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간호법 거부권에 쪼개진 정치권, 의사-간호사단체도 반응 엇갈려

윤석열 대통령이 5월16일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보건복지의료연대(사진 왼쪽)과 대한간호협회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자 여당과 야당, 의사·간호조무사 단체와 간호사 단체가 상반된 반응을 내놨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의료체제를 무너뜨리고 보건 의료계 갈등을 유발하는 법률안을 두고 불가피하고 당연한 선택”이라고 두둔했다.

그러면서 “이 법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세계 최고 수준의 국내 의료 협업 시스템을 붕괴시키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며 “간호법은 간호사 단체를 제외한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강력히 반대하는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의 정략적 목적만을 위한 입법권 남용은 어떤 경우에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 과정에서 초래된 국민적 갈등에 대한 책임을 두고두고 지게 될 것”이라고 야당을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하고 거부권 규탄 기자회견을 여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거부권 행사는 국민을 거부한 것으로 윤 대통령은 기어이 국민과 맞서는 길을 택했다”며 “윤 대통령에게 국민 통합의 리더십은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는 겉으로만 의료 체계를 위하는 '위선'이고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는 '무능'이고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는 '오만'”이라며 “윤석열 정부가 계속해서 위선, 무능, 오만으로 일관한다면 국민들의 혹독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도 비판에 동참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두고 “의회민주주의에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정의당은 윤 대통령의 약속 파기, 국회 입법권 부정하는 거부권 행사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대로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재의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법 제정안에 반발하며 17일 총파업을 예고했던 의사·간호조무사 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에 반색하며 파업을 연기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단체로 이뤄진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이날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에 400만 회원은 환영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7일 계획한 연대 총파업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는 깊은 고뇌 끝에 국회 재의결시까지 유보할 것”이라며 “법안 처리가 원만히 마무리될 때까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의료연대는 4월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을 간호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법이라 주장하며 3일과 11일 연가투쟁등 부분파업을 벌였다. 

다만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의료인이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으면 면허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에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한간호협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정치적으로 심판하겠다는 태도를 나타냈다. 협회 소속 전·현직 간호사 62만 명으로 총선에 영향력을 끼치겠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와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간호법 제정 추진 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약속을 파기한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책임을 묻고 총선기획단 활동을 통해 간호법을 파괴한 정치인과 관료들을 단죄하겠다”고 말했다.

대한간호협회는 당정이 마련한 간호법 중재안이 아닌 간호법 원안의 입법 통과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거부권이 행사된 간호법을 즉각 국회에서 재의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의 진실과 역사적 맥락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기에 그 진실의 힘과 지혜를 조직하여 국회에서 간호법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한간호협회는 거부권 행사에 따른 단체행동과 관련해 구체적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큰 틀은 정해졌지만 시점이나 방향,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