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경기 하남시 한 주차장에서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시승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 코나 일렉트릭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은 2018년 4월 출시된 뒤 5년 만에 처음 완전변경(풀체인지)를 거친 2세대 모델이다.
2017년 코나를 출시하며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시장에 처음 진출한 현대차는 이듬해 코나 일렉트릭을 내놓고 현대차의 전기차 시대를 본격화했다.
코나 일렉트릭은 출시 첫해부터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으나 2019년부터 이어진 잇따른 화재 사고로 인기가 식어갔다. 결국 코나 일렉트릭은 2021년 4월 새로 출시된 현대차 아이오닉5에 국내 전기차 시장을 맡기고 단종됐고 그 뒤 글로벌 판매만 이어왔다.
다시 한국 땅을 밟는 코나 일렉트릭이 좋은 반응을 얻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왕년의 입지를 회복할 수 있을까? 코나 일렉트릭을 직접 타봤다.
◆ 완성도 높은 디자인에 차급을 뛰어넘는 고급사양 갖춰
22일 경기 하남시 한 주차장에서 '디 올 뉴 코나 일렉트릭' 시승행사가 열렸다.
시승차량으로는 코나 일렉트릭 최상위 트림인 롱레인지 인스퍼레이션에 보스(BOSE) 프리미엄 사운드, 주차보조 옵션인 파킹어시스트, 와이드 선루프, 빌트인 캠2 등 모든 옵션이 다 들어간 5612만6860만 원(개별소비세 3.5% 기준, 세제혜택 적용 전)짜리 차량이 제공됐다.
▲ 코나 일렉트릭 가솔린 모델(왼쪽)과 전기차 모델. |
신형 코나 일렉트릭은 완전변경을 거치며 외관을 확 바꿨는데 올해 초 출시된 코나 내연기관 모델과 비교해도 전기차다운 미래적 디자인이 한층 강조됐다.
현대차는 신형 코나 일렉트릭의 전·후면 수평형 램프에 최초로 파라메트릭 픽셀(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디자인으로 구현한 것)을 입혔다.
아울러 앞 뒤 범퍼 하단에도 파라메트릭 픽셀 구조가 적용돼 첨단의 이미지를 자아낸다.
현대차는 브랜드 최초이자 세계적으로도 드물게 2세대 코나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내연기관 모델에 앞서 전기차를 먼저 디자인했다고 한다.
이에 보통 전면부 중앙에 자리한 그릴을 막고 패턴을 그리는데 그치는 기존 파생형 전기차 디자인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옆에서 보면 아이오닉5와 투싼에 적용됐던 대각선의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을 중심으로 드러나는 각지고 울퉁불퉁한 차체 라인이 강하고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인테리어를 보면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내비게이션이 통합된 수평의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그 옆으로 이어지는 수평형 대시보드, 엠비언트(은은한) 무드램프가 어우러져 엔트리(진입) 전기차 모델 답지 않은 고급스런 첨단의 감성이 돋보인다.
또 신형 코나 일렉트릭은 소형 SUV 최초로 OTA(무선업데이트) 기능이 탑재돼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브레이크, 에어백 등 안전 및 편의기능들을 최신 사양으로 유지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 오른쪽에 컬럼타입으로 장착된 전자식 변속 레버와 위아래로 움직이는 공조기 물리버튼은 전방을 주시한 채 조작하기 편해 보였다.
시승차량의 실내 공간은 소형 SUV 차급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로웠다.
신형 코나 일렉트릭의 전장은 4355mm, 휠베이스는 2660mm로 기존 모델보다 각각 175mm, 60mm나 길어졌다. 이에 차체가 한 차급 위의 1세대 투싼보다도 커졌다.
공간활용성을 더욱 키우는 요소들도 돋보였다.
▲ 코나 일렉트릭 센터콘솔. <비즈니스포스트> |
신형 코나 일렉트릭은 기존모델보다 시트 두께가 30%가량 얇아졌다. 뒷좌석에 앉았을 때 다리를 놓을 공간이 충분해 편안히 긴여행을 즐길 수 있을듯 했다.
