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의원회관에서 5월25일 열린 '횡재세와 기본소득' 토론회 참석자들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횡재세를 국민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재원으로 쓰는 것은 복지국가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다.”
더불어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25일 ‘횡재세와 기본소득’ 토론회에서 금리 상승기 은행의 예대마진, 화석연료 가격 폭등에 따른 거대 정유사들의 이윤을 횡재세로 거둬 ‘기본사회’를 달성하는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횡재세의 정당성과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교수는 ‘자본주의의 총아’로 불리는 미국과 영국에서도 횡재세가 도입됐거나 논의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영국은 석유기업들이 2022년에 거둔 이익의 25%를 에너지 수익세(Energy Profits Levy)로 부과했다”며 “미국도 2022년 석유회사들의 초과이익을 소비세 형태로 과세하는 법안이 발의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임시적’ 세금은 투자자의 예측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횡재세를 도입하더라도 ‘영구적’으로 거두는 세금이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정균승 군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횡제세가 도입돼야 하는 이유로 ‘공유부’(Common Wealth) 개념을 강조했다.
공유부는 사회가 생산한 부 가운데 특정주체의 몫으로 귀속시킬 수 없는 부분을 뜻한다. 그는 공유부를 ‘자연적 공유부’와 ‘인공적 공유부’로 나눠 횡재세를 거두는 방안을 주장했다.
정 교수는 자연적 공유부로 규정하고 횡재세를 도입할 수 있는 사례로 제주도 강정 용천수를 들었다.
정 교수는 “제주도 강정 용천수의 카타르 수출이 성사되면 매년 약 7천억 원의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수익을 기금화해서 매년 기본소득형태로 배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데이터 등을 활용해 거둔 수익을 뜻하는 ‘인공적 공유부’는 횡재세 도입의 당위성을 강화시킨다고 바라봤다.
정 교수는 “인공지능(AI), 로봇 등으로 일자리의 본질이 변화하면서 소득격차,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기본소득을 축으로 새로운 소득분배 체계가 마련돼야 할 당위성을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빅데이터세나 인공지능세, 로봇세 등은 반드시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구글 등 플랫폼 기업은 개인의 데이터를 모두 수집, 가공해서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지만 그들의 수익이 정보와 데이터 원천인 개인에게 하나도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은 산업용 로봇밀도(노동자 10명당 1대)가 매우 높은 만큼 AI와 로봇으로 일자리 발생보다 사라지는 일자리가 현격하게 많은 상황에서 인공지능세와 로봇세를 당연히 고려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반론도 없지 않았다.
이동진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횡재세 도입은 국가경제발전 전략과 조화를 이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디지털, 빅데이터, AI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산업경쟁력을 훼손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소상공인이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처럼 디지털, 빅데이터, AI 산업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많이 창출하는 산업”이라며 “안 그래도 비용부담이 큰 디지털, 빅데이터, AI 분야에 성급하게 횡재세를 부과하면 세금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토론자들은 횡재세 도입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에는 모두 공감하며 정교한 제도적 설계로 횡재세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는 데 뜻을 모았다.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과거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공유이익제가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던 점을 상기시키며 횡재세 실증분석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박기백 교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횡재세를 적용하기 위해서 적절한 과세대상, 과세요건, 세율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며 “일단 석유정제기업, 은행권이 적절한 과세대상이며 대규모 기업으로 한정하고 초과이윤을 적절히 측정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횡제세 법안을 발의한 바 있는 용혜인 의원은 횡재세 초과이윤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평균소득법’과 ‘투하자본법’을 소개했다.
평균소득법은 ‘횡재’가 발생하기 전 평균이윤을 초과해 얻은 이윤의 차액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방법이다.
투하자본법은 1918년 미국이 재산소득 정상수익률을 8%로 정하고 8%가 넘는 수익에 과세표준으로 설정한 것처럼 정상적 자본수익률을 결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수익률을 과세표준으로 삼는 방법이다.
이날 토론회를 개최한 민주당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사회에 필요한 의제를 검토하기 위해
이재명 대표가 직접 위원장을 맡은 당내 특별위원회다.
기본금융, 기본주거, 기본소득 재원문제, 원하청 교섭권을 통한 경제적 기본권 보장방안에 이어 이날 횡재세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토론을 진행했다.
민주당은 기본사회위원회 토론회의 결과를 향후 법안 발의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