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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쿠팡 네이버 '배송 전쟁' 진짜 이유, 점유율 30% 향해 고지전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3-27 15: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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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쿠팡 네이버 '배송 전쟁' 진짜 이유, 점유율 30% 향해 고지전
▲ 쿠팡이 일반 판매자들에게도 '로켓배송'으로 일컬어지는 쿠팡의 풀필먼트서비스를 제공한다. 빠른 배송 속도로 시장 장악력을 높여나가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사진은 쿠팡 배송 차량. <쿠팡>
[비즈니스포스트] 쿠팡과 네이버가 ‘빠른 배송’을 두고 끊임없이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커머스 시장이 두 회사의 양강 구도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시장 지배력을 조금이나마 더 빨리 확대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읽힙니다.

증권가는 시장 점유율 30%를 먼저 달성하는 기업이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설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 이 선에 먼저 도달하기 위한 업계 선두권 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한 모양새입니다.

27일 쿠팡이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한 중소상공인을 대상으로 ‘로켓그로스’라는 풀필먼트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한 것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배송 속도가 여전히 중요한 경쟁 지점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쿠팡의 핵심 사업은 직매입입니다. 판매자들에게 상품을 직접 사와 쿠팡의 물류센터에 쌓아놓고 고객들에게 주문을 받으면 이 센터에서 고객들의 집으로 배송해주는 사업을 통해 대부분의 매출을 내고 있습니다.

쿠팡이 직접 밝힌 적은 없지만 쿠팡 매출에서 직매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90% 안팎으로 파악됩니다. 다음날까지 배송해주는 것으로 유명한 ‘로켓배송’은 대부분 이 사업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쿠팡에 직매입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쿠팡에 상품만 올려놓고 자신들이 물품 포장부터 배송까지 모두 처리하는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도 존재하지요.

쿠팡이 이날부터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에게 적용하겠다고 한 ‘로켓그로스’는 이들에게도 쿠팡의 무기인 로켓배송을 제공하겠다는 뜻과 같습니다. 판매자가 가격 등 판매 전략만 정하면 그 외의 재고 관리나 배송, 고객 응대는 모두 쿠팡이 맡게 됩니다.

물론 판매자들에게 돈을 더 받기는 합니다. 기존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들은 판매수수료만 내면 됐지만 로켓그로스를 이용하려면 실제 사용한 물류와 배송 서비스 요금을 추가로 내야 합니다.

하지만 쿠팡은 이 비용이 오히려 중소상공인에게 효과적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존대로라면 별도로 포장과 배송업체를 알아봐야 했지만 이를 일괄적으로 쿠팡에 대행하면 오히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쿠팡의 로켓그로스 도입은 수년 동안 수조 원을 들여 구축한 쿠팡의 물류인프라가 어느 정도 안착 단계를 밟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류센터 구축이 얼추 끝났으니 일반 판매자들에게도 풀필먼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상품 판매뿐이 아닌 물류 측면에서도 돈을 벌어보겠다는 행보를 본격화한다는 뜻입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증권가와 이커머스업계는 쿠팡이 물류인프라 투자를 마치면 제3자 물류(물류전문기업이 화주에게서 물류를 아웃소싱 하는 것) 사업을 확대해 매출을 늘릴 것이라고 바라봤습니다.

다만 쿠팡의 이러한 움직임은 네이버의 배송 서비스 강화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쿠팡이 경쟁이 치열한 이커머스 시장에서 몸집을 빠른 속도로 불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로켓배송입니다. 주문한 다음 날이면 99%의 확률로 상품을 배송해주는 서비스 덕분에 쿠팡은 1100만 명(유료멤버십 가입자 수, 2022년 말 기준) 이상의 충성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쿠팡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물류인프라에 수백억~수천억 원을 투자했지만 수익을 내는 데 실패해 빠른배송 시장에서 철수한 기업들이 속출했을 정도로 쿠팡은 경제적 해자(다른 기업들이 넘보기 힘든 경쟁력)를 잘 구축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네이버는 쿠팡이 시장에서 독주하려는 것을 결코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백브리핑] 쿠팡 네이버 '배송 전쟁' 진짜 이유, 점유율 30% 향해 고지전
▲ 쿠팡의 배송 속도 강화는 사실 네이버를 의식한 행보이기도 하다. 네이버는 물류 연합군 형성을 통해 지난해 12월부터 '도착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네이버는 쿠팡처럼 배송시장에 직접 진출하는 전략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수천억~수조 원이 드는 물류인프라에 투자하기에는 쿠팡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대신 기존 전문 배송업체와 돈독한 관계를 다지며 ‘배송 연합군’을 꾸리는데 주력했습니다. 그 결과물로 내놓은 것이 지난해 12월에 선보인 ‘도착보장’ 서비스입니다.

네이버의 도착보장 서비스는 ‘도착보장’이라는 태그가 붙은 상품에 한해 화면에 표시된 배송 예정일에 정확하게 배송해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를테면 ‘내일 3월28일(화) 도착보장’이라고 적힌 상품은 무조건 내일까지 보내준다는 것입니다.

도착보장 서비스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 가능합니다. 만약에 배송에 차질이 생겨 예정일보다 배송이 늦어진다면 네이버는 상품 주문 1건 당 네이버페이 포인트 1천 원을 보상해줍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무료로 제공하며 배송이 늦어질 경우 포인트 1천 원을 제공하는 것과 서비스가 유사하다는 점에서 사실상 쿠팡 로켓배송의 대항마나 다름없습니다.

네이버는 도착보장 서비스 출시에 힘입어 그동안 약점으로 여겨졌던 배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단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네이버에서 물품을 사면 배송이 느리다는 단점을 보완한 만큼 네이버의 커머스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판매자들에게도 도착보장 서비스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쿠팡과 네이버의 배송 속도 경쟁은 앞으로도 갈수록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입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보여주는 공신력 있는 지표는 현재 없습니다. 다만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하는 주요 유통업체의 판매 동향과 각 기업의 매출을 통해 각 기업의 점유율을 추정해보면 쿠팡과 네이버는 각각 점유율 20% 초반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직 시장의 절대강자라고 부를 만한 기업이 등장하지 않은 만큼 두 기업 입장에서는 영향력 확대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전략을 가다듬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밖에 없겠죠. 가격으로 경쟁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빠른 속도를 내세워 배송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는 것은 전략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보통 이커머스 업계는 시장 점유율 30%를 ‘치킨게임’의 끝으로 바라봅니다. 시장 점유율 30%의 고지를 먼저 확보한다면 이커머스 시장을 지배하는 사업자로서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알리바바처럼 시장을 재편할 수 있다는 얘기죠.

가장 많은 고객을 확보한 플랫폼이라는 상징성을 내세운다면 입점업체들과 가격 협상을 할 때도 매우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는 점에서 쿠팡과 네이버 모두 배송 속도의 혁신을 통한 점유율 선두 경쟁을 포기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앞으로도 두 회사가 배송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가능성이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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