또 기어 노브(변속 손잡이)를 스티어링 휠로 옮겨 센터콘솔이 넓어졌고, 조수석 대시보드 아래에도 수납공간을 만들어 휴대품들을 놓기 편리해 보였다.
◆ 가족 여행에도 좋을 편안한 주행감성, 부족함 없는 가속성능으로 운전의 재미도
시승은 경기도 고양시에 위치한 주렁주렁 하남 주차장에서 강원도 속초시의 한 리조트까지 편도 약 17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일반도로에서는 부드럽고 안정적인 주행감성이 돋보였다.
출발지인 주차장을 벗어나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밀고 나갔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는 가속과 동시에 최대 토크가 발생해 출발 즉시 빠르게 속도가 올라간다. 이는 전기차에 익숙지 않은 탑승자의 승차감을 저해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시승차량은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아도 전기차 특유의 울렁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주행을 보여줬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는 운전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충분한 가속성능을 발휘했다. 1700kg이 넘는 가볍지 않은 차체를 짊어지고도 액셀을 밟으면 속도를 내고 싶은 만큼 경쾌하게 치고 나갔다.
시승차량은 최고출력 150kW(킬로와트, 204마력), 최대토크 255Nm(뉴턴미터, 26.0kg.m)의 성능을 낸다. 최고 출력은 아이오닉5 스탠다드와 롱레인지 트림의 중간 수준이고 최대토크는 아이오닉5 스탠다드의 약 70% 정도다. 공차중량은 아이오닉5보다 200kg가량 가볍다.
센터콘솔에 자리한 둥근 드라이브모드 버튼을 돌려 '스포츠모드'를 발동하면 가속페달에 한층 더 예민하게 반응하며 튕겨나가는듯 한 추가적 힘을 낸다.
다만 스포츠모드에서는 계기판에 나타난 평균 전비가 실시간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이 보여 운전자 입장에서 이를 계속 유지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고속도로에서의 반자율주행 기능은 가다서다 하는 구간에서 운전의 피로도를 확 덜어줬다.
시승차량에는 고속도로주행보조2(HDA2)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됐는데 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앞 차와 간격을 유지하고 방향지시등만 켜면 차선변경도 알아서 한다.
특히 정체 구간에서는 완전히 정차했을 때도 앞 차가 움직이면 스스로 간격에 맞춰 출발한다. 완전히 정차한 뒤 30초가 지나면 악셀을 밟거나 버튼을 다시 눌러줘야 하지만 사실상 대부분의 정체 구간에서 스티어링 휠만 잡고 있으면 자율주행차에 탄 것 같은 느낌을 줬다.
다만 스티어링 휠 센서의 민감도가 떨어지는 점은 아쉬웠다.
HDA2를 활용할 때 12초가량 손을 떼면 경고가 작동하는데 이 때 어지간히 스티어링 휠을 다시 꽉 잡아도 경고가 해제되지 않았다. 이런 때는 스티어링 휠을 차체가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살짝 틀어주자 경고가 풀렸다.
신형 코나 일렉트릭은 기존 모델보다 시작가격이 66만 원 가량 올랐다. 5천만 원대를 넘나드는 가격이 부담되긴 하지만 신형 코나 가솔린 모델 시작가격이 300만 원가량 높아진 것과 비교하면 인상 폭은 크지 않은 셈이다.
전기차 구매 시 적용되는 개별소비세 혜택과 구매보조금을 반영하면 스탠다드 모델 프리미엄은 3천만 원대 초중반, 롱레인지 모델 프리미엄은 3천만 원대 중반 가격에 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시간가량 이어진 약 170여km의 시승 코스에서 신형 코나 일렉트릭의 1kWh당 전비는 6.2km를 보였다. 시승 차량의 공인 복합전비는 1kWh당 4.8km다.
시승 중 고속도로 정체 구간이 많아 회생제동을 하는 전기차 특성 상 높은 전비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회생제동은 차량을 제동할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전기차의 기능을 말한다.
시승차량은 스티어링 휠 양 옆의 패들시프트를 눌러 회생제동을 0~4단계로 설정할 수 있다. 이날 시승은 대부분 구간에서 회생제동을 1단계로 놓고 진행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