도를 없애 이번에 가잔 큰 논란이 됐던 ‘셀프연임’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또 대표이사 선임 정당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 후보자에 대한 주주총회 의결 기준을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이상 찬성’으로 상향 조정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선임절차 개정이 외부 낙하산을 차단하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우선 대표이사 후보 심사기준에서 ‘ICT 분야 전문성’이 빠지면서 전문성이 부족한 대표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졌다.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정치권과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기금의 지지를 받는다면 대표이사가 충분히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KT새노조 입장문을 통해 “정관상 대표이사 후보자의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 등으로 변경 하는 등 낙하산 대표이사를 위한 사전 작업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KT 사외이사 후보진부터 친정부 인사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KT 사외이사 후보인 최양희 한림대 총장은 박근혜 정부 시절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을 역임한 인물이고 윤종수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에 환경부 차관을 지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현 정권의 국무총리 소속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 7명 가운데 3명이 친정부 인사로 분류될 수 있는 셈이다. 

사외이사 면접을 진행한 KT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번에 퇴임하는 KT 사외이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과거와 달리 사내이사를 위원회에서 배제한 것으로 이는 정치적인 외압을 막고 새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데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이번 인선 결과를 놓고 보면 결국 외풍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대표이사 선임절차 확 바꾼 KT, 'CEO 잔혹사' 마침표 찍기에는 역부족
▲ ​KT 대표이사는 과거에도 정치적 외풍에 크게 시달려야 했다.
KT는 올해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 사장에 이어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 사장까지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역대급 ‘KT CEO 잔혹사’를 겪었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이 유력했던 후보와 ICT 분야 전문성을 가진 후보마저도 정치권과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거센 사퇴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KT 역사에서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

남중수 전 KT 대표이사 사장과 이석채 전 KT 대표이사 회장은 각각 2008년과 2012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각종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거세지자 중도 사퇴했다. 

황창규 전 KT 대표이사 회장은 2017년 연임에 성공한 뒤 3년의 임기를 무사히 마쳤으나 '쪼개기 정치 후원금' 논란으로 정치권의 압박에 내내 시달리다가 2021년에야 겨우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었다.

결국 KT가 향후에도 근본적으로 외풍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도 위탁운용사에 전적으로 맡기도록 제도를 변경해 '정치권-국민연금-기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어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2020년부터 일부 의결권을 위탁운용사에 맡기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 한해서는 국민연금이 직접 의결권을 행사한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에 대한 원칙)를 도입하면서 국민연금의 과도한 영향력이 문제가 되자 의결권 행사를 일부만 넘긴 데 따른 것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도 모두 위탁운용사에 맡기는 국가들이 있다. 일본 국민연금은 보유한 주식 대부분을 자산운용사에 맡기면서 주주권 행사도 위탁한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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