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강병주 범양건영 대표이사 사장이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모듈러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범양건영은 건축과 토목 등 전통적 건설사업 매출 비중이 90%에 이르러 사업다각화가 핵심 경영과제로 꼽히고 있다. 범양건영은 지난해부터 주택부동산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새로운 먹거리 마련이 더욱 절실해졌다.
 
범양건영 주택건축 경기침체에 새 먹거리 절실, 강병주 모듈러건축 본격 시동

▲ 강병주 범양건영 대표이사 사장이 공공 모듈러건축시장을 중심으로 사업 본격화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은 범양건영의 모듈러건축 자회사 범양플로이.


8일 범양건영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모듈러교실 제작사업을 위한 시제품을 만들고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범양건영 관계자는 “모듈러건축은 주력 신사업으로 교육청에서 발주하는 임대형민자사업(BTL)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려는 단계”라며 “아직 모듈러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 됐기 때문에 공공분야부터 시작하고 앞으로 시장이 개화하면 모듈러 자체 브랜드 등을 만들어 사업을 확장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범양건영의 모듈러건축 전문 자회사 범양플로이는 올해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회사 홈페이지를 새롭게 단장했다. 4월에는 모듈러교실시장 진출을 위해 모듈러교실 브랜드 ‘M스쿨’을 보유한 엠쓰리시스템즈와 전략적 협업을 맺었다.

엠쓰리시스템즈는 건설정보모델링(BIM)과 공장제작 및 조립방식 바탕의 모듈러건축 통합플랫폼 서비스기업이다. 2022년 말 출시한 모듈러교실 브랜드 ‘M스쿨’이 조달청 혁신 신제품으로 선정됐고 올해 5월에는 MBC건축박람회에서 모듈러주택 M하우스도 선보이는 등 모듈러건축분야에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모듈러공법은 공장식 대량생산 개념을 건설산업에 도입한 건축공법이다. 구조체 설비, 전기, 소방, 통신, 실내외 마감 등 건설공정의 최대 80%까지를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는 조립, 설치 등 최소한의 공정만 하는 방식으로 기존 철근콘크리트, 철골조 공법과 비교해 공사기간을 절반가량으로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 모듈러건축시장 규모는 2020년 600억 원을 밑돌았지만 2021년 1457억 원, 2022년 1757억 원 수준으로 커졌다. 2030년에는 2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서는 모듈러건축시장 성장이 더 빠르다. 미국 텍사스대 건설산업연구소(CII)에 따르면 모듈러건축을 포함한 글로벌 탈현장건설(OSC, Off-Site Construction) 시장은 한 해 평균 성장률이 9%를 보이며 2027년에는 1414억 달러(약 200조 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국내 모듈러건축은 아직 초창기라 학교와 병원 같은 공공시설에서 먼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규격화돼 있어 모듈제작이 용이하고 공공주도 사업을 통해 안정적 발주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강 사장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모듈러교실이 대표적 사례다.

교육부는 2025년까지 전국의 40년이 넘은 오래된 학교 교실 2835개 동을 개축·리모델링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를 리모델링하는 동안 임시로 사용할 모듈러교실 설치 발주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애초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사업 예산 가운데 1조2천억 원가량을 모듈러교실 사업비로 책정했다. 사업 3년차에 들어선 올해는 모듈러교실 발주물량이 최대 5천여 개까지 나올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더해 모듈러교실은 대규모 신축아파트들이 들어서는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과밀학급 해소 대안으로 활용되면서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

올해 5월에만도 경기도 화성의 동탄고등학교, 양주 옥정신도시의 천보초등학교, 의정부 고산초등학교 등을 비롯해 울산, 대전 등의 학교들도 과밀학급 문제, 신설학교 건설지연 등으로 모듈러교실을 도입했다.

범양건영은 2023년 1분기 기준 건축부문 매출 비중이 68.51%, 토목부문이 20.44%로 89%가량을 차지한다. 고려종합물류를 통한 물류사업도 영위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이 5%가 되지 않는다.

모듈러부문은 건축토목에 치우친 사업구조 개선을 위한 핵심 신사업으로 매출 비중이 2021년 0.15%에서 2022년 4.07%, 올해 1분기 6.15%로 늘어나고 있다. 

범양건영은 2023년 1분기 실적에서도 건축과 토목부문 매출은 각각 38.4%, 32.8% 줄었지만 모듈러 등 기타사업부문 매출은 소폭 증가했다.

다만 범양건영은 아직 모듈러부문 매출 규모가 미미하고 그마저도 모두 자체사업 등 내부 공사물량에서 나오고 있다.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서는 외부사업 수주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보가 필요한 단계다.

강 사장은 2019년 9월 자본금 5억 원을 투입해 범양플로이를 설립하면서 모듈러건축사업을 준비해왔다.

범양건영은 범양플로이 설립과 함께 바로 전북 군산에 모듈러사업을 위한 임시공장을 세워 시제품 연구개발과 제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같은 해 충북 보은군 보은산업단지 안 부지를 매입해 2020년 모듈러 전문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범양플로이의 충북 보은 모듈러공장은 2020년 12월 가동을 시작했다. 한 해 모듈 500~1천 개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범양플로이 충북 보은 생산공장은 공장 자체도 모듈러공법을 적용해 건설했다. 

범양건영은 충북 공장 완공 뒤 회사 현장 사무실 등을 모듈러건축물로 지어 사용하고 있다. 2021년에는 경기도 수원시 세류동에 부지를 매입해 모듈러주택 파일럿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범양건영의 세류동 5층 규모 도시형생활주택은 모듈러공법을 적용해 5월 준공했다. 현재 분양과 세입자 모집을 진행하면서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범양건영은 1958년 설립된 부산지역 건설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택건축시장 불경기를 겪으면서 2011년 10월 회생절차를 신청했고 2013년 강병주 사장이 회사를 인수해 이끌고 있다.

강 사장은 1967년생으로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제3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국세청 등에서 일하다 2000년대 건설업계에 발을 들였다.

강 사장은 나보건걸, 마루종합건설 대표이사를 거쳐 부동산 시행사 플라스코앤비를 세웠고 2013년 플라스코앤비 컨소시엄을 꾸려 범양건영을 인수했다.

범양건영은 인수 뒤 2015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2019년까지 실적 성장세를 지속해왔다. 하지만 2020년과 2021년 연속 매출이 감소했고 2021년부터 영업이익도 감소세를 보였다.

2022년에는 건자재값 상승에 따른 원가율 상승, 준공지연 비용 발생 등으로 연결기준으로 매출 1197억 원, 영업손실 123억 원을 내면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022년 같은 기간보다 33.2%, 68.7% 급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