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경영이 불확실할 때는 기업 총수가 직접 영업현장을 뛰어야 한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년 만에 이사회 의장을 맡아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할 때 했던 말이다. 서 회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에도 함께하며 현장경영에 나선다.
 
셀트리온 서정진 미국서 ‘현장경영’, 바이오시밀러 진출과 인수합병 탐색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 경제사절단에 참가해 주요 시장인 미국 공략에 앞장선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에서 녹록잖은 경영 상황에 놓여 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생체의약품 복제약)의 미국 식품의약국 승인이 지연된 데다 미국 의약품 직판체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게다가 자국 바이오산업 육성을 강조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이 셀트리온 미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서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소방수’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데 이번 경제사절단 활동 기회를 활용해 셀트리온이 새롭게 도약할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의 이번 방미에서 셀트리온 사업과 가장 기대되는 부분으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성분이름 아달리무맙)’의 현지 진출에 속도를 내는 일이 꼽힌다.

휴미라는 미국 애브비가 보유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미국시장 규모만 연간 20조 원이 넘는다. 최근 미국에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가능해지면서 셀트리온을 비롯한 여러 기업들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허가받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는 무려 8종에 이른다.

하지만 여기에 셀트리온의 유플라이마는 포함되지 않았다. 셀트리온은 일찍이 유플라이마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출시 예정시기인 7월을 눈앞에 둔 현재까지도 FDA 허가를 받지 못했다. 

유플라이마 생산을 담당하는 해외 제조소에 대한 FDA 실사 과정에서 지적사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인이 지연되자 셀트리온은 FDA와 협의를 통해 올해 5월까지 승인 검토를 완료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주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서 회장은 이번 미국 방문에서 유플라이마를 계획대로 출시하기 위해 힘쓰는 한편 제품 판매의 기반이 될 미국 직판체제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유플라이마, 항암 바이오시밀러 ‘베그젤마’ 등의 미국 출시에 발맞춰 현지 직판체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법인 ‘셀트리온USA’를 의약품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매각해 영업망을 구축하도록 했다. 

서 회장은 이같은 미국시장 공략이 향후 셀트리온 성장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 회장은 3월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 미국 직판 법인이 2년 안에 매출 3조 원을 거둘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2조3천억 원 수준인 셀트리온 전체 매출보다 더 많은 실적을 미국에서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하는 것도 서 회장의 이번 방미 목적 중 하나로 꼽힌다.

셀트리온은 최근 미국 박스터인터내셔널의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스터인터내셔널은 수액 등 여러 의약품을 제조하는 회사다.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는 특히 대규모 생산시설을 기반으로 의약품 위탁생산 서비스를 제공한다. 셀트리온도 앞서 박스터인터내셔널에 위탁생산을 맡긴 적이 있다.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의 인수 가격은 무려 5조 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 회장이 이런 대규모 인수합병을 노리는 까닭은 본격적인 미국시장 진출와 함께 현지 생산시설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림수로 읽힌다. 

최근 미국 정부의 자국 바이오산업 육성정책으로 인해 사업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도 인수합병 추진의 주요한 이유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미국에서 발명한 모든 것을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표어를 내걸고 바이오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첨단산업의 자국 이전(리쇼어링)을 지원하고 있다.

물론 바이오파마솔루션사업부 이외에 다른 기업도 얼마든지 서 회장의 인수합병 물망에 오를 수 있다. 미국은 세계 유수 제약바이오기업이 모여있는 곳으로 서 회장이 신약개발을 새로운 사업목표로 강조한 만큼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새로운 투자 대상을 찾을 공산이 크다.

서 회장은 장차 신약을 셀트리온의 주요 포트폴리오로 육성해 매출 40%를 신약에서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자체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한편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인수합병을 위해 개인 자산을 내놓겠다고 할 정도로 열의를 보이고 있다.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에 동행할 경제사절단에는 대기업 19개, 중소·중견기업 85개, 경제단체 등 협회·단체 14개, 공기업 4개 등이 참가한다. 

제약바이오기업은 셀트리온 이외에 보령, HK이노엔, 영케미칼, 올릭스, 진캐스트, 지놈앤컴퍼니, 바이오오케스트라, 메디픽셀, 셀러스, 시프트바이오, 아이엠비디엑스, 소젠 등이 이름을 올렸는데 특히 서 회장의 행보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