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특정 연령 이하의 어린이 손님을 받지 않는 가게를 뜻하는 노키즈존이 전국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를 놓고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 차원의 노키즈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5월5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키즈존이 확산되자 노키즈존 문제에 관련해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연합뉴스> |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저출생에 따른 인구 위기와 관련해 노키즈존을 두고 사회적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4일 기자회견에서 “많은 분들이 인구 위기의 심각성을 말씀하는데 왜 어린이와 어린이를 돌보는 양육자들의 일상은 인구위기의 대책에서 주요 의제로서 논의의 장에서 다뤄지지도 않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노키즈 대한민국’을 ‘퍼스트 키즈 대한민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정부 부처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용 의원은 “여러 공공시설이 '중학생 이상 이용가능' 표지판을 붙이거나 어린이 방문자를 차단하고 있는데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야 한다”며 “어린이가 자유롭게 여가를 누릴 수 있는 공공시설이 확대되도록 지자체와 정부 부처에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노키즈존 담당 정부 부처로는 주양육자 역할을 주로 하는 여성과 아동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여성가족부, 아동복지 정책이라는 점에선 보건복지부, 소상공인 대상 정책이라는 것을 감안해 중소벤처기업부 등이 꼽힌다.
정부 정책 논의의 바탕을 깔기 위한 입법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각각 아동이 권리주체임을 명확히 하고 아동의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 및 사회의 책무를 규정한 ‘아동기본법’을 발의했다.
두 법안은 아동복지법, 영육아보육법 등 기존 법 체계에서 다루는 '아동 보호' 중심에서 나아가 아동의 권리를 선언하고 이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을 명시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미 일부 지자체와 지방 의회에서는 노키즈존 문제 해결을 위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서는 지난 3일 노키즈존 금지 조례가 발의됐다. 제주도의회는 조례안을 두고 8일까지 찬반의견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350개 가게가 참여한 서울키즈 오케이존을 선 보였다. 서울시는 올해 2월 서울키즈 오케이존에 참여하는 가게를 500곳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까지 참여 매장을 700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다만 개별 지역별로 이뤄지는 지자체의 움직임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현재까지는 노키즈존을 찬성하는 여론이 더 많다. 그런 만큼 국민 설득을 위해선 중앙 관계부처 차원에서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한국리서치가 2021년, 2023년 두 차례 전국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키즈존 운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70%대 초반, '허용할 수 없다'는 응답은 10%대 후반으로 나타났다.
이런 한국의 높은 노키즈존 찬성 여론에 국내외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2017년 노키즈존이 차별행위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노키즈존 영업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이나 종교·나이·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대우하는 것을 평등권 침해라 보고 있다.
인권위는 “영업의 자유가 무제한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어린이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사업주들이 누리는 영업의 자유보다 우선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2019년 한국의 아동권리협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노키즈존을 언급하며 “한국은 아동을 혐오하는 국가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노키즈존이 특정 집단을 배제하는 차별의 장이 될 수 있다”며 “관용이 사라진 사회 분위기는 성장기 어린이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제주연구원 사회복지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국 노키즈존 가게는 모두 542곳이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업종은 카페로 417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