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세계 TV판매 1위 삼성전자가 10년 만에 다시 올레드TV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시장 성장이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올레드TV 생산을 확대하려면 패널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대형 올레드 패널 세계 최강자인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사이 올레드 패널 동맹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TV용 올레드(OLED) 패널과 관련된 협의를 끝마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10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고위급 관계자들이 TV용 대형 올레드 패널 공급을 놓고 협상을 재개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LG디스플레이와 올레드 패널을 놓고 협상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는 없다”면서도 “고위급 관계자의 만남에 대해서는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전자업계에서 두 회사의 협상 재개 소문이 다시 흘러나오는 것은 삼성전자가 올레드TV 시장에 다시 진입한 것과 관련 깊다.
삼성전자는 올레드TV 시장에서 수익성을 확보할 기반이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올레드TV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북미 등 일부 지역에 올레드TV를 내놓은 데 이어 9일 안방 국내 시장에도 출시했다.
더구나 최근 LCD 패널의 가격도 상승해 올레드TV 사업을 순조롭게 펼칠 기반이 마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물량공세를 통해 가격을 끌어내리면서 TV용 올레드 패널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바 있다.
TV용 올레드 패널은 LCD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제조원가가 비싸기 때문에 LCD 패널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경쟁력을 잃게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LCD 가격이 다시 개선세를 보이면서 올레드의 상대적 가격경쟁력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DSCC에 따르면 올해 2월 50인치 이상 TV용 LCD 패널을 중심으로 판매가격이 오름세를 보인데 이어 올해 3월에는 모든 크기의 TV용 LCD 패널 가격이 2월보다 4%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산된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사업확장이 올레드TV의 대중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2013년 이후 다시 올레드 TV 사업에 고삐를 죄면서 올레드 디스플레이 시장의 규모 확장과 건전한 경쟁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TV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기침체가 나타나면서 수요가 둔화됐지만 프리미엄 제품인 올레드TV 시장은 단단한 하방지지를 받으며 올해부터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레드TV 출하량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14% 증가한 740만 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올레드TV 패널 시장의 중장기적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의 전망을 보면 TV용 올레드 패널 출하량은 2022년 650만 대 수준에서 2027년 1410만대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올레드TV의 이와 같은 성장세를 눈여겨보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출하량을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에 올레드 패널을 납품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생산능력이 아직까지 높지 않아 LG디스플레이와 협력할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올해 올레드TV 출하목표를 지난해 QLED TV 판매 규모의 15%선인 최대 150만 대로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TV용 올레드 패널 출하량을 760만 대로 잡고 삼성디스플레이는 150만 대가량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소니에도 올레드 패널을 납품하고 있어 삼성전자의 모든 수요를 충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의 TV용 올레드 패널 생산능력이 1천 만대가량에 가까워 여력이 남아 있다는 점도 두 회사의 협력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보면서 대형 고객사 추가 확보가 절실한 상황을 만나고 있어 삼성전자가 내미는 손을 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26조1520억 원, 영업손실 2조850억 원을 봤다. 증권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올해도 1조4천억 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악화일로의 실적을 보이고 있는 LG디스플레이와 올레드TV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하는 삼성전자 사이에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여건이 충분히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디스플레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이런 분위기에 힘을 더한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는 디스플레이 업황이 저점을 찍고 재고를 소진하고 전방 IT 세트 수요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4분기 선제적 재고감축을 통해 전분기와 비교해 1조6천억 원 규모의 재고를 줄였다”며 “대형 올레드 부문은 올해 상반기 재고조정 뒤 가동률을 회복해 하반기에는 점진적 실적 개선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을 종합할 때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가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동맹을 맺어 각자의 사업에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공산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