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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인재영입 경쟁 부른다, TSMC 인력난 한국에도 '경종'

이근호 기자 leegh@businesspost.co.kr 2023-05-31 17: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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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인재영입 경쟁 부른다, TSMC 인력난 한국에도 '경종'
▲ 미국 정부가 반도체 생산공장에 대규모 재정 지원을 하면서 반도체 생산을 늘리려는 기업들이 기술자 부족을 겪고 있다. 사진은 대만 TSMC 8인치 웨이퍼 파운드리에서 한 기술자가 공정을 진행하는 모습. < TSMC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리쇼어링(본국 회귀)’ 정책을 앞세워 현지에 글로벌 반도체기업의 생산공장 투자를 공격적으로 유치하면서 공장에서 근무할 기술인력 부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반도체기업뿐 아니라 구글 등 빅테크 기업마저 인재 영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만큼 한국도 반도체 전문인력 확보에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각) 미국 외교정책전문지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2030년 미국 반도체 업계는 필요로 하는 기술자 수요 대비 가용인력이 40만 명가량 부족한 상태에 놓일 것으로 예상된다.

포린폴리시는 미국 정부가 반도체 제조사에 제공하는 대규모 재정 지원이 이러한 인력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따르면 2022년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이 발표되고 나서 현재까지 50여개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4만4천 명에 달하는 신규 고용계획을 세웠다.

현재 미국 각지에 다수의 반도체 공장이 건설되고 있어 반도체 기술자 부족 문제는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공산이 크다.  

전자공학 등 반도체 관련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생 수가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점도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원인으로 지적됐다.

포린폴리시는 미국 반도체법이 중국과 기술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목적으로 빠르게 추진돼 미국에서 전문 인력을 육성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짚었다. 

미국 과학자협회연맹 부소장 디비안쉬 카우시크는 포린폴리시를 통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더 짓기 위해서는 공장 운용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춘 노동자가 다수 필요하다”며 “반도체 전문지식 교육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미국에서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는 기업들이 다수의 인력을 해외에서 영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미국의 반도체 인력 확보에 따른 인재 유출은 이미 대만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재팬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현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 교육과정을 이수한 인재들이 TSMC 대신 미국 기업에 취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이 업무강도가 높은 TSMC보다 여유로운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TSMC가 제공하는 급여 수준 또한 글로벌 기준에서는 크게 높지 않다는 점 또한 지적됐다. 

재팬타임스는 TSMC가 직원 기본 급여를 인상하고 대만 내 고등학생까지 반도체 기초기술을 교육하면서 인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래 대만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1위 기업인 TSMC의 본사와 대부분의 생산공장이 위치한 국가인 만큼 반도체 관련 기술인력 풀도 그만큼 폭넓게 갖춰져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으로 미국에 반도체 분야 일자리가 급증한 뒤에는 대만에서 전문 기술인력 유출을 막아내기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 서비스에 최적화된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면서 관련된 기술인력 유치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TSMC의 전 부사장이자 현 중국 칭화대 반도체연구대학 학장인 린번젠은 재팬타임스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기술자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해외 사례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한국 반도체 기업에도 비슷한 일이 재현될 수 있다. 

반도체 인력 문제를 미리 방지하는 성격으로 삼성전자는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3년 1분기 삼성전자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투자하는 300조 원에는 반도체 인력을 육성하고 보호하는 데 쓰이는 연구개발 비용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인력에 투자하는 금액을 아끼지 않으면서 혹시나 발생할 인력 유출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미 반도체 기술인력 풀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인재 유출 가능성까지 높아진다면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이 충분한 전문인력을 갖춰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이중고를 겪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포린폴리시는 미국 퍼듀 대학교 전자컴퓨터공학과의 마크 룬드스트롬 교수가 “전 세계 반도체 고급인력들이 미국으로 오기를 원한다”고 말한 발언을 인용하며 반도체 핵심 인력이 미국으로 건너가는 것을 막는 일이 쉽지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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