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지역 농축협과 농협금융지주·농협경제지주 사이에서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농협금융과 농협경제지주는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 농축협이 이익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농협금융과 농협경제지주는 지역 농축협의 저항을 고려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찾고 있다.
◆ 지역 농축협, 농협금융·농협경제와 경쟁 우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농협은행의 영업망을 수도권 위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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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
김용환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농협은행 점포를 50~60개 재배치할 것”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점포를 적절하게 재배치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행이 수도권 영업을 확대하면 수도권에 위치한 지역 농축협 1144곳으로 구성된 농협상호금융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농협은행은 이르면 다음달 경기도 평택 동평택지점을 개점하는데 평택농협 조합원들은 이 지점의 개설에 반발하고 있다. 농협은행 동평택지점은 평택농협 소사벌지점과 42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규 평택농민회 정책실장은 “농협은행의 동평택지점 개설은 농협중앙회에서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뒤 농협금융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수익과 실적을 위해 돈 장사가 되는 수도권에 무리하게 지점을 개설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농협경제지주는 지역 농축협의 핵심 수익원인 농산물 유통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농협경제지주는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을 2017년 2월까지 모두 이관받아 출범한다. 이 경우 전국에 영업망을 갖추고 자금력도 탄탄한 농협경제지주가 비교적 영세한 조합의 사업영역을 잠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간농업연구기관 지에스앤제이는 지난달 13일 보고서에서 “농협경제지주의 사업 활성화는 같은 사업을 하는 지역 농축협과 경쟁을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래에 회원조합이 수행할 수 있는 사업도 농협경제지주가 선점해 사업확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농협의 한 관계자도 “지역농협은 쌀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는데 농협경제지주가 출범하면 지주의 자회사인 농협양곡과 경쟁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며 “지금도 농협경제지주와 지역 농축협의 사업영역이 겹치는데 앞으로 같은 문제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체 시너지 확보로 해결할까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농협 전체에서 운용할 수 있는 자산만 200조 원 규모”라며 “이 특성을 살려 농협금융 계열사들에 중앙회 소속인 농협상호금융까지 더해 기업투자금융(CIB) 협의체를 만들어 최대한의 시너지를 내도록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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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욱 농협경제지주 대표이사. |
농협상호금융과 NH농협금융 계열사인 NH-아문디자산운용은 최근 2020억 원 규모의 부동산 블라인드펀드 ‘NH-아문디 하나로 전문투자형 사모부동산 투자신탁’을 조성했는데 이 펀드는 다른 농협금융 계열사와 농협상호금융을 공동투자자로 두고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앞으로 범농협 차원의 기업투자금융 협업체계와 제도를 더욱 고도화하겠다”며 “투자대상도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대체투자 영역으로 늘려 시장지배력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농협경제지주도 지역농협의 농산물을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외부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대외마케팅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상욱 농협경제지주 대표이사는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의 핵심은 농산물 판대 확대”라며 “대외마케팅사업을 통해 농산물의 판로개척과 공급확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농협경제지주가 지역 농축협과 공동사업을 추진해 서로의 이익을 일치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정환 지에스앤제이 이사장은 “농협경제지주가 소유한 자회사에 지역 농축협이 출자하거나 합병해 공동사업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