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 살 길] 전력소비 2위 SK하이닉스, 대응 방안 '영끌' 나서

▲ SK하이닉스가 탄소중립시대를 맞아 온실가스 배출 저감과 재생에너지 기반 전력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고심하고 있다. 2021년 기준으로 국내에서 산업용 전력을 두 번째로 많이 사용하는 기업(9209GWh)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재생에너지 인프라가 부족한 국내에서 전력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인 만큼 전력구매계약(PPA)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등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할 수단을 다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스크러버 등 저탄소 제조시스템을 확립해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기술고도화에도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 저탄소 제조시스템 등 기술고도화를 통한 탄소중립 추진

SK하이닉스는 기술력을 고도화해 탄소중립 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저탄소 제조시스템 구축을 위해 반도체 생산과정에서 필요한 특수가스를 대체하기 위해 힘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제조과정에는 패턴에 따라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식각과 웨이퍼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질소(N2), 삼불화질소(NF3), 사불화탄소(CF4) 등의 공정용 불화가스가 필요하다.

통상 이산화탄소(CO2)가 대표적 온실가스로 알려져 있지만 반도체 제조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화가스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불화가스와 같은 공정가스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재 연간 배출량의 40%를 2030년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반도체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이와 같은 목표가 달성하기 만만치 않은 도전적 과제라는 시각이 나온다. 그런 만큼 SK하이닉스로서는 목표달성을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공정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가스를 우선순위에 두고 대체가스 개발을 위해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있다.

아울러 SK하이닉스는 공정가스를 분해하는 스크러버 설비 개선에도 노력을 기울여 점차 성과를 내고 있다.

2021년에는 스크러버 설비에 질소산화물 저감시설 25대, 암모니아 저감시설 6대를 추가 설치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2020년과 비교해 74% 수준으로 줄였다.

SK하이닉스는 스크러버 동작자체에 소요되는 전력의 사용량을 필요할 때마다 조절하는 방식으로 절감하는 방안도 기술개발을 통해 고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예컨대 낮은 온도에서도 효율이 높은 저온 촉매방식의 스크러버를 개발 중이다. 반응가스를 활용한 저전력 스크러버도 연구하고 있다.
 
[탄소중립이 살 길] 전력소비 2위 SK하이닉스, 대응 방안 '영끌' 나서

▲ 반도체 생산공정에서 스크러버를 활용한 온실가스 처리과정. < SK하이닉스 뉴스룸 >

◆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열악, RE100 이행수단 다변화

탄소중립에서 온실가스 배출 저감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신재생에너지 100% 사용, 즉 RE100 달성이 더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화석연료로 생산되는 전기를 줄이는 것이 탄소중립의 핵심적 과제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 사업장에 태양광과 작은 규모의 수력 발전기와 같은 자가 발전설비를 운영하고 있지만 대량의 전력을 필요로 하는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모든 전력을 자가 발전으로 충당하는데는 한계가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21년 기준 국내 전력다소비 기업 상위 30개 회사 가운데 2위를 차지할 정도로 전력소비량이 많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의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확대가 어려운 이유는 인프라가 받쳐주지 못하기 때문이다”며 “국내 전력소비량 상위 30개 기업들의 최근 5개년 전력 연 평균 사용량은 10.3기가와트시(GWh)인데 반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GWh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한해 신재생에너지 공급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치와 비교할 때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신재생에너지를 통한 발전 단가도 높다.

SK하이닉스는 이런 현실에 대응해 전력구매계약(PPA)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등 이행수단 다변화를 통해 RE100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인프라가 확보되기 전 대체수단을 통해 먼저 대응한다는 것이다.

PPA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자가 한국전력 등 기존 전력시장을 거치지 않고 전기사용자에게 전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제도는 일반기업들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하는 발전사들로부터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하면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했다고 인정해주는 정책이다.

다만 이 역시도 제도적 보완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가장 선호되는 방식인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구매의 경우 간단한 절차, 탄소배출권 대응 등의 장점이 있지만 전력가격과 재생에너지 수요에 따라 가격변동성이 높다는 부담이 있다.

또한 PPA(전력구매계약)의 경우 송전망을 한국전력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송전망 사용비용의 불명확성, 전력 부족상황, 전력가격 예측의 어려움으로 계약조건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와 기업들이 전력구매계약을 맺을 때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세액공제 등을 통해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신재생에너지 관련 전력구매계약은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들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며 “최근 메모리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불황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재생에너지 관련 조직을 추가해 전력조달방안을 다방면으로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구매정책 및 제도가 국가나 지역별로 상이하다는 점에 착안해 글로벌 사업장 지역별 재생에너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
 
전 세계가 탄소장벽을 확대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빌미로 선진국들은 관세로, 공시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저탄소 기술과 넓은 대지를 기반으로 저탄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뛰는 한국이 탄소중립에 머뭇거린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는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기후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을 발굴해 그들의 도전과제와 핵심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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