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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뉴롯데' 첫발 비끗, 롯데헬스케어 '건강관리 플랫폼'에만 집중한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6-08 15: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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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이 뉴 롯데를 상징하는 첫 사업을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게 됐다. 

새 성장동력 가운데 한 축을 맡아온 롯데헬스케어가 아이디어 도용 논란을 겪어온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롯데그룹 '뉴롯데' 첫발 비끗, 롯데헬스케어 '건강관리 플랫폼'에만 집중한다
▲ 롯데헬스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 철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사진)이 공들여온 신사업이 첫 발부터 삐거덕 했다는 의미의 결정으로 풀이된다.

다만 롯데헬스케어는 사업의 핵심인 ‘건강관리 플랫폼’의 본질이 흐트러지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보고 이 분야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8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가 이른바 ‘기술 베끼기’ 논란을 겪었던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법인 출범 이전부터 1년 반 동안 공들였던 사업이 모두 원점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롯데헬스케어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법인 출범을 준비하던 롯데지주 신성장3팀 시절부터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에 관심을 뒀다. 대략 2021년 하반기 즈음이다.

당시 롯데헬스케어는 건강관리 플랫폼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던 중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 알고케어를 포함해 여러 회사와 접촉했다.

하지만 알고케어와 협업하려던 시도가 두 회사의 입장 차이로 틀어지면서 롯데헬스케어는 영양제 디스펜서를 자체 개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롯데헬스케어는 계열사 캐논코리아에 의뢰해 영양제 디스펜서 ‘필키’를 새로 만들었고 이를 1월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IT 박람회 CES에 선보였다.

새 기기를 자체 개발하는 데 투입한 자금만 수십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진다. 1년 반 동안 투입한 인적 자원 등 유무형의 비용을 감안하면 롯데헬스케어의 투자 규모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1월 중순 무렵 제기된 ‘스타트업 아이디어 도용 논란’이 끝내 롯데헬스케어의 발목을 잡았다.

알고케어가 롯데헬스케어의 필키를 놓고 자사의 아이디어를 훔친 제품이라고 주장하면서부터 롯데헬스케어의 사업은 삐거덕하기 시작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를 빼앗은 대기업’이라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정부와 국회까지 두 회사의 아이디어 도용 논란에 직접 나섰을 정도다. 중소벤처기업부와 공정거래위원회는 논란이 불거진 직후부터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사건의 실태 파악에 착수했고 국회 차원에서는 두 회사를 중재하기 위해 2월 말부터 꾸준히 노력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롯데헬스케어의 최고경영진은 이 과정에서 정지원 알고케어 대표와 직접 수차례 만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헬스케어는 이 과정에서 필키가 결코 알고케어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도용한 제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법적으로나 도의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뜻을 계속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롯데헬스케어는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기술 및 아이디어 도용을 인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스타트업의 기술을 빼앗았다는 꼬리표가 붙은 상황에서 사업을 이끌어갈 만한 실익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적 대응에 나서 판단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만약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롯데가 스타트업의 기술을 베꼈다는 세간의 인식을 바꾸기 어렵다는 점, 논란에 휩싸였다는 점만으로도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신동빈 회장이 공들인 ‘뉴 롯데’의 첫 사업이 시작조차 못 했다는 점에서 바라보면 롯데헬스케어의 영양제 디스펜서 사업 철수가 롯데그룹에 미치는 타격은 적지 않아 보인다.

신 회장은 지난해 롯데그룹의 4대 핵심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헬스케어를 제시하며 롯데헬스케어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롯데지주는 신성장3팀을 롯데헬스케어라는 독립 법인으로 출범하면서 초기 출자금 700억 원을 전부 댔다.

롯데헬스케어 초대 대표에 롯데그룹의 기획 및 전략 전문가로 꼽히는 이훈기 롯데지주 ESG경영혁신실장 사장을 발탁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롯데헬스케어에 거는 기대는 작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롯데헬스케어가 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는 것은 신동빈 회장의 의지에 다소 생채기가 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롯데헬스케어의 이번 결정을 ‘건강관리 플랫폼’이라는 사업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보면 사안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도 생긴다.  
 
롯데그룹 '뉴롯데' 첫발 비끗, 롯데헬스케어 '건강관리 플랫폼'에만 집중한다
▲ 롯데헬스케어는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은 예정대로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건강관리 플랫폼을 사업의 핵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사람들의 건강 관련 데이터를 모아 분석해주고 각 고객들의 상황에 적합한 헬스제품을 추천하는 것이 롯데헬스케어가 바라보고 있는 본질적인 사업 방향이다.

영양제 디스펜서는 이 사업을 원활하게 확장할 수 있는 하나의 수단으로 롯데헬스케어는 보고 있다. 고객들이 어떤 영양제를 언제, 어떻게, 어떤 목적에서 섭취하는지 데이터베이스(DB)화 할 수 있다면 플랫폼 사업을 좀 더 빠르게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영양제 디스펜서가 롯데헬스케어 사업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사업 전격 중단을 결정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롯데헬스케어는 영양제 디스펜서 없이도 건강관리 플랫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여러 여건들을 조성해놓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이미 지난해 7월 유전체 분석 사업을 하는 테라젠바이오와 업무협약을 맺고 건강관리 플랫폼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체 검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5월에는 두피케어 스타트업 비컨과 사업협력 및 상품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탈모 관리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는 길도 마련했으며 7일에는 인공지능 디바이스 전문 제작기업과 손잡고 홈헬스케어 솔루션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건강보험공단에서 각 개인의 보건의료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길도 열려 있다.

롯데헬스케어는 이런 사업 기반들을 가지고 8월 예정된 건강관리 플랫폼 ‘캐즐’ 출시를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앞으로 건강관리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투입해야 하는 인적·물적 자원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롯데헬스케어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들여야 했던 돈과 시간을 플랫폼 구축에만 투입해 ‘선택과 집중’하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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