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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②] UNEP FI 에릭 어셔 “기후변화 대응에 기관투자자 리더십 중요”

이상호 기자 sangho@businesspost.co.kr 2023-05-26 11:3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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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②] UNEP FI 에릭 어셔 “기후변화 대응에 기관투자자 리더십 중요”
▲ 에릭 어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사무총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인터뷰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관투자자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셔 총장은 24~25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아시아·태평양지역 라운드테이블'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산업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본의 흐름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자본을 운용하는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지침은 기후변화 대응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열쇠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전 세계 510여개 주요 금융회사들이 참여한 금융이니셔티브 조직의 수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비즈니스포스트는 24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에릭 어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사무총장을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 봤다. 어셔 총장은 24~25일 열리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아시아·태평양지역 라운드테이블’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

어셔 총장의 생각은 명확했다.

그는 “금융 시스템 내에는 은행, 보험사를 비롯해 자문 영역까지 포함해 보면 변호사, 회계사 등 매우 다양한 주체들이 존재한다”며 “이들 가운데 특히 기관투자자는 투자 영역에서 상위에 위치해 있는 만큼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은 주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양한 성격의 주체가 섞여 있는 금융 시스템의 특징을 고려하면 주요 주체들의 리더십 발휘는 기후변화와 같은 중요 현안 대응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셔 총장은 “금융 시스템 내 각 주체는 은행, 보험사, 투자사 등처럼 저마다 다른 성격의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미치는 영향도 다르다”며 “그러다 보니 금융권 내 특정 부문, 특정주체의 행동만으로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이 기후변화 대응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금융 시스템 안에서 모든 주체가 함께 나서야 하고 주요 주체들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②] UNEP FI 에릭 어셔 “기후변화 대응에 기관투자자 리더십 중요”
▲ 에릭 어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사무총장이 23일 '유엔환경계획-신한금융그룹 아태지역 지속가능금융확산 후원협약' 행사에 참석해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한금융그룹> 
실제 세계적으로 자본의 흐름에서 기관투자자가 미치는 영향력은 매우 크다.

선진국에서는 대체로 연기금, 투자펀드, 보험회사 등 전통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한 자산 규모만 보더라도 각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150~250%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주식시장만 놓고 봐도 대표적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회사가 300곳이 넘을 정도로 그 영향력이 막강하다.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지침인 스튜어드십 코드가 자본의 흐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주주와 기업의 이익,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경영, 사회현안 대응 등을 위해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위한 자율적 지침이다. 기관투자자가 집사(steward)처럼 투자자들의 재산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셔 총장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니는 의미에 대해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업들의 자금 운용 방향에 영향을 준다”며 “특히 적극적 관여(active engagement) 등을 통해 기업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기관투자자가 기업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지를 놓고는 탄소배출량과 같은 지속가능성 공시의 고도화를 꼽기도 했다.

어셔 총장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기업의 움직임을 이끌어 내는 데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향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지속가능성 공시에서 기업들이 더욱 유용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만드는데 기관투자자들이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탄소배출량 공시에서 외부배출(scope 3)을 예로 들면 기업들이 단순히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느냐에 더해 공급망 내 어느 곳에서, 어떻게 배출되는지도 알기를 원하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국민연금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적 금융의 흐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운용자산 규모가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939조 원으로 일본의 후생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연기금이다.

어셔 총장은 “일본 후생연금펀드와 마찬가지로 한국의 국민연금도 분명히 세계적으로 리더십을 지닌 위치”라며 “국민연금의 역할을 향한 한국 사회의 기대도 많고 그 기대치는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대응해야 할 주요 현안으로는 기업들의 넷제로(net-zero) 달성을 꼽았다.

어셔 총장은 “넷제로라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갈 수 있는지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기업들이 환경친화적 사업계획 등으로 넷제로 달성을 추진하는데 국민연금이 얼마나 역할을 해줄지가 국민연금을 향한 최우선의 기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스튜어드십이 온다②] UNEP FI 에릭 어셔 “기후변화 대응에 기관투자자 리더십 중요”
▲ 에릭 어셔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 사무총장이 24일 서울 영드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 아시아·태평양지역 라운드테이블’에서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는 무엇? 에릭 어셔 사무총장은 누구?

유엔환경계획은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 인간환경회의(UNCHE)’의 결의에 따른 권고를 근거로 환경분야 국제협력 등을 위해 같은 해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유엔환경계획은 ‘지구 정상회담’으로도 불리는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이후 세계 주요 금융기업의 제안을 받아들여 ‘환경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금융기관과 보험사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성명서’를 낸 뒤 금융이니셔티브를 설립했다.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는 ESG의 철학과 책임투자원칙(PRI), 지속가능보험원칙(PSI), 책임은행원칙(PRB)을 제정한 바 있으며 현재 참여 중인 금융기업은 세계적으로 510여 곳에 이른다. 금융관계사 및 비금융기관도 153곳이 지원기관으로 가입해 있다.

한국에서는 신한금융그룹, KB금융그룹 등 주요 금융그룹이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에 참여하고 있다.

어셔 총장은 2015년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에 합류한 뒤 기후변화, 자연자본 손실, 인권 침해 등 문제 해결을 위한 금융권의 변화를 이끄는 데 공을 들여왔다.

유엔 책임투자원칙(UN PRI)의 유엔 대표, 넷제로 자산소유자 연합(Net-Zero Asset Owner Alliance)의 이사회 위원,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와 블룸버그가 함께 발행하는 ‘Global Trends in Renewable Energy Investment’ 보고서의 편집자,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Special Report on Renewable Energy Sources’의 재정담당 수석 저자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상호 기자
 
[편집자주] 68조 달러, 우리 돈 9경 원의 자산 보유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후행동 100+’란 이름으로. 캘퍼스, GIC 등 대형 연기금과 국부펀드 등 기관투자자들이 그 주인공이다. 국적도, 규모도 다른 투자자들이 연합해 ‘기후행동’에 나선 이유는 하나다. 기후재앙이 더 커지면 혹은 탄소중립 압박으로 산업 지형이 달라지면 투자 자산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탁자 활동 즉 기후 스튜어드십 활동이 국내외 대형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강해지고 있다. 올 9월부터는 국민연금도 ‘기후변화 관련 위험 관리’ 차원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 즉 스튜어드십 활동을 시작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기후 스튜어드십을 선도하는 국내외 리더들을 인터뷰하고 국내 기업 대응 전략을 전한다. 아울러 국회ESG포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공동으로 6월13일 2023기후경쟁력포럼을 개최한다. 관련 기사와 포럼 안내는 홈페이지(ccforum.net)에서 볼 수 있다.

① 삼성전자도 LG도 SK도 달라진다, '큰손'들의 기후행동
② UNEP FI 에릭 어셔 “기관투자자의 리더십이 중요”
③ AIGCC 배희은 “투자자 기후변화서 자유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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