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3-15 14: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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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한국판 IRA(인플레이션감축법)법을 추진한다. 반도체 기업들의 세액 공제를 늘리는 'K-칩스법'의 범위를 넓혀 다른 산업들까지 지원하는 내용을 담는다.
미국에 이어 EU(유럽연합)도 유럽판 IRA라 불리는 핵심원자재법(CRMA) 제정을 예고하며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판 IRA가 국회를 넘어 힘을 보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더불어민주당이 한국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추진하며 산업지원에 나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3월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판 IRA 발의에 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확대 법안과 탄소중립산업육성법 등 한국판 IRA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한국판 IRA법’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과 탄소중립산업육성법으로 나뉜다.
신동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 법률안(조특법)은 정부가 제안했던 반도체특별법의 내용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개정안은 앞서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안한 것과 마찬가지로 국가전략기술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각각 상향 조정한다.
정부안과 차이는 시행령에 규정된 국가전략기술 분야를 법률이 정하도록 한 부분이다. 반도체뿐 아니라 수소 등 탄소중립산업, 미래형 이동수단을 국가전략기술에 포함시켜 세액공제 대상을 확대했다.
양이원영 의원이 발의할 탄소중립산업육성법에는 정부가 재생에너지와 그린 수소, 미래차 등의 산업 분야를 세제 외에도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양이원영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조특법은 세제지원을 위한 입법이고 탄소중립산업육성법이 미래 산업 지원을 위한 근거 법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이 자국 중심 보호무역 기조를 담은 ‘IRA’와 ‘CRMA(핵심원자재법)’를 입법하면서 우리 역시 자국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에서 한국형 IRA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다.
미국의 IRA는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미국 내 생산 확대를 위해 3740억 달러(약 484조원)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 1대당 최대 7500달러(약 973만원)의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부품이 일정 비율 이상 들어간 배터리를 탑재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 우리 기업들이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 2월28일 발표한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세부 지급 기준과 관련해서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시각이 많다.
미국의 보조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지원금을 받는 기업의 중국 내 반도체 투자가 10년 동안 제한된다. 또 1억5천만 달러(약 2천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는 기업은 초과이익을 미국 정부와 공유해야 한다.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
여기에 EU가 입법을 예고한 유럽 CRMA의 핵심은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 주요 광물 원자재의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유럽 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유럽 현지에서 원자재를 생산하고 처리하는 기업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등 여러 규제 장치가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현재 희토류, 리튬 등 핵심 광물을 중국에서 들여오고 있는데 중국산 광물 비중을 줄여 나가야한다.
민주당이 한국판 IRA법을 추진하는 데에는 다수당으로서 입법과 정책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K-칩스법을 마지못해 찬성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윤석열정부가 상대적으로 소극적 행보를 보이는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등 친환경 산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입법 아젠다를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한국판 IRA법에 관해 “민주당은 정부의 반도체 추가 투자세액공제를 수용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그 대상을 반도체 시설뿐 아니라 수소, 재생에너지, 미래차 등 새로운 먹거리 핵심 산업으로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도 14일 K-칩스법과 관련해 "야당이 발목 잡는 것처럼 표현한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유감 표명해야 한다"면서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 등을 고려했을 때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미래차 분야도 추가하는 게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대규모 세액지원을 담은 민주당의 '한국판 IRA'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애초 기재부는 지난 연말 예산처리 과정에서 K-칩스법에 담기는 세액공제율 상향도 세수감소를 우려하며 반대하다가 태도를 바꿔 공제율을 높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K-칩스법 수용을 대가로 한국판 IRA법 처리를 요구한다면 국회 논의과정이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은 16일 국회 기재위 회의에서 정부안과 민주당안을 병합 심사해 최종안을 의결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세액공제율 확대에 관한) 대승적 협조에 국민의힘도 한국판 IRA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초당적 협력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