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B산업은행 노동조합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산업은행 이전을 막기 위해 권리당원 가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정치인 출신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선거에 출마한다면 이전을 둘러싼 노사갈등의 새 변수가 될 수도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2024년 4월에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가 KDB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점 이전을 위해 필요한 일들 가운데 한국산업은행법 개정만을 남겨놓은 상태에서 선거 결과에 따른 정당별 의석수 변화에 따라 법 개정 여부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직원들을 각 정당의 권리당원으로 가입시켜 영향력을 키우려 하고 있다.
게다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선거 출마를 위해 자리에서 물러난다면 이전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노사관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21일 산업은행 노조에 따르면 권리당원 가입 1만 명을 목표로 여당과 야당 구분 없이 직원들의 정당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조진우 산업은행 노조 부위원장은 최근 이전반대 집회에서 “국회에 가서 직접 우리 의견을 말하고 산업은행법 개정을 막아 달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당원 가입이 필요하다”며 “협조해 달라”고 말했다.
정치적 활동에 대한 외부의 부정적 시선이 생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권리당원 가입운동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본점 이전을 막을 방법이 국회를 움직이는 것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이제 이를 막아낼 방법은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 두도록 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을 저지하는 방안이 유일한 선택지가 됐다.
이에 노조가 법률을 개정하는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들에게 영향력을 높일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찾아낸 것은 직접 직원들이 권리당원이 돼 이전에 대한 반대의견을 전달하는 것이었다.
특히 권리당원은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앞서 정당 내부에서 진행될 경선에서도 한 표를 행사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의원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클 수 있다.
노조는 권리당원 가입운동을 진행한 이후 과거와 달리 의원실에서 적극적으로 노조에 다가오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예전에는 노조에서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된 발언을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해줄 것을 의원실에 부탁했으나 이제는 의원실에서 먼저 노조에다가 산업은행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알려오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노조 상급단체인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산업은행 이전을 막기 위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전을 주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 사태의 시초를 만든
윤석열 정권 퇴진은 물론 이전을 추진한 후보들의 낙선운동을 통해 총선에서 심판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게 된다면 산업은행 이전 작업에 새로운 변수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강 회장은 4월 국회 정무위원회 회의에서 백혜련 정무위원장의 질문에 답변하면서 출마에 선을 긋기는 했으나 전직 국회의원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2012년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 서초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 회장에 취임한 이후 지난해 10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정치는 마약이라고 하지 않나 해보니 그런 측면도 있더라”고 말해 정계 복귀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특히 강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내세운 산업은행 이전과 관련해 이전공공기관으로 지정하는 행정절차를 마무리하는 성과를 냈기 때문에 정치권으로 복귀할 충분한 명분도 쌓아놓은 상태로 볼 수 있다.
강 회장은 총선 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인사들의 출마가 가시화될 경우 이들과 함께 출마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강 회장은 산업은행을 이전하는 작업을 밀어붙이면서 직원들과 소통을 제대로 하지 않아 노사 대립을 키운 면이 있다.
이에 강 회장이 총선 출마를 위해 물러난 이후 새 인물이 등장해 직원들과 대화를 시도한다면 지금의 갈등상황